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경꾼일지’, 왜 ‘태왕사신기가 되지 못했나’ [종영②]
OSEN 오민희 기자
발행 2014.10.22 07: 03

“오늘 하이라이트 영상을 처음 봤는데 나도 놀랐다. ‘야경꾼일지‘는 ‘태왕사신기’보다 재미있는 요소들이 많기 때문에 그 정도 위치의 비슷한 작품이 되지 않을까 싶다. ‘태왕사신기’와 비슷한 판타지 사극이지만 내가 보기엔 ‘태왕사신기’보다 좋은 퀄리티를 가지고 있는 것 같다. 재미있는 드라마가 될 것이다,”
지난 7월 ‘야경꾼일지’ 제작발표회에서 ‘태왕사신기’(2007) 주역으로 활약했던 배우 윤태영은 드라마를 향한 남다른 자신감을 내비쳤다. 대중의 관심도 뜨거웠다. 독특한 소재의 ‘야경꾼일지’는 ‘태왕사신기’ ‘해를 품은 달’ ‘구가의 서’ 등 다수의 판타지 사극을 성공시킨 MBC 야심작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야경꾼일지’ 첫 방송 후 대중의 평가는 극명하게 엇갈렸다. 독특한 소재에 호평을 보내는 시청자도 있었지만, CG의 아쉬움을 지적하는 이들도 많았다. 그렇게 첫 발을 뗀 ‘야경꾼일지’는 마지막 회까지 미흡한 CG로 아쉬움을 남겼다. 여기에 지루한 도돌이표 전개, 민폐 여주인공 캐릭터는 공감을 얻지 못하고 옥에 티로 남았다.

'야경꾼일지'는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귀신을 부정하는 자와 귀신을 이용하려는 자, 귀신을 물리치려는 자, 세 개의 세력 사이에서 펼쳐지는 이야기를 경쾌한 감각으로 그려낸 판타지 로맨스 활극. 지난 22일 방송된 ‘야경꾼일지’ 최종회는 권선징악 결말로 막을 내렸다. 왕좌에 오른 이린(정일우 분)은 도하(고성희 분)와 재회하며 해피엔딩을 예고했고, 악인들은 자신의 악행에 응당한 죗값을 치렀다.
이날 이린은 이무기 본체를 제거하며 사담(김성오 분)의 야욕을 저지했다. 사담은 천년화의 기운을 얻어 반격을 준비했지만 욕심이 넘친 탓에 자멸했다. 이를 계기로 과오를 반성한 기산군(김흥수 분)은 이린에게 양위하며 궐을 떠났고, 야경꾼이 되었던 무석(정윤호 분)은 이린의 부름으로 변방의 장수가 됐다. 야경꾼 대장이었던 조상헌(윤태영 분)은 자신을 좋아하던 옥매(심은진 분)와 부부의 연을 맺었다. 권력에 집착했던 박수종(이재용 분)은 속죄했고, 이린에 집착했던 박수련(서예지 분)은 아버지를 돌보며 나눔의 삶을 살았다.
소재는 독특했으나 스토리는 단순했다. ‘주인공의 위기와 탈출’을 중심으로 지지부진하게 반복됐던 전개는 마지막 회에 휘몰아치며 속전속결로 마무리됐다. 특히 이린과 사담이 대적한 이유였던 이무기는 단 5분 만에 제거돼 허탈함을 안겼다. 이 과정에서 등장한 유치한 CG는 배우들의 연기에 몰입하는데 방해만 될 뿐이었다.
여배우들의 캐릭터와 연기력 또한 아쉬움을 남겼다. 고성희가 연기한 도하는 당찬 등장과는 달리 점점 수동적인 캐릭터로 변모했다. 여기에 도하는 번번이 남자주인공을 위기에 빠트려 민폐만 끼치는 비호감 캐릭터로 전락했다. 의견이 분분한 고성희의 연기력 또한 캐릭터의 호감도를 끌어올리는데 실패했다. 시트콤 ‘감자별’이 낳은 신데렐라 서예지도 판타지 사극에서는 좀처럼 기량을 발휘하지 못하며 여러모로 아쉬움을 남겼다.
한마디로 ‘야경꾼일지’는 독특한 소재를 흥미롭게 살리지 못한 유치하고 지루한 전개, 미흡한 CG, 민폐 여주가 문제였다. 정일우, 김흥수, 윤태영, 김성오, 정윤호 등 남자배우들의 호연이 없었더라면 ‘야경꾼일지’는 이마저의 성공도 거둘 수 없었다.
'야경꾼일지' 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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