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빌딩 귀재' 김기태, LG 이어 KIA도 살린다
OSEN 조인식 기자
발행 2014.10.29 06: 10

리빌딩이 필요한 KIA 타이거즈의 선택은 LG 트윈스의 부활을 이끌었던 김기태 감독이었다. KIA는 지난 28일 김 감독과 3년간 연봉 2억 5000만원, 계약금 2억 5000만원의 조건에 합의했다. 김 감독은 전임 선동렬 감독에 이어 타이거즈의 8대 사령탑으로 취임했다.
KIA가 선 전 감독이 떠나며 공석이 된 사령탑을 김 감독에게 넘긴 것은 만년 하위 팀이었던 LG를 강팀으로 끌어올린 팀 재건 노하우를 높이 평가했기 때문이다. 특유의 카리스마로 선수단 장악에 강점을 보이는 김 감독은 2002년부터 10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했던 LG에 2012년 부임해 2번째 시즌이던 지난해 11년 만의 가을잔치 합류라는 성과를 이뤄냈다. 선수단을 하나로 만든 김 감독의 역량이 돋보였던 결과다.
박종훈 감독 체제였던 2010년 LG 퓨처스 팀을 맡아 처음으로 감독 생활을 시작했던 김 감독은 퓨처스 감독(2010), 1군 수석코치(2011)를 거쳐 2012년 LG의 1군 감독이 됐다. 일반적으로 감독들이 매 시즌 목표 승수를 설정하는 데 반해 김 감독은 2012년을 앞두고 ‘60패’라는 역발상적 목표를 들고 나왔다.

결과는 57승 4무 72패로 8개 구단 중 7위에 그쳤지만, 2012년 LG는 많은 가능성을 발견했다. 시즌 전 1군 투수 2명이 불명예스럽게 선수생활을 접었고, 3명의 FA(이택근, 조인성, 송신영)가 빠진 점을 감안하면 이전 시즌(59승 2무 72패)에 비해 성적이 나쁘지 않았다. 오히려 ‘덕아웃 노래방’ 에피소드로 대표되는 팀 분위기 변화가 주목을 받았다. 바로 가시적인 성과로 이어지지는 않았지만 김 감독은 서서히 LG를 바꿔나간다는 인상을 심어줬다.
그리고 2013년에는 리그를 뒤흔들었다. 강력한 마운드 앞세워 74승 54패로 선두 삼성 라이온즈에 단 2경기 뒤진 2위로 정규시즌을 마친 것. 비록 두산 베어스와의 플레이오프에서 1승 3패로 패하기는 했지만, 이제는 LG의 상징이 된 유광점퍼를 다시 꺼내게 해준 것은 다름 아닌 김 감독이었다.
올해 4월 성적 부진을 이유로 LG에서 사퇴한 뒤 짧게나마 야인 생활을 했던 김 감독은 고향인 광주에 새롭게 둥지를 틀었다. 새로 부임한 KIA는 처음 1군 감독을 맡았던 LG만큼이나 험난하다. 올해 KIA의 성적은 54승 74패. 지난해 김 감독이 이끌었던 LG의 승수만큼 패했다. 그나마 LG 시절에는 퓨처스 감독과 1군 수석코치를 거치며 팀을 알 시간이 2년이나 있었지만, 이번에는 그럴 여유도 부족하다.
김선빈, 안치홍 등 주축 선수들의 군 입대, 에이스 양현종의 해외 진출 가능성 등으로 인해 다음 시즌 KIA의 팀 전력은 올해에 비해 강해지기 쉽지 않아 보인다. 김 감독은 LG 부임 당시 전력이 이탈한 것과 마찬가지로 시작부터 어려움을 맞이했다. 하지만 누구도 포스트시즌에 올리기는 힘들 것이라던 LG가 2년 연속 가을잔치에 참가하는 강팀이 되는 기초를 닦은 김 감독이기에 KIA도 장기적인 안목에서 기대를 걸고 있다.
김 감독은 취임과 함께 “프로에서 뛰고 싶었던 고향 팀에 왔다. 팬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안다. 최선을 다해 좋은 팀을 만들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우선 취임식도 마무리훈련 이후로 미룬 것은 역시 그다운 행보다. 김 감독은 당분간 광주에서 선수단을 파악하고 코칭스태프 인선에 나서는 것을 시작으로 KIA 감독직을 수행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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