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어디가', 왜 외국인 손님에게 삭힌 홍어를 줬나
OSEN 박현민 기자
발행 2014.10.26 19: 37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들이 삭힌 홍어삼합을 먹고 괴로워하는 모습이 MBC '일밤-아빠 어디가'(이하 '아빠 어디가')를 통해 방송됐다. 홍어를 먹은 이들은 한국 음식에 익숙지 않은 외국인 부자(父子)였다. 이를 곁에서 지켜보던 일부 출연자들은, 이 모습에 즐거운 듯 웃었다.
물론 '먹방'은 예능 프로그램에 종종 등장하는 단골 소재다. TV를 통해 맛있는 음식을 허겁지겁 먹는 모습은 늘 보는 이들에게 식욕을 자극하거나, 대리만족을 느끼게 만든다. 또한 종종 맛과 향이 지나치게 독특한 음식은 취향에 맞지 않은 이들에겐 일종의 벌칙으로 활용되기도 한다. 다만 이날의 문제는 충분한 설명 없이, 그것도 한국인조차 익숙지 않은 '홍어'를 외국인에게 먹이고 이를 즐긴듯한 모양새에 있었다.
26일 방송된 '아빠 어디가'는 글로벌 특집으로 꾸며져 외국에서 온 아빠와 아이에게 한국 문화를 소개하는 모습이 그려졌다. 안정환과 윤민수는 미국 출신의 시나드 패터슨과 시나드 패터슨 주니어(한국이름 찬)과 한정식집을 방문해, 한국의 특색있는 음식을 소개했다.

이곳에서 윤민수가 이들 패터슨 부자에게 권했던 음식이 바로 홍어삼합이다. 윤민수는 "아주 맛있는 해산물 요리"라고 이를 소개했고, 시나드는 "좋다"고 안심했다. 이후 밥상에 등장한 홍어삼합을 먹은 시나드 패터슨은 "맛있다(good)"고 말했지만, 선글라스를 벗으니 콧잔등에 땀이 흥건할 정도로 괴로워하는 모습이었다. 아빠 패터슨의 권유로 김치를 뺀 홍어 삼합을 먹은 아들 찬은 거의 울먹이는 표정이었다.
'아빠 어디가'에서 등장한 홍어 시식 장면은 세 부자가 처음 대면한 자리에서였고, 충분한 친분이 생기지 않은 상태에서 발생한 일이었다. 이 장면은 예상대로 방송 직후 웹상에서 논란의 도마에 올랐다. 일부에선 "그럴 수 있다"는 의견도 있었지만, 많은 이들은 이 모습이 단순히 웃음거리로 치부되기엔 문제의 소지가 있었다는 분위기였다.
최근 지상파와 종편, 케이블을 막론하고 일반인에 가까운 외국인 출연자들의 방송 출연이 잦아지고 있는 추세다. 이런 분위기에서 외국인 출연자를 대상으로 다짜고짜 '홍어삼합 시식'을 유도한 행동은 조금은 더 신중함이 요구됐던 상황이다. 아무리 웃자고 보는 '예능'이라고 할지라도 시청자가 방송을 보면서 쉽게 공감 못하고, 보는 동안 고개를 갸웃하게 만드는 상황은 지양하는 게 맞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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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어디가'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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