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는 것만 믿는다’ 슈틸리케의 투명한 선발원칙
OSEN 서정환 기자
발행 2014.11.04 06: 20

과거의 명성과 오명은 필요 없다. 직접 보고 기량이 뛰어난 선수에게만 기회가 주어진다.
울리 슈틸리케 축구국가대표팀 감독은 3일 오전 10시 대한축구협회에서 중동원정(14일 요르단, 18일 이란)에 나설 대표팀 선수 22인 명단을 발표했다.
2014 브라질 월드컵 조별리그 탈락의 불명예를 뒤집어 쓴 박주영(29, 알 샤밥)과 정성룡(29, 수원)의 동반 선발이 눈에 띈다. 월드컵에서의 저조한 기량으로 국민적 원성을 산 두 선수는 이후 태극마크를 달지 못했다. 하지만 슈틸리케는 동등하게 기회를 줬다. 두 눈으로 직접 기량을 보기 위해서였다.

이번에 선발된 누구라도 내년 1월 호주 아시안컵까지 데려간다는 보장은 전혀 없다. 또 월드컵을 뛰었던 선수라고 해서 어떠한 우대도 없다. 이러한 원칙은 나머지 선수들에게도 똑같이 적용되고 있다.
슈틸리케는 화제의 대상 박주영 선발에 대해 “가장 큰 선발 이유는 아시안컵 최종 명단을 발표하기 전 마지막 소집이기 때문이다. 박주영을 볼 수 있는 마지막 기회다. 최근 사우디아라비아 이적 이후 득점을 하고 있지만, 최근 활약을 듣는 것만으로 아시안컵에 소집하는 이유로 충분할 수 없어서 직접 보기 위해 소집했다”고 밝혔다.
분데스리가서 명성을 쌓고 있는 구자철도 우대는 없었다. 슈틸리케가 직접 독일로 날아가 활약상을 지켜보고 구단의 설명을 들은 뒤에 뽑았다. 슈틸리케는 “한국 입국 전 마인츠를 방문해 구자철의 부상에 대해 마인츠로부터 직접 들었다. 오랫동안 부상을 당한 선수임에도 마인츠의 정보는 매우 긍정적이었다”며 구자철 선발 이유를 밝혔다.
2014 브라질 월드컵에서 국가대표팀을 이끌었던 홍명보 전 감독은 취임 당시 ‘원칙론’을 내세웠다. 소속팀의 활약상을 국가대표 선발기준으로 삼겠다고 천명했다. 하지만 홍 전 감독은 나중에 벤치에 앉은 유럽파를 선발하며 “스스로 원칙을 깼다”고 밝혀 신뢰를 잃었다. 결국 불투명한 선수선발은 ‘의리 논란’으로 번지며 홍 감독이 여론에 떠밀려 사임하는 결정적 계기가 됐다.
한국과 아무런 연고가 없는 외국인 슈틸리케는 기대대로 별다른 선입견 없이 선수들을 대하고 있다. 명확한 원칙아래 슈틸리케는 투명하게 선수를 뽑고 있다. 선수선발을 두고 이런저런 뒷말이 오가지 않는 것만으로도 일단 슈틸리케호는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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