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서진, 툴툴대도 밉지 않은 이 남자
OSEN 박현민 기자
발행 2014.10.24 10: 55

배우 이서진의 행보가 독특하다. 아니, 그를 향한 대중의 잣대가 참 독특하게 변했다. 배우로만 인식됐던 그가 언젠가부터 예능 프로에 얼굴을 내비치는 게 전혀 어색하지 않게 되더니, 이제는 제작발표회 현장이건 방송이건 연신 툴툴거려도 전혀 밉지가 않다. 참 좋은 캐릭터다.
이서진이 본격적으로 '툴툴거림'을 시작한 건 올해 봄께 방송된 tvN '꽃보다 할배'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는 이곳에서 까마득한 선배 배우인 이순재, 신구, 박근형, 백일섭의 황혼의 배낭여행을 곁에서 돕는 '짐꾼'으로 투입됐다. 그것도 나영석 PD의 꾐에 빠져들어, 아무것도 모른 채로 말이다. 결국 그는 여행 시작부터 마지막까지 나 PD를 향해, 합법적(?)인 불평·불만을 수시로 토로했다.
이 모습은 최근 나영석 PD와 다시 만난 '삼시세끼'에서도 부활했다. 정확히는 '삼시세끼' 제작발표회장, 그리고 CJ 크리에이티브 포럼 '농담'에서도 불만을 반복해서 뱉었다. 그는 '삼시세끼'가 확실히 망한 프로그램이며, 그랬을 경우에는 힐링 프로라고 자신을 속였던 나 PD와 함께 죽겠다는 격한 농담도 서슴지 않았다. 손님때문에 쌓인 수수빚이 현재 너무 많고 결국 마지막은 '전쟁 아니면 탈출'이라 선전포고 하기도 했다.

그런데 이런 이서진의 모습이 전혀 밉지가 않다. 다른 이들이 같은 말을 했더라면 큰 논란이 됐을 만한 수위도, 이서진에게는 모두 허용되는 분위기다. 왜 그런 걸까?
사실 '꽃보다 할배' 당시부터 이서진은 입으로는 심하게 툴툴 대도 결국 모든 걸 시키는 데도 다 하는 (이서진 본인의 표현을 빌리자면) 노예 근성이 투철했다. 또한 할아버지들을 모시는 동안, 늘 예의바르고 깍듯, 반듯한 모습을 보여왔다. 결국 그의 툴툴거림은 그저 말 뿐이지 진심은 그렇지 않다는 걸 대중이 충분히 인식할 수 있게 된 것.
여기에는 나영석 PD의 존재도 한 몫했다. 나 PD는 프로그램 속 그의 툴툴거림을 재미 요소로 탈바꿈 시켜, 웃음을 유발했다. 실제로 화면 속에 자신이 등장해 '톰과 제리'처럼 그와 투닥거림을 불편해하지도 않았다. 쉽지 않은 상황에서 출연자의 불평을 정면으로 쏟아낼 과녁을 스스로 자처한 것. 결국 이서진은 나 PD를 향해 거리낌 없이 불만을 쏴대고, 가식 없이 모든 촬영에 진심으로 임할 수 있게 된 셈이다.
뉴욕대 경영학과를 출신의 엘리트 이미지가 강했던 배우 이서진은 결국 '꽃보다 할배'와 '삼시세끼'를 거치며 '투덜이 스머프' 이미지로 변모했다. 물론 이서진의 이 투덜거림은 대중과의 거리를 한층 좁히는 계기가 됐다. 이런 기분좋은 변화가 향후 이서진이라는 배우를 더 다양한 작품, 다양한 역할,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만나볼 수 있는 단초가 됐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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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좋은 시절' '꽃보다 할배' 캡처, '꽃보다 할배' 출국, '삼시세끼' 제작발표회 사진(OSEN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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