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승현의 ML통신]새내기 통역 자청한 11년차 거스리
OSEN 박승현 기자
발행 2014.10.23 06: 56

[OSEN=LA(미국 캘리포니아주), 박승현 특파원]지난 22일(이하 한국시간)월드시리즈 1차전을 앞두고 미주리주 캔자스시티 커프먼 스타디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캔자스시티 선수 2명이 동시에 나타났다. 2차전 선발 투수의 기자회견이 열릴 차례였다. 
캔자스시티가 예고한 2차전 선발 투수는 루키 요르다노 벤추라. 당연히 참석해야 하는 벤추라 외에 제레미 거스리가 기자회견장에 들어섰다.
이후 많은 기자들은 질문할 때 마다 “제레미”라고 부른 뒤 할 말을 이었다. 물론 대답은 벤추라가 했다. 한 단계를 거쳐서. 기자들의 질문을 받은 거스리가 도미니카 공화국 출신인 벤추라에게 스페인어로 통역했고 벤추라의 스페인어를 다시 영어로 옮겨줬다.

웃음을 부른 장면도 있었다. 질문이 거스리 자신에게 향했을 때다. “네드 요스트 감독이 3차전 선발이라고 말했다. 소감을 말해달라”는 물음에 거스리는 “스페인어로 말하겠다”고 한 뒤 실제로 그렇게 했다. 이어 벤추라가 영어로 “요스트 감독이 3차전에서 던질 수 있도록 신뢰해준 것에 대해 고무된다. 등판기회를 고대하고 있다”고 통역해 줬다.
“그 동안 벤추라를 위해 통역을 해줬다. 혹시 그 동안 벤추라를 보호하기 위해 실제로 말한 것과 다르게 통역한 것이 있나”라는 물음에 벤추라는 “내가 늘 말한 대로 통역한다. 나는 그 동안 좋은 것들만 이야기 하려고 했다. 그래서 나에게 좋은 인상이 심어진 것 같다. 거스리가 내가 말한 것을 바꾸지 않았다. 내 인터뷰를 듣는 사람 중 많은 사람들이 스페인어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니 무엇을 숨기기는 어렵다”고 재치 있게 대답하기도 했다.
도미니카 공화국 출신인 벤추라는 2008년 10월 캔자스시티와 계약했다. 마이너리그 생활까지 포함하면 꽤 오랜 미국 생활이지만 아직 공식인터뷰에서 영어 사용이 힘들게 느끼는 처지다. 많은 중남미 출신 선수들이 그렇다. LA 다저스 야시엘 푸이그도 인터뷰에서 스페인어를 사용한다. 다저스 중계방송사인 SPORTSNET LA의 진행자이자 리포터 알레나 리조가 기자단에 포함되어 있으면 문제가 없다. 리조가 스페인어도 완벽하게 구사하기 때문이다. 리조가 없으면 다저스 구단 직원인 이본 카라스코가 통역을 맡는다. 카라스코의 스페인어는 학교에서 제2외국어를 잘 배운 정도 수준이다. 올 시즌 후반기부터는 푸이그의 영어 듣기 능력이 아주 좋아져 대부분의 질문을 이해하는 모습이었는데도 대답은 스페인어로 했다.
이런 상황이기 때문에 거스리가 기꺼이 통역을 자청한 것이다. 고교 졸업 후 브리검영 대학에 진학했다가 스탠포드 대학으로 편입, 팀의 에이스 몫을 했던 거스리는 몰몬교단 소속으로 스페인에서 2년간 선교활동을 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스페인어 구사가 되는 이유다.
2004년 클리블랜드 인디언스 소속으로 메이저리그에 데뷔한 거스리는 올해까지 메이저리그에서 11시즌을 소화했다. FA신분이던 2013년 캔자스시티와 3년간 2,520만 달러에 계약했다. 벤추라는 지난 해 9월 메이저리그 데뷔전을 치렀지만 아직도 신인자격이 유지되는 선수다. 올 시즌 연봉도 메이저리그 최저 연봉인 50만 500 달러다.
그렇지만 거스리는 기꺼이 신인의 통역을 자원해 기자회견장에 나타났다. 이에 대해 요스트 감독도 23일 기자회견에서 거스리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통역 뿐 아니라)거스리는 클럽하우스에서 대단한 존재감을 갖고 있는 선수다. 경험이 많기도 하다. 아주 뛰어난 퍼스낼리티를 갖고 있고 모든 중남미 출신 선수들을 돕고 있다. 라커룸에 있는 모든 타입의 선수들과 어울릴 수 있는 독특한 능력의 소유자이기도 하다. 거스리는 모든 중남미 출신 선수, 미국 출신 선수들과 각자의 수준에 맞게 대화를 이어갈 수 있다. 아직 아오키 노리치카와 어울리기 위해 일본어를 완전히 배운 것은 아니지만 아무튼 주변에 있으면 정말 즐거운 그런 사람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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