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 위 강혜정, 뇌가 예뻐지고픈 열정의 그녀
OSEN 최나영 기자
발행 2014.12.07 14: 08

무대 위 강혜정은 뇌가 아름다워지고 싶은, 인형 같은 외모의 리타로 분해 객석의 시선을 잡아 끈다. 첫 등장에서부터 여주인공 리타는 머리부터 발 끝까지, 그리고 내뱉는 대사 하나하나로 이목을 집중시킨다. 이 엉뚱하고 유쾌한 리타란 사람은 어떤 여자일까. 그리고 이를 연기하는, 우리가 알고 있는 강혜정은 어떤 배우일까. 저절로 호기심이 드는 100여분이다.
강혜정은 지난 3일부터 서울 대학로 대명문화공장에서 공연 중인 연극 '리타'(Educating Rita)를 통해 관객들을 만나고 있다.
윌리 러셀 원작의 '리타'(황재헌 연출, 수현재컴퍼니 제작)는 주부 미용사 리타가 뒤늦게 배움에 대한 열망을 가지고 평생교육원에 입학해 그 곳에서 권태로운 삶에 빠져있던 프랭크 교수를 만나 두 사람이 서로를 변화시켜가는 과정을 그린 2인극. 교육을 통해 자아와 인생을 찾겠다는 20대 후반의 주부 리타로 분한 강혜정은 철저한 분석과 연구를 통해 본인의 색깔을 벗고 '리타'란 캐릭터 속으로 들어간 모습이다.

강혜정은 인형 같은 외모에서 뿜어져 나오는 괴물 같은 에너지로 관객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미용사에서 늦깎이 대학생이 되기까지 변화하는 과정 속 리타의 헤어 스타일과 의상은 공연의 큰 관전 포인트. 조그만한 얼굴에 인형의 눈코입을 지닌 강혜정의 외모는 절로 감탄을 자아낸다. 하지만 진짜 재미는 이런 외모에서 돌발적으로, 혹인 계산적으로 쏟아져나오는 반전의 대사와 행동들이다.
공연은 흥미로운 문학 강의처럼, 굉장히 지적인데 그러면서도 리타의 엉뚱하고 유쾌한 면모가 긴장을 이완시키고 웃음을 유발한다. "뇌가 아름다워지고 싶다"라며 학구열을 불태우고 스스로를 "머리가 텅텅 비었다"라고 소개하는 리타는 시니컬한 프랭크 교수를 변화시킬 정도로 순수하고 솔직하며 매력적이다. 
강혜정이 연기하는 리타는, 한 마디로 강하다. 스스로의 의지와 선택으로 자아를 찾고자 하는 리타의 주체적이고 열정적인 모습이 실제 강혜정의 모습과 많이 닮지 않았을까, 란 생각을 하게 만든다. 특히 결혼 후 이제는 '하루 엄마'로도 유명한 강혜정이 배우로서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스크린을 넘어 이 같은 공연에 도전하는 모습은 극 중 계속해서 자신을 성장시키고자 채찍질하는 리타의 모습과 일부분 겹쳐보인다.
강혜정은 지난 2010년 연극 '프루프'로 한 차례 무대를 맛본 바 있다. 그는 "사실 굉장히 힘들다 맨날 나와서 연습하는 것도 그렇고, 하다보면 멘붕도 온다.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려고 이러고 있나 싶다"면서도 "근데 그게 연극의 매력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고 연극의 매력에 대해 말한 바 있다.
이런 강혜정을 황재현 연출가는 "예상을 뛰어넘을 정도로 철저하고 분석적이며 준비가 완벽한 배우"로 평했으며, 강혜정과 함께 더블 캐스팅 된 배우 공효진은 "동시대 배우 중 가장 무서웠다. 그의 작품을 보면서 보통내기가 아니라고 생각할 정도로 포스가 느껴졌다. 괴물같이 등장한 여배우"라고 말하기도 했다.
어쩌면 대중은 지금까지 강혜정을 잘 몰랐을 수도 있겠다. 적어도 무대 위 강혜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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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현재컴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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