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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S] '26 OUT'까지만 완벽, 염경엽 불면의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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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이대호 기자] 나관중이 쓴 역사소설 <삼국지>를 보면 촉나라 승상 제갈량이 필생의 라이벌인 사마의를 상방곡으로 유인하는 장면이 나온다. 제갈량은 화공을 준비해뒀고 의심 많던 사마의를 끌어들이는 데까지는 성공했지만 마침 비가 내려 화계는 실패로 돌아간다. 제갈량이 한탄하면서 했던 말, 바로 모사재인 성사재천(謀事在人 成事在天: 일을 꾸미는 건 사람이지만 이루는 건 하늘이다)이다.


넥센 히어로즈 염경엽 감독의 별명은 '염갈량'이다. 전술과 전략, 정치까지 모두 능했던 만능 지도자의 표상이 제갈량인데, 염 감독이 그 만큼 뛰어난 감독이라는 뜻의 애칭이다. 감독 첫 해 창단 첫 포스트시즌 진출, 두 번째 해 한국시리즈 진출이라는 업적을 세운 염 감독에게 어울리는 별명이다.


어쩌면 염 감독도 속으로 '경기를 꾸미는 건 감독이지만, 이루는 건 선수'라고 생각했을지 모른다. 5차전, 염 감독의 복안은 계속해서 들어맞았다. 박헌도를 처음으로 선발 출전 시켰는데 6회 선두타자 안타로 출루하며 선취점 발판을 놓았다. 7회 1사 1루에서는 적절하게 소사를 교체, 조상우로 이닝을 끝냈다. 8회에는 조상우가 무사 만루를 만들어주자 손승락을 투입, 위기를 무실점으로 넘겼다.


넥센은 26아웃까지는 문제 없었다. '염갈량'은 '사마중일'을 벼랑까지 끌고갔다. 9회말 나바로의 평범한 땅볼을 유격수 강정호가 실책으로 잡지 못하면서 불길한 기운이 돌기 시작했다. 박한이를 삼진으로 처리, 넥센은 아웃카운트 하나만을 남겨뒀지만 손승락이 안타 2개를 연달아 맞고 끝내기 역전패를 당하고 말았다.


최형우의 2타점 2루타가 나오는 과정도 넥센에 아쉬움이 남는다. 경기 후 염 감독은 "선상수비를 지시했다"고 말한다. 2사 1,3루, 1-0으로 앞선 상황에서 염 감독은 동점보다는 역전을 막겠다는 의지를 드러낸다. 만약 1루수가 선상수비를 했다면 최형우의 강습타구는 안타가 아닌 내야땅볼이 됐을 것이다. 그렇지만 1루수 박병호는 최형우의 끝내기가 나오던 순간 1루를 비워두고 1루주자의 스킵동작을 따라가고 말았다.


제갈량을 좌절하게 한 것이 갑자기 쏟아진 비였다면, 강정호의 9회 실책은 찬물이 되기에 충분했다. 문제는 3차전 패배도 이날 경기와 비슷했다는 점이다. 당시 넥센은 8회까지 1-0으로 앞서다가 2사 1루에서 이승엽의 평범한 뜬공을 중견수와 2루수, 유격수가 모두 잡지 못하면서 동점을 허용했다. 거기까진 괜찮았지만, 9회초 2사 주자없는 가운데 한현희가 나바로를 볼넷으로 내보내고 박한이에게 결승 투런포를 헌납하고 말았다.


염 감독은 경기가 진 날 잠을 잘 이루지 못한다. LG와의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대패를 당한 날에도 아침 7시가 돼서야 눈을 붙였다고 한다. 그 때보다 지금이 훨씬 아까운 상황이다. 수비만 계획대로 잘 됐어도 지금과는 양상이 달랐을 것이다.


이제 넥센은 선택의 여지가 없다. 남은 2경기 모두 이겨야 한다. 이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있을 염 감독에게 11월 10일 밤은 매우 길 것 같다. 선발 오재영의 투구교체 타이밍, 그리고 타순 등 고민할 것은 많다.


cleanupp@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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