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쪼개기] '미생', OST가 꼭 필요한가요?
OSEN 이혜린 기자
발행 2014.10.25 11: 04

tvN '미생'은 모든 등장인물이 우리 주위에 살아숨쉬고 있듯 생생해서 매력적인 작품이다.
등장인물이 별 행동을 안해도, 사무실에 앉아있고, 곱창을 굽고, 밤거리를 걷기만 해도 이들의 심리 상태가 생생하게 보여 시청자를 TV안 세상으로 몰입시키는 힘을 갖고 있다. 마치 내가 일하는 사무실 바로 옆에서, 내 친구의 사무실에서, 내가 곧 일할 사무실에서 펼쳐지는 일 같다.
그래서 '우리는 사실 드라마다!'라고 선언하듯 갑작스레 깔리는 OST는 도무지 어울리지 않는다. 지난 24일 방송 엔딩에 깔린 장미여관의 '로망'은 이 노래의 완성도와 등장인물들의 정서를 담아낸 가사와는 별개로, 드라마와 겉돌았다. 내 일처럼 몰입되던 스토리는, 그 즉시 드라마 속 잘 포장된 갈등으로 전락한다.

'미생' 속 인물들 일상에는 특정 가요가 깔리고 감성이 고조되는 '사치'가 어울리지 않는데, 직장인의 그 숨막히는 긴장감을 아주 잔잔하게 깔리는 음악효과만으로도 충분히 잘 그려내고 있었다는 점에서 느닷없는 3회 OST의 등장은 아쉬운 대목이 아닐 수 없다.
물론 OST를 엔딩에만 배치한 건 그나마 좋은 선택이었지만, 엔딩이 주는 여운이 꽤 큰 이 작품의 특성상 그동안의 몰입까지 '깰' 수 있다는 점에서 좀 더 신중한 음악 선택이 요구되지 않을까 싶다.
'미생'은 주인공 장그래(임시완 분)가 원인터내셔널에 인턴으로 입사, 일에도 인간관계에도 점차 적응해가며 발빠른 전개를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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