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계상 "한때 속상했지만 가수라는 사실에 감사"[인터뷰]
OSEN 김경주 기자
발행 2014.10.21 16: 47

2014년은 윤계상에게 뜻깊은 해가 될 듯 싶다. 일단, 약 10년 동안 잃어버렸던 가족을 찾았다. 그룹 god로 연예계에 데뷔했던 그는 god 탈퇴 이후 10년 만에 다시 god의 품으로 돌아갔다. 그룹을 재결성하고 노래도 녹음하고 안무 연습도 했으며 무대에 올라 팬들을 만났다. 그는 이에 대해 "감사한 면이 크다"고 소감을 남겼다.
잃어버렸던 가족을 찾아서일까. 윤계상은 예전에 비해 한결 편안해지고 가벼워졌다. 진중함이 없어졌다는 것은 아니다. '풍산개', '집행자', '비스티 보이즈' 등 주로 무거운 영화에 출연하며 덩달아 이미지 역시 무거워졌던 윤계상은 god 재결합 이후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해 '탈골댄스'를 출 정도로 한결 편안해졌다.
이는 본인 스스로도 인정한 부분. 자신이 좋아하던, 그리고 팬들도 좋아하던 편안하고 개구진 윤계상의 모습을 이제 인정하기 시작했다며 앞으로도 그런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고 했다.

"십년 동안 연기 생활을 했는데 지금 정말 좋아요. 열심히 지켜오다보니 god도 다시 찾게 되고. 좋은 마음으로 사는 게 좋은 것 같아요. '잘 될거야', 괜찮아' 이렇게 생각하다보면 오해도 풀리고 잘 되는 것 같아요(웃음). 밝은 모습을 팬들도 그리워하셨고 그리고 내가 그런 모습을 좋아하기도 했는데 그간 십년 동안 너무 진정성만 외친 것 같아요(웃음). 앞으로 조금 밝아진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작품 적인 면에서도요."
 
이번 영화 '레드카펫'을 선택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레드카펫'은 에로영화 전문 감독이 상업영화에 도전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 윤계상은 에로영화의 거장, 박정우 감독 역을 맡아 순수하고도 유쾌한 감독의 모습을 그려낸다. 그간의 작품들에선 보기 힘들었던 윤계상의 밝은 모습. 이런 모습들을 연기하면서, 그는 본인 표현대로 '활짝 열려졌다'. 음지에 있었던 그가 양지로 걸어나오게 된 것.
"이 영화를 통해 정말 많은 걸 얻었어요. 좋은 친구와 좋은 배우들을 얻었죠. 그전까지는 갇혀서 외톨이, 아웃사이더 같은 느낌이 있었는데 이 영화를 찍으면서 확 열려졌어요. 이제는 좀 내려놓게 됐죠. 그리고 '나만 잘해야지' 이런 마음이 없어지고 배우들의 앙상블, 조화 이런 걸 더 많이 생각하게 된 것 같아요."
하지만 윤계상은 단순히 영화를 '밝게만' 접근하지는 않았다. 영화에는 '레드카펫'의 메가폰을 잡은 박범수 감독의 실제 이야기가 녹아있기 때문. 그는 마냥 웃기게만 연기했다가 진정성을 해칠까 고심했단다.
"일단 시나리오가 재밌었고 코미디라고 생각을 해서 기술적으로 코믹한 요소들을 보여줘야겠다 생각을 했었죠. 그런데 감독님을 만나고 이야기 해보니까 실제 감독님의 이야기더라고요. 한 70~80% 정도 돼요. 그러니까 이걸 가지고 장난을 못 치겠더라고요. 오바도 못하겠고. 그냥 감독님의 있는 그대로를 표현해야 겠다는 생각 밖에 없었던 것 같아요."
god로 돌아와 행복하다고 전한 그는 god를 다시 하면서, 그리고 '레드카펫'의 박범수 감독을 만나면서 많은 생각의 전환을 겪은 듯 했다. 영화 속에서 에로 감독이라는 이유로 주위의 편견 어린 시선 속에서 살아가야 했던 박정우 감독처럼 윤계상은 배우로서 첫 발을 내딛었을 때부터 가수 출신이라는 편견 속에서 살아야했다. 한때는 그것이 너무나 속상했다고. 하지만 이렇게 다시 가족을 만나고, 편견 속에서도 꿋꿋하게 제 일에 대한 자부심을 지켜나가는 박범수 감독을 보며 윤계상은 "가수였다는 사실에 감사해요"라며 껄껄 웃어보였다.
 
"그 전까지는 '가수 출신 배우'라는 타이틀에 대해 서운한 면이 있엇던 것 같아요. '왜 나를 배우로 안 봐주지, 이렇게 열심히 하는데'라는 생각을 했었죠. 그런데 박범수 감독님을 만나고 깨달은 건 '내 스스로의 열등감이었구나'라는 거에요. 감독님은 에로 감독이었던 것에 대한 부끄러움이 없으세요. 신기할 정도로. 정말 귀중한 재산이라고 생각하시죠. 그런걸 보면서 저도 느낀 게 많아요. 가수였다는게 이제는 감사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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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경훈 기자 rum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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