이제부터가 진짜 승부다. LG 트윈스가 첫 경기를 쉽게 가져갔으나 두 번째 경기가 우천취소 되면서 시리즈 전체의 흐름이 끊겼다. 반면 혼란 속에서 포스트시즌 데뷔전을 치른 NC 다이노스는 반전의 기회를 마련했다. 20일 내린 비가 준플레이오프를 보다 치열하게 만들 수 있다.
먼저 NC로선 잃은 게 전혀 없는 천금의 빗방울이다. 1차전 4-13 대패의 악몽을 떨쳐낼 시간을 벌었다. NC 김경문 감독은 20일 우천취소가 결정된 후 “비가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 생각하겠다. 경험을 비춰볼 때 분위기가 어두울 때 비가 와 순연이 되면 선수들이 부담을 덜 수 있게 된다. 빨리 집에 가 하루 쉬면서 잘 준비하겠다. 1승을 하면 분위기가 바뀐다”고 말했다. 덧붙여 21일도 강수 확률이 90%라는 말에 “NC를 많이 도와준다. 좋은 무드일 때 비가 오면 그 무드가 끊기는 경우가 있다. 내일 그 부분을 LG에 기대한다”고 웃었다.
NC는 준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경험 부족을 여실히 드러냈다. 선발투수 이재학을 비롯해 많은 선수들이 경직된 채 그라운드에 올랐다. 야수진은 수비 에러 3개를 범했고, 리드오프 박민우는 4타수 무안타로 침묵했다. 장기인 빠른 발도 전혀 살리지 못하고 2번의 도루를 모두 실패했다. 정규시즌 돌풍을 일으킨 NC의 야구가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김 감독의 말처럼 비가 곧 반전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미 주장 이호준이 선수단 미팅을 열었다. 이제 NC 선수들은 다시 시작하는 마음으로 그라운드에 설 것이다. 팀으로서 가을야구는 처음이지만 이호준 이종욱 손시헌 이혜천 등 충분히 가을야구를 경험한 베테랑도 있다. 페넌트레이스에서 그랬던 것처럼, 신구조화를 바탕으로 한 NC만의 강렬한 에너지가 다시 폭발할 것이다.
LG도 비로 인한 우천취소가 나쁘지만은 않다. 선승의 분위기가 끊기긴 했어도 팀 전력 면에서 플러스가 된다. 무엇보다 2차전 선발투수 코리 리오단이 4일 휴식이 아닌 5일 휴식 후 마운드에 오르게 됐다. 리오단은 지난 15일 대구 삼성전에 선발 등판해 투구수 83개를 기록했다. 많이 던지지는 않았지만 포스트시즌 경기가 가져오는 긴장감은 또 다르다. 공 하나하나에 보다 신중해질 수밖에 없다. 패스트볼 구위로 범타를 유도하는 리오단에게 휴식과 충전은 큰 힘이 된다. 결과적으로 리오단을 비롯한 선발진 전체의 등판 날짜가 하루 미뤄졌다. 정규시즌 마지막까지 혈투를 벌인 후유증을 최소화할 수 있다.
대량득점 다음날 타선이 침묵하는 징크스도 벗어났다. LG 양상문 감독은 “야구의 정서를 보면 안타를 많이 치면 바로 다음날 안 좋은 경우가 많다. 그런 점을 생각한다면 경기가 비로 취소됐다고 해서 우리에게 불리한 것만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양 감독은 “우리가 아시안게임 기간에 보름 정도 휴식을 많이 취했지만 최근 힘든 경기를 많이 했다. 베테랑 선수가 많은 점을 생각하면 하루 이틀 쉬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결국 진정한 승부는 지금부터다. NC가 경기력을 되찾고, LG의 마운드는 더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1회에 승부가 갈려버린 1차전과 달리, 매 이닝 눈을 뗄 수 없는 명승부가 펼쳐질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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