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보도' 美 노기자 감동시킨 넥센 팬
OSEN 이대호 기자
발행 2014.11.15 17: 10

도널드 커크는 한국에서만 30년 넘게 머문 칼럼니스트다. 1980년 5·18 민주화항쟁 당시 광주를 찾아 열성적으로 취재를 하기도 했던 그는 대표적인 지한파로 미국 내에서는 한반도 전문기자로 통한다. 미국 최대 일간지 'USA 투데이' 특파원으로 한국과 인연을 맺었던 커크는 현재 자유기고가로 활동 중이다.
커크는 이번 한국시리즈를 현장에서 보고 느낀 걸 정리해 '월드 트리뷴'에 기고했다. 주된 내용은 한국야구가 메이저리그에 비해 매력적인 점이다.
'메이저리그가 한국에서 배울 몇 가지 교훈'으로 시작한 글은 '나는 한국시리즈 6차전을 가서 봤다. 삼성이 11-1로 9회 앞선 가운데 삼성 팬들은 크게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3루쪽을 채운 삼성 팬들은 파란 풍선과 흰색 수건으로 성원을 보냈다. 반대쪽에 있던 넥센 팬들은 와인색 수건을 흔들며 마찬가지로 응원을 했다'고 한국시리즈 6차전 분위기를 전했다.

커크를 감동시킨 건 넥센 팬들이었다. 그는 '넥센 팬들은 크게 뒤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깃발을 나부끼며 팀의 마지막 아웃카운트까지 지켜봤다. 메이저리그는 8회면 많은 관중들이 떠나는데 확실히 한국 팬들이 뛰어난 점이다. 많은 이들이 한국과 미국 야구는 수준차가 있다고 하는데 팬들의 열정은 측정하기 힘들다'고 극찬했다.
커크는 '내가 한국시리즈에서 직접 본 가장 빠른 공은 144km/h 정도였다. 마일로 환산하면 90마일 정도 된다. 메이저리그에서는 94~5마일을 쉽게 볼 수 있는데 그에 비하면 약하다. 타격도 강하지 않다. 홈런이 잘 안 나오는데 11-1로 삼성이 이기는 과정에서도 홈런은 하나뿐'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커크는 제리 로이스터 전 감독과 나눈 말을 소개했다. 커크에 따르면 로이스터는 "한국야구 수준은 더블A에서 트리플A 사이 정도 된다. 과거 나는 박찬호의 사례만 보고 한국인이 메이저리그에서 투수로만 성공을 거둘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추신수라는 선수가 등장해 내 생각을 바꾸게 됐다"고 말했다고 한다. 커크는 '로이스터가 2013년 보스턴 벤치코치를 하면서도 한국 프로야구에 가장 관심을 보였다'고 덧붙였다.
팬들의 열정은 단순하게 수치화하는 게 불가능하다. 대신 커크는 한국 야구장의 치어리더에 주목했다. 그는 '치어리더가 미국에도 물론 있다. 축구장이나 미식축구, 농구장에 가면 볼 수 있다. 그렇지만 야구장에는 거의 없고, 나온다고 해도 더그아웃 지붕에 잠시 모습을 드러낼 뿐이다. 한국은 이와 다르게 치어리더를 위한 특설무대가 있다. 여기에서 치어리더들은 소리치고 노래하고 춤을 춘다'고 감탄했다.
메이저리그 사무국의 고민 가운데 하나는 팬 평균연령이 높아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커크 역시 '메이저리그는 나이 든 백인 남성이 좋아한다는 선입견이 있다. 그렇지만 이번에 한국시리즈를 가 보니 4살짜리 아이가 부모손을 잡고 야구장에 와서 노래에 맞춰 춤을 추더라. 그 밖에도 한국 야구장에는 젊은 커플들이 정말 많이 보였다'고 주목했다.
그래도 한국 프로야구와 미국 메이저리그의 공통점은 있었다. 바로 우승 후 흘러나오는 노래다. 그는 '한국이나 미국이나 우승 후 'We are the champions(Queen)' 노래가 나오는 건 같더라'며 글을 맺었다.
cleanupp@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