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 가을의 백미, 주연보다 빛나는 조연
OSEN 선수민 기자
발행 2014.10.31 06: 08

포스트시즌 무대서 주연보다 빛나는 조연들이 속출하고 있다. 포스트시즌과 같은 단기전에선 팀을 이끄는 핵심 선수들이 견제의 대상이 되기 때문에 예상외 선수들의 깜짝 활약이 빛을 발한다.
30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넥센 히어로즈와 LG 트윈스의 플레이오프 3차전 역시 기대 이상의 활약을 펼친 선수들의 무대였다. 특히 이날 넥센의 선발 오재영은 주변의 예상을 비웃기라도 하듯이 호투를 펼치며 LG 타선을 완벽히 제압했다. 결과는 넥센의 6-2 승리로 시리즈 전적에서 2승 1패로 앞섰다.
오재영은 LG의 실질적인 에이스 코리 리오단과 선발 맞대결을 펼쳤다. 정규시즌 기록으로 봤을 땐 선발 싸움에서 LG가 앞선다는 평가가 잇따랐다. 리오단은 올 시즌 9승 10패 평균자책점 3.96으로 LG의 1, 2선발급 활약을 펼쳤다. 반면 오재영은 선발과 불펜을 오가며 5승 6패 평균자책점 6.45의 기록으로 포스트시즌에선 3선발 임무가 기대됐다.

그러나 LG가 우세하다는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오재영은 5회말 흔들리며 1실점한 것을 제외하곤 완벽에 가까운 피칭을 펼쳤다. 6이닝을 소화하며 3피안타 1실점만을 허용했다. 호투를 펼친 오재영은 2004년 한국시리즈 5차전 승리투수 이후 10년 만에 포스트시즌 승리를 기록했다. 감격의 순간이자 자신의 가치를 충분히 입증할 수 있는 한판이었다. 오재영은 경기 후 3차전 MVP까지 수상하며 최고의 날을 보냈다. 
3차전뿐만 아니라 플레이오프는 조연들의 무대가 되고 있다. 넥센은 1차전에서 중심타선이 침묵하며 어려움을 겪었다. 그러나 윤석민은 팀이 2-3으로 뒤진 6회말 1사 2,3루 상황에서 대타로 등장, LG 두 번째 투수 정찬헌을 상대로 오른쪽 담장을 넘기는 역전 3점 홈런을 터뜨리며 팀을 구해냈다. 이날 MVP는 결승 스리런을 터뜨린 윤석민의 몫이었다.
플레이오프 2차전도 예상과 다른 결과가 나왔다. 2차전 선발 맞대결은 ‘20승 투수’ 앤디 밴헤켄(넥센)과 ‘1승 투수’ 신정락(LG)의 대결이었다. 넥센은 밴헤켄을 앞세워 2연승을 거두고자 했으나 신정락의 호투에 막혔다. 신정락은 넥센 타자들에게 2안타(1홈런)만을 맞고 7이닝 1실점의 쾌투를 펼쳤다. 거의 완벽에 가까운 투구로 넥센의 강타자들을 잠재웠다. 신정락 역시 2차전 MVP에 등극. 화려한 선수들보다 더 화려한 플레이로 주인공이 됐다.
매년 그렇듯 이번 플레이오프에서도 의외의 상황들이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 그리고 그 하이라이트의 중심엔 스타플레이어가 아닌 조연급 선수들이 자리 잡고 있다. 이 선수들은 오르기조차 쉽지 않은 포스트시즌 무대를 밟았고 그 안에서 한 명의 구성원이 돼 가을 드라마를 써내려가고 있다. 어찌 보면 이들의 활약이 있기에 포스트시즌이 더 흥미로움으로 가득차고 있는 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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