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태 KIA 감독, 마무리 캠프에서 찾은 희망
OSEN 이선호 기자
발행 2014.11.28 06: 00

"공감대를 형성했다".
김기태 KIA 감독이 미야자키 휴가시에서 펼친 가을 마무리 훈련을 마감하고 28일 귀국한다. 4주동안 선수들과 마무리 캠프를 마친 김 감독은 "내년 시즌 의욕적으로 열심히 해볼 수 있는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성과를 이야기 했다. 선수들과 4주 동안 동행하면서 김기태 야구를 펼칠 수 있는 토대와 희망을 만들었다는 것이다. 휴가 마무리 캠프에서 KIA 선수들에게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살펴보자. 
▲혼연일체-낙오자는 없었다

훈련시간은 길지는 않았지만 강도는 대단했다. 일과시간이 시작되면 선수들은1시간 20분 동안 전력 달리기를 해야 한다.  러닝은 아침 힘있을 때 뛰어야 한다는 김감독의 지론이었다. 쉴틈없이 80분 동안 뛰고 난 선수들은 모두 그라운드에 쓰러졌다. 그리고  2시간 짜리 타격이 기다리고 있다. 10명의 타자들이 돌아가며 펼치는 타격(토스, 프리배팅)은 살인적이었다. 배팅 막판에는 방망이를 들 힘이 없을 정도인데도 선수들은 이를 악물고 훈련했다. 선수들은 실전에서는 몸을 아끼지 않았다. 이닝교대시 모든 선수들이 전력질주했고 수비와 주루에서는 몸을 날리는 독한야구를 펼쳤다. 그라운드에서는 후회없이 훈련하자는 김감독의 주문이 먹힌 것이다. 단 한 명의 훈련 낙오병이 없었다.
 ▲자발성과 창의력-스스로 문제를 풀어라
팀 훈련 메뉴를 보면 일과전 과외(early work)와 일과후 과외(extra work)를 없애는 대신 자아발전의 시간이 있다. 자아발전은 하루 훈련을 펼치면서 미진했던 부분을 스스로 정해서 신청하는 것이다.  훈련에서 자발성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것이었다. 스스로 문제점을 찾고 보완하는 과정이 있어야 효율성이 크다는 것이 김감독의 생각이다. 김감독은 실전에서는 창의력상을 따로 준다. 일종의 생각하는 플레이를 펼치는 선수들에게 주는 상이다. 경기 도중 발생하는 여러가지 돌발상황에서 잘 대처하는 능력을 키우라는 의미이다. 아울러 감독이 주문하는 근성야구를 펼치는 선수에게도 따로 상을 준다. 선수들은 훈련이나 경기중에 고래고래 악을 쓴다. 서로를 격려하고 하나로 뭉치게끔 자연스럽게 팀워크를 만들기 위한 것이었다.
▲예의와 당당함-프로다운 선수가 되자
김 감독은 선수들에게 야구에 대한 예의를 유난히 강조한다. 머리 염색 및 수염을 기르지 말고 팔짱과 짝다리도 용납하지 않는다. 한 여름에 도입하는 반바지 훈련도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것은 현장의 프런트 직원들도 마찬가지이다. 야구장 안이든 밖이든 보는 눈들이 많고 서로에 대한 예의를 지켜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프로다운 것을 좋아한다. 자신의 얼굴을 책임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유난히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핑계를 대는 것을 싫어한다. 언제나 자기 자신과 팀에게 당당하기 위해서는 자기를 속이거나 남을 속이는 일은 없어야 한다는 것이다. 예의와 당당한 야구를 펼치자는 주문에 선수들도 응답하고 있다.
▲소통-선수들의 입이 터졌다
김 감독은 휴가캠프에 합류해 선수들과의 첫 대면 소감을 밝힌 적이 있었다. "지방팀이어서 그런지 선수들이 착하고 순수했다. 그러면서도 뭔가 주눅이 들어있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래서 김감독이 택한 것은 농담 따먹기였다. 그는 훈련이 시작되면 투수와 야수를 구분하지 않고 이곳저곳 바쁘게 돌아다닌다. 쉴틈없이 선수들에게 농을 건넨다. "애인있냐? 돌아가면 선물로 뭐 줄건데? 하긴 너 자체가 선물이겠구나"며 웃음을 유도한다. 선수들과의 교감을 나누기 위한 것이었다.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내야수 최용규가 갑자기 다가와 "감독님, 꽈당 비디오 봤습니다"고 웃으면서 말 한 것이다. 쌍방울 시절 홈런치고 홈 플레이트 근처에서 꽈당하고 넘어진 화면이 인터넷에 돌아다닌다는 것. 김 감독은 "드디어 선수들이 입이 터지고 있다"며 유난히 기분좋은 얼굴을 했다. 소통이 시작되고 있는 것이다.
▲경쟁-주전들이 긴장한다
김 감독의 스타일은 이미 LG 시절부터 잘 알려진 일이다. 이번 휴가 캠프는 주전들 대부분이 참가하지 않았다. 모두 2군과 1,5군 선수들이었다. 대신 주전들은 함평과 돗토리에서 재활훈련을 했다. 그러나 주전들은 후배들을 통해 휴가캠프의 분위기를 파악하고 있었다. 사실상 김 감독의 스타일이나 야구지론이 사전 교육이 되어 있는 것이다. 벌써부터 주전들과의 교감과 소통을 위한 발판을 마련한 셈이다. 그러나 스프링캠프에서 주전들은 긴징해야 될 것 같다. 김감독이 가을캠프에서 가능성 있는 젊은 선수들을 오키나와 캠프에 대거 포함시킬 가능성이 높아졌다. 오키나와 스프링캠프는 젊고 유망한 선수들에게 기회를 주면서 경쟁을 유도하는 장이 될 것으로 보인다. 어쩌면 김기태 야구를 펼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한 것이 가을캠프의 최대 수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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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야자키=최규한 기자 dreamer@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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