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번째 팀’ 김성근, 프로야구 산증인의 도전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4.10.26 06: 37

김성근(72) 감독은 자신의 지도자 인생을 회고할 때마다 “많이도 잘렸다”라고 가볍게 웃곤 한다. 그 때마다의 아픔은 가지고 있지만 어느덧 이제는 당시를 웃으며 바라볼 수 있을 정도의 연륜이 쌓였다. 그리고 이제 7번째 팀이다. 한국프로야구의 산증인인 김성근 감독이 또 한 번의 도전을 시작한다.
김응룡 감독과의 2년 계약이 만료된 후 새 감독을 물색 중이던 한화는 25일 저녁 “김성근 감독과 3년간 총액 20억 원(계약금 5억 원, 연봉 5억 원)에 계약했다”라고 공식 발표했다. 최근 5시즌 중 4번이나 최하위에 처졌던 한화는 2013년 김응룡 감독의 컴백을 이끌어내며 비상한 관심을 모은 것에 이어 이번에도 야구 원로를 선택하며 또 한 번 화제의 중심에 섰다.
팬들은 환영일색이다. 특히 하위권 팀을 맡아 상위권으로 도약시키는 데 탁월한 능력을 발휘했던 김 감독이다. 쌍방울이 그랬고 김 감독 경력의 최고 전성기로 평가되는 SK에서의 시절이 그랬다. 가진 전력상 당장 4강은 어렵겠지만 점진적인 체질 개선을 통해 “임기 내에는 일을 한 번 낼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한편 2011년 말 SK에서 경질된 뒤 다시 1군 무대로 돌아온 김 감독도 또 한 번의 새 인생을 준비하고 있다.

“많이도 잘렸다”라는 말에는 그만큼 많은 팀을 맡았다는 의미가 숨어 있다. 실제 한화는 김 감독의 7번째 팀이다. 김성근 감독은 1984년 OB 감독을 시작으로 1군 무대 감독 생활을 시작했다. 1988년까지 OB를 맡았고 1989년부터 1990년까지는 태평양의 사령탑으로 재직했다. 1991년부터 1992년까지는 삼성을 맡았다. 1984년부터 1992년까지 세 팀을 거치며 5위 이하의 성적을 낸 적은 없었다.
잠시 야인으로 지내던 김 감독은 1996년 전력상 하위권 팀이었던 쌍방울의 감독으로 임명됐고 두 시즌 연속 포스트시즌에 진출하는 돌풍을 일으켰다. 그러나 구단 사정이 어려운 가운데 마찰을 빚은 끝에 1999년 중도 퇴진했다. 2001년 LG의 감독 대행을 거쳐 2002년 한국시리즈까지 진출시킨 김 감독은 다시 야인 생활을 하다 2007년 SK의 유니폼을 입고 1군에 복귀했다. SK에서는 세 차례나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하며 전성기를 보냈다.
인천 야구의 역사를 어떻게 정리하느냐에 따라 시각은 달라질 수 있지만 어쨌든 김 감독은 각 팀을 두루 거친 보기 드문 지도자로 한국프로야구 역사에 남을 전망이다. 빙그레가 전신인 한화를 맡음에 따라 신생팀인 NC와 kt를 제외하면 롯데, KIA 정도를 뺀 나머지 팀들의 감독사에 모두 이름을 남긴 셈이 됐기 때문이다.
한화의 객관적인 전력은 하위권이다. 김 감독의 능력이 다시 시험대에 오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꼭 비관적인 것만은 아니라는 게 야구계의 시선이다. 야구 관계자들은 “한화가 올라오는 타이밍에 있다”라고 평가한다. 1군에 구심점이 될 만한 선수들이 있고 2군 전력도 그렇게 나쁘지 않다는 것이다. 다만 그 전력을 100% 활용하지 못하는 것이 문제였는데 숨은 원석을 발굴하는 조련에 일가견이 있는 김 감독의 능력을 고려하면 오히려 큰 기회가 열렸다고도 볼 수 있다.
김 감독도 7번째 팀이 된 한화를 도약시키겠다는 각오를 숨기지 않고 있다. 김 감독은 계약 직후 구단을 통해 “마지막까지 기회를 준 한화에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며 “성원해주신 팬들께도 고맙다. 많은 분들의 기대에 어긋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한화를 명문 구단으로 만들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아직 종착역에 이르지 않은 김 감독의 새로운 도전이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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