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생' 오과장그래의 멜로, 러브라인보다 강하다
OSEN 최나영 기자
발행 2014.11.22 11: 48

멜로는 남(男)-남(男) 사이에도 존재한다.
윤태호 작가의 동명 원작을 영상화 한 tvN 금토드라마 '미생'은 남녀 러브라인이 거의 존재하지 않는 이례적인 한국 드라마. 이는 이 드라마에서 약점보다는 강점으로 작용하고 있는데, 그 만큼 러브라인의 기미가 보일 때면 시청자들의 반발을 얻기도 한다.
일각에서는 연출을 맡은 김원석 감독의 전작이 KBS 2TV '성균관 스캔들'을 상기하며 '1여자-3남자' 구조를 '미생'과 연관짓기도 한다. '성균관 스캔들'에서 메인 멜로 대상이 한 명 있고 나머지 두 명이 느슨한 구조를 이뤘던 것처럼 '미생' 역시 미약하기는 하나 큰 틀이 비슷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정작 이 드라마는 남자-여자가 아닌 남자-남자의 멜로다. 어떤 드라마든 멜로가 없으면 재미가 있을 수없는데, 그런 면에서 '미생'의 멜로는 남자들이 책임지고 있다.
21일 방송된 11회에서는 장그래(임시완)가 동기 안영이(강소라)와 단 둘이 산책을 하는 모습이 그려진 가운데 그래는 자신의 윗옷을 벗어 추운 영이에게 덮여줬다. 영이는 이날 하루종일 그래에게 "남대문 열렸다"라며 장난을 치고 친근감을 드러내왔던 바다. 
하지만 그래의 마음을 요동치게 만든 사람은 정작 영이가 아닌, 옆에 없는 오과장(이성민)이였다. 영이가 무슨 말을 하며 '우리'란 단어를 꺼내자, 그래는 일순간 얼굴을 붉혔는데 이는 영이 때문이 아니였다. 이는 그래의 신입 초반 시절, 오과장이 처음으로 '우리'라고 했던 말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낙하산' 등의 이유로 그래를 밀어냈던 오과장에게서 처음으로 '우리'라는 단어를 들었을 때의 전율. 장그래는 당시를 회상하며 "지난 봄에 그 우리가 고팠었다"라고 말했다.
처음으로 느껴보는 소속감의 짜릿함은 그래를 어린아이처럼 울게 만들었다. 누군가와 간절히 하나가 되고 싶어 하는 마음과 그 과정이 멜로가 아니면 뭘까.
그래는 앞서 만취한 오과장을 집에 데려다주고 그 집 앞에 쓰러져 자는 등 순수하고 귀여운 부하 직원의 모습을 드러내기도 했고, 오과장이 위에서 치이는 모습에 "아무것도 할 수 없어 죄송하다"라고 속으로 말하며 눈물을 흘렸었다. 이날 방송에서는 그래가 승부사 기질을 드러내며 제안한 요르단 사업에 오과장이 나서서 힘을 실어주는 모습이 등장했다.
짝사랑에서 마주보는 사랑이 되는 과정. 더불어 그래는 오과장 뿐 아니라 동기 장백기(강하늘)와도 서브 멜로 라인을 그려내고 있다. 누가 굳이 왜, 그래와 영이의 러브라인을 바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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