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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익스피어 450년만의 만남, 권력자 처절한 자기응시 '리차드 2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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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강필주 기자] 2014 국립극단 가을마당의 마지막을 장식할 작품은 전 세계적으로 사랑 받지만, 국내에서는 드물게 공연되어 만나볼 기회가 없었던 <리차드 2세>이다.

작품은 리차드 2세가 왕위에서 물러나게 되며 권력의 무상함과 자신의 정체성을 깨닫게 되는 역사극이자 비극이다. 셰익스피어 최고 전성기 시절에 집필한 작품으로 시적인 대사와 인물들의 철학적 깊이가 셰익스피어 작품 중에서도 최고로 손꼽힌다.

최고의 권력자인 왕이 진정한 자기 자신을 마주하게 되는 과정을 그린 <리차드 2세>는 국립극단 가을마당의 주제인 ‘자기응시’를 관통하며 현대의 관객들에게 의미 있는 질문을 던질 것이다. 이번 작품은 유럽에서 주목 받으며 차세대 거장으로 떠오르고 있는 펠릭스 알렉사가 연출을 맡았다.

셰익스피어 탄생 450년을 맞아 국립극단에서 네 번째로 올리는 이번 작품은 현대적 접근과 해석으로 위대한 명작의 변치 않는 가치를 발견하는 무대가 될 것이다.

▲ 차세대 거장 펠릭스 알렉사가 선보이는 리차드 2세의 심리적 여정

<리차드2세>는 셰익스피어가 앞서 집필한 역사극보다 왕권과 정치의 속성을 세련되게 표현했으며 유려한 독백과 아름답고 시적인 대사로 손꼽힌다. <헨리 4세> 1,2부, <헨리 5세>와 함께 두 번째 사극 4부작으로 분류되는 <리차드 2세>는 영국의 역사에서도 가장 민감한 사건인 왕위찬탈을 다룬 매우 정치적인 이야기다.

사극이라는 장르는 역사적 사실에 기초해야 하는 특성상 상상력을 발휘할 수 있는 범위가 제한되어 있고, 민감한 이해관계가 얽혀 있다. <리차드 2세> 또한 작품이 발표된 당시 정치적인 목적으로 공연되었다는 기록이 있다.

그러나 셰익스피어는 역사적 사실을 더욱 강력한 시대의 보편성으로 확장 시켜 그의 예술적인 상상력을 맘껏 펼쳐보였다. 작품 안에는 매우 풍부하고 다양한 층위가 담겨 있어 수많은 해석과 연출이 가능하다. 고전을 도전적이고 탁월하게 재해석하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는 펠릭스 알렉사 연출은 이번 작품을 역사극이나 정치극이 아닌, 한 인간이 자신의 영혼을 탐색하는 여정에 관한 이야기로 그려냈다.

어린나이에 왕위에 올라 왕의 절대적인 권력을 믿으며 폭정을 서슴치 않던 리차드 2세는 사촌인 볼링브루크에게 왕관 빼앗기고 벌거벗은 자신의 모습을 마주한다. 너무도 자명하게 스스로가 왕이었던 그는 그것이 절대 불변의 것이 아님을 깨닫는다. 그것은 사회적 관계의 산물이며 자신을 설명하는 어떤 것도 아니었다. 그의 몰락은 비극이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 과정에서 자신의 진정한 자아를 찾게 된다.

부와 명예 따위로 자신의 존재를 증명하고자 하는 현대인들 또한 각자의 왕관을 지키기 위해 생존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그의 몰락은 우리가 느끼는 위기에 직면하게 하며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작품은 인생의 가치와 삶의 정수, 영원한 것과 동시에 덧없는 것을 이야기하며 끔찍한 상황에서도 좀 더 나은 삶으로 변화 하고자 하는 희망을 제시한다.

▲ 상상력과 서정성이 넘치는 아름다운 화음 같은 무대

리차드 2세가 모든 것을 잃게 되며 겪게 되는 절망과 성숙의 과정을 섬세하게 그려낸 이번 작품의 무대는 국적과 시대를 알 수 없는 어느 곳이다. 물이 흐르고 자갈이 깔린 단순하고 인상적인 무대에서 인물들의 행동과 감정의 변화, 의식의 흐름은 더욱 명징하게 드러난다. 이번 작품에는 원작에 없는 어린 리차드 2세와 왕의 시녀가 등장한다. 아이는 리차드 2세의 현재의 모습과 대비되며 연약한 내면의 순수함과 본질적인 자신의 모습을 상징한다. 음악 또한 작품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며 왕의 시녀가 등장해 부르는 노래는 극의 시적인 흐름을 완성시킨다. 펠릭스 알렉사 연출은 그의 풍부한 예술적 직관과 감성으로 <리차드 2세>를 더없이 아름답고 유려하게 그려낼 것이다. 

▲ 오영수, 김수현, 윤정섭 위시한 국내 최고의 배우들

왕으로서 갖춰야할 덕목을 하나도 지니지 못한 리차드 2세는 이성적이고 리더쉽을 갖춘 인물로 표현되는 볼링브루크와 모든 면에서 대비된다. 리차드 2세는 시대가 요구하는 무능한 왕의 표상, 볼링브루크는 새 시대가 원하는 승리자였다.

하지만 셰익스피어는 그들이 당시의 약해진 왕권의 희생자였음을 간과 하지 않고 둘의 인간적인 면모를 그려냈다. 작품 속에서 리차드 2세는 단지 유약하고 감상적인 인물이 아니라 철학가적, 예술가적 감성을 지닌 인물로 그려진다. 왕일 때보다 하나의 인간으로서 더욱 매력적인 리차드 2세는 독보적 카리스마를 지닌 김수현이 맡았다.

이에 맞서는 볼링브루크 역에는 윤정섭, 리차드왕의 삼촌이자 볼링브루크의 아버지인 곤트 공작은 관록의 배우 오영수가 열연한다. 여기에 윤상화, 백익남 등 연극계의 중추적 배우들이 포진해 셰익스피어 극의 깊이를 더한다.

letmeout@osen.co.kr
<사진>국립극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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