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S 탈락팀, 80%가 감독에 칼날 겨눴다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4.10.23 05: 50

역시 프로의 세계는 냉철했다. 성적 부진에 감독들이 줄줄이 교체된다. 포스트시즌에 탈락한 팀 중 80%가 감독에게 책임을 물으며 다음 시즌을 대비하고 있다. 감독 잔혹사라고 할 만하다.
22일 현재 올 시즌 포스트시즌에 진출하지 못한 5개 팀 중 2개 팀은 이미 사령탑을 교체했다. 나머지 2개 팀은 조만간 신임 감독을 발표할 예정이다. 3년 계약이 끝난 선동렬 감독을 재신임하며 2년간 더 기회를 준 KIA만이 예외였다. 이로써 한국프로야구 감독 지형은 크게 바뀌었다. 9개 구단 중 4개 구단이 다음 시즌 새로운 감독과 함께 한다.
신호탄은 SK가 쏘아 올렸다. 3년 계약이 마무리된 이만수 감독과의 재계약 불가 방침을 확정한 SK는 육성총괄을 역임하며 구단 사정을 두루 알고 있었던 김용희 감독을 그룹에 추천했다. 소문이 무성했던 탓에 오래 끌 필요가 없다는 판단으로 그룹의 재가가 떨어지자 21일 오후 곧바로 발표했다. 그러자 2시간 후 두산이 뒤를 따랐다. 아직 계약 기간이 남아 있는 송일수 감독을 단 1년 만에 경질하고 꾸준히 하마평에 올랐었던 김태형 SK 배터리 코치를 신임 감독으로 내정했다.

두 신임 감독은 덕장 스타일의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 연차는 다소 차이가 나지만 선수단을 묶는 부드러운 리더십이 있다. 여기에 각 팀의 내부 사정을 잘 알고 구단과의 소통에 능한 지도자라는 공통점도 있다. 김용희 감독은 2군 감독과 육성총괄을 두루 거쳤고 김태형 감독은 프랜차이즈 스타 출신에다 코치로서도 꽤 오래 활약했다. SK와 두산 모두 급진적인 변화보다는 점진적인 개혁을 택한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이것이 끝이 아니다. 오히려 더 큰 폭풍이 기다리고 있다. 3년 연속 최하위로 추락한 한화는 이미 김응룡 감독과의 재계약을 포기했다. 현재 2~3명 정도의 후보자가 그룹에 보고된 것으로 알려졌으며 결정에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김시진 감독이 계약 기간을 채우지 못하고 자진사퇴한 롯데도 새 감독이 필요하다. 현재 광범위한 후보군을 놓고 구단 내부에서 의견을 조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고려하면 2015년 프로야구는 신생팀 kt를 제외하더라도 4명의 새 감독을 맞이하게 된다.
지난해는 감독 교체의 폭풍우가 상대적으로 잠잠했다. 설사 성적이 나지 않았다 하더라도 계약기간을 채우는 쪽으로 가닥을 잡는 구단이 많았다. 그렇게 이만수 감독, 선동렬 감독, 김시진 감독, 김응룡 감독이 한 번 더 기회를 부여받았다. 오히려 한국시리즈 준우승을 차지한 김진욱 감독이 경질되는 이변이 일어나기도 했다. 하지만 계약 기간의 마지막 해인 감독이 많았던 올해는 양상이 달라졌다.
새 감독을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초미의 관심사가 된 한화의 결정에 주목하는 이들이 많다. 롯데는 외부 영입 가능성이 크게 주목받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유일하게 감독 교체를 결정하지 않은 KIA도 선동렬 감독의 재신임을 놓고 비판 여론이 만만치 않은 상황이라 당분간은 혼란에서 벗어나기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포스트시즌 탈락팀들에게 유독 더 잔인한 가을이 찾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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