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막내 포수 지성준, 눈물의 지옥훈련 체험기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4.11.08 06: 57

"너 또 우냐?".
지난 7일 일본 오키나와 고친다구장. 한화의 마무리캠프가 차려진 이곳은 생지옥이 따로 없었다. 연일 강도 높은 훈련으로 베테랑이든 젊은 선수든 곡소리와 악소리가 뒤섞여있다. 포수들도 예외없다. 우리나이 마흔의 노장 조인성부터 이제 갓 스무살이 된 막내 지성준(20)까지 녹초가 되도록 구른다.
얼마나 가혹했던지 지성준은 훈련 중에 눈물을 보이기까지 했다. 훈련 중 실수를 하면 나머지 선배들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연대책임' 훈련에서 실수를 반복하다 보니 자신도 모르게 울음이 터진 것이다. 올 한해 육성군에서 지성준과 함께 한 신경현 배터리코치가 "너 또 우냐"고 농담한 뒤에야 눈물을 그친 그는 이 악물고 나머지 훈련을 소화했다. 최고참 조인성은 지성준의 어깨를 두드리며 따뜻하게 보듬었다.

지난 2일 저녁에는 훈련을 마친 뒤 고친다구장에서 호텔까지 9.3km 거리를 홀로 뛰어가기도 했다. 훈련 중 포구 동작이 마음에 안 든 김성근 감독이 훈련 뒤 경기장에서 호텔까지 뛰어오라고 지시한 것이다. 취재진이 차량으로 이동하는 중 묵묵히 뛰어가는 그의 뒷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어느 누구 하나 안 보는 끝 모를 밤길, 흙투성이 유니폼의 등번호 117번 지성준은 전력으로 달리고 또 달렸다.
청주고 출신 포수 지성준은 지난해 신인 드래프트에서 지명을 받지 못했고, 연고팀 한화 신고선수로 프로에 발을 디뎠다. 1년 동안 3군 육성군에서 신경현 코치에게 집중적인 지도를 받았고, 시즌 막판에는 2군 퓨처스 경기에 투입되기도 했다. 2군 5경기에서 9타수 2안타 타율 2할2푼1리 1타점 2득점 1볼넷 1사구.
하지만 기록에서 나타나지 않는 잠재력을 인정받았다. 이정훈 2군 퓨처스 감독도 "신고선수로 들어왔지만 지성준의 잠재력이 보인다. kt 조범현 감독님도 좋게 보더라"고 했다. 지금 팀을 떠난 조경택 전 배터리코치도 "지성준이 매력적이다. 앞으로 팀의 미래가 될 수 있는 포수"라고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다.
잠재력을 인정받아 마무리캠프 명단에도 이름을 올렸다. 처음으로 해외에 나와 훈련을 받는다는 지성준은 "숨 막힌다. 선배들도 많이 계셔서 긴장이 된다. 항상 집중해야 한다"면서도 "이렇게 캠프에 따라왔으니 기분은 좋다. 힘들지만 버티면 플러스가 되는 것이니까 일단 열심히 할 뿐이다. 조금이라도 더 배우려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프로에 지명 받지 못해 스트레스를 받았다. 지명이 끝나고서 너무 허무했고, 나머지 아무 생각도 안 들었다. 야구를 관둘까 했다"고 아픈 기억을 떠올렸다. 그쯤 어느 구단에서 먼저 신고선수 제의가 왔지만, 연고팀 한화가 제의하자 주저하지 않고 한화행을 택했다. 그는 "사실 대학에 가고 싶었는데 집안 형편이 안 좋아 프로에 가기로 했다"고 신고선수로서 힘든 길을 택하게 된 이유를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송구와 방망이는 나름대로 자신있지만 순발력과 동작이 많이 느리다"며 "난 지금 당장 1군에 뛸 선수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시간을 많이 두고 생각한다. 하나씩 차근차근 배워가며 1군 선수가 되겠다"고 다짐했다. 신경현 코치도 "처음보다 많이 좋아졌지만 지금 당장 전력으로 보기 어렵다. 하지만 방망이가 좋고, 열심히 하는 친구다. 3~4년 후를 기대하면 좋을 것이다"고 격려했다. 눈물의 지옥캠프에서 살아남는다면 지성준은 한 뼘 더 성장해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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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키나와=민경훈 기자 rum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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