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4] 'KS 좌절' LG, 실패보다 강한 전설 썼다
OSEN 윤세호 기자
발행 2014.10.31 21: 49

LG 트윈스의 기적이 막을 내렸다. 최하위부터 한 걸음씩 뚜벅뚜벅 상승했던 LG는 한국시리즈 진출까지 2승을 남겨 놓고 2014시즌을 마쳤다. 이로써 LG의 올 시즌 최종순위는 4위가 됐다.
물론 플레이오프 한 순간 한 순간을 돌아보면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다. 특히 1차전 주루미스와 한 박자 늦은 투수교체는 뼈아픈 역전패로 연결됐다. 4차전 역시 5회초 류제국을 한 번 더 믿고 간 게 김민성의 결승 스리런포로 이어졌다. 당시 불펜에서 우규민과 신재웅이 몸을 풀고 있었지만, 양상문 감독은 류제국에게 5회까지 맡기는 기존 계획을 고수했다. 결국 LG는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플레이오프 시리즈 전적 1승 3패로 한국시리즈 무대를 밟지 못했다.
하지만 적어도 LG 팬들에게 2014시즌은 영원히 잊지 못할 추억이 될 것이다. 시즌 초 그 어느 해보다 깊은 좌절을 맛봤지만, 모든 악재를 극복하며 2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에 성공했다. 준플레이오프에서는 LG보다 18승을 더한 NC를 시리즈 전적 3승 1패로 격파, 12년 만에 포스트시즌 시리즈 승리에 성공했다.

사실 모두가 한 참 전에 끝났다고 생각했다. LG는 정규시즌 51경기째를 치른 6월 7일, 17승 33패 1무로 5할 승률 ‘-16’을 기록했다. 4월 23일 전임 감독의 자진사퇴와 외국인 타자의 부진, 주축 선수의 부상으로 악재가 꼬리를 물었다. 이미 백기를 든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LG는 양상문 감독의 계획대로 우직하게 기적을 향한 단추를 맞춰갔다. 불펜진이 안정을 찾은 것을 시작으로 상승세를 타기 시작했다. 최다연승은 6연승이었지만, 매주 조금씩 5할 승률에 다가갔다.
10년이 넘게 2군 포수였던 최경철은 한국 나이 서른다섯에 신데렐라맨이 됐다. 미운 오리였던 외국인투수 리오단은 우규민 류제국과 에이스 3인방을 구축하며 반전을 썼다. 이병규(7번)는 LG가 그토록 찾아왔던 4번 타자로 올라섰다. 박용택 이진영 정성훈 등 베테랑은 올해도 시간이 흘러가는 것을 거부했다. 
LG는 10월 9일 정규시즌 종료까지 4경기를 남겨둔 시점에서 61승 61패 2무를 기록, 한국프로야구 역사상 처음으로 5할 승률 ‘-16’을 극복한 팀이 됐다. 비록 정규시즌 최종 성적은 62승 64패 2무, 5할 승률에 2승이 모자랐지만, 끝까지 4위를 사수하며 가을잔치 티켓을 따냈다. 준플레이오프에선 스나이더가 진가를 발휘, 상위팀 NC를 무너뜨리는 두 번째 기적을 이뤘다. 한국프로야구 역사상 처음으로 정규시즌 승률 4할대 팀이 플레이오프에 올랐다. 
불과 3, 4년 전만해도 LG는 단점만 부각되던 팀이었다. 모래알 조직력, 형편없는 마운드, 외국인 선수 잔혹사 등. 뭘 해도 결과는 실패였다. 그러나 지난해 11년 만에 포스트시즌 무대에 오르면서 LG 선수들 가슴속에는 ‘자신감’이라는 단어가 크게 자리했다. 올 시즌 팀이 최하위에 머물고 있는 상황에서도 포기한 이는 단 한 명도 없었다. 주장 이진영은 “순위는 올스타전 이후부터 보자. 일단 한 경기 한 경기에 충실하자”고 선수들을 다독였고, LG는 저력을 발휘했다.
LG의 2014시즌은 끝났지만, LG의 야구는 계속된다. 전설을 집필한 양상문 감독의 진짜 시작도 2015시즌부터다. 내년에도 잠실구장에선 승리의 노래가 울려 퍼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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