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의 시즌' 유한준을 바꿔놓은 한 단어
OSEN 고유라 기자
발행 2014.11.22 06: 13

한 단어가 한 사람을 바꿔놓기는 쉽지 않다. 특히 모험을 즐기지 않던 사람이라면 더 그렇다.
그러나 넥센 히어로즈 외야수 유한준(33)은 올 시즌 단어 한 개를 마음 속에 넣으며 야구 인생의 황금기를 맞았다. 올 시즌 처음으로 20홈런, 3할(.316)을 달성하며 2004년 입단 후 커리어 하이를 기록한 유한준이 올해를 앞두고 택한 단어는 바로 'Reset(리셋)', 이른바 비우기였다.
지난 21일 통화가 닿은 유한준은 "지난 2년간 실패를 겪으며 절박했다. 타율, 홈런 그런 목표는 사치였다. 그래서 하루 하루를 도전한다는 마음으로 임했다. 매일 하루 경기를 끝내면 다시 리셋했다. 안 돼도 빨리 잊고 다시 시작해야 했다. 그렇게 계속하다보니 좋은 성적이 나왔다"고 말했다.

그는 시즌 중반이 지나며 3할이 살짝 넘었다. 염경엽 넥센 감독은 그에게 "3할 싸움을 이겨내야 한다"고 주문했다. 3할이 됐을 때 빼줄 수도 있었지만 염 감독은 그를 계속 기용했다. 유한준은 "사람이다보니 욕심이 있었고 나중엔 '올해도 3할을 못 치나' 걱정이 생겼다. 하지만 그럴 때일 수록 '리셋'이 필요했다. 이번에 그 과정을 넘기면서 더 많은 자신감이 생겼다"고 밝혔다.
유한준을 바꾸는 데는 코치들의 도움도 한몫했다. 이지풍 트레이닝코치는 그의 몸을 바꿔줬고 허문회 타격코치는 그의 마음을 바꿔놨다. 유한준은 "스프링캠프에서 허 코치님이 '너는 7번의 실패를 너무 두려워하는 것 같다'고 하셨다. 그러고 보니 3할이면 성공인데 그 동안 거기까지가 힘들었다"고 말했다. 항상 알면서도 실천하지 못하던 그에게 그 조언은 '터닝포인트'가 됐다.
올 시즌이 그를 바꿔놓았다면 한국시리즈는 사람들이 그를 보는 이미지를 바꿔놓았다. 유한준은 4차전에서 2홈런 포함 5타점 활약, 5차전에서 3번의 화려한 호수비 활약으로 자신의 이름을 제대로 각인시켰다. 유일한 팀내 한국시리즈 3할(.333) 타자다. 그 역시 "지금까지 주목받지 못했다면 이제 조금 이름을 알린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유한준은 큰 의미를 두지 않았다. 그는 "포스트시즌은 시즌과 다르게 팀이 지면 아무 소용이 없다. 우리 팀 선수들 모두 직접 현장에서 보고 느꼈다. 6차전 폭죽은 우리 것이 아니었지 않나. 차마 바라보지 못했다. 내년에는 우리를 위한 기쁨의 폭죽이 되게 하고 싶다"고 각오를 밝혔다.
내년 시즌은 그에게 개인적으로도 큰 의미가 있는 시즌이다. 그는 내년 시즌을 채우면 데뷔 후 처음으로 FA 자격을 갖춘다. 그는 "그래서 '리셋'이 앞으로도 더 중요하다. 지금부터 기술적으로 크게 달라질 수는 없다. 어떻게 마인드 컨트롤을 더 잘하냐가 중요하다. 내년은 체력, 정신력 싸움"이라고 말했다.
데뷔 첫 20홈런을 때려낸 유한준은 "우리 팀에 50홈런, 40홈런 타자들이 많아 대단치 않아 보이지만 개인적으로는 큰 의미가 있는 기록"이라고 했다. 유한준은 항상 그렇게 묵묵하게 자신의 역할을 해왔다. 이제 '멘탈'의 중요성을 깨닫고 있다는 유한준은 앞으로 더욱 스포트라이트의 중심에 다가설 준비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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