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라의 도란도란] 88둥이들이 친구 故 이두환을 추억하는 방법
OSEN 고유라 기자
발행 2014.12.21 10: 01

친구를 위해 야구공 대신 치킨 한 접시를 손에 든 이들이 있다.
2006년 청소년야구대표팀 선수들은 지난 20일 서울시 강남구 한 치킨집에서 소아암 환자 돕기 자선호프를 열었다. 지난 2012년 12월 21일 세상을 떠난 故 이두환을 위해 지난해 시작된 자선 일일호프는 올해로 2년째를 맞았다.
선수들은 자선호프를 찾아온 손님들을 위해 빠르지는 않아도 정성스럽게 움직였다. 양현종, 김강, 임태훈, 이용찬, 임익준, 이재곤, 이상화, 김재율, 김남형 등 당시 대회 출전 선수들이 거의 총출동했다. 이들은 쉴새 없이 메뉴 주문을 받고 음식을 나르면서도 중간중간 팬들을 위해 사진을 찍고 사인을 해줬다.

자선호프의 시작은 이두환의 치료비 모금 때문이었다. 그러나 2012년 첫 번째 자선호프가 열리기 하루 전 대퇴골두종양 전이로 고생하던 그가 숨졌다. 그의 잠재력을 마음껏 펼쳐보기도 전이었다. 그를 떠나보낸 선수들은 그의 이름을 세상에 계속 알리기 위해 추모 자선호프를 열고 있다.
그래서 겨울은 '88둥이' 선수들에게 특별하다. 양현종은 "겨울이 기다려진다. 1년에 한 번 이렇게 모여서 자선호프를 하면 다음날 두환이를 다같이 보러 간다. 그때가 좋다. 시즌 때는 항상 모자에 이름을 써놔서 생각나고 겨울은 특히 더 생각난다"고 말했다. 김재율은 "항상 생각나는데 아플 때 두환이가 더 생각난다"며 쓸쓸한 미소를 보였다.
그렇게 떠나보낸 친구를 잊어서는 안된다는 것이 모든 친구들의 생각이다. 김남형은 "선수들도 보통 사람들처럼 아프면 자신의 능력을 펼쳐보지도 못하고 떠날 수 있다. 아픈 사람들이 없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밝혔다. 양현종 역시 "정말 야구 잘했던 친구인데 꽃피워보지도 못했다"며 진한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지난해부터 선수들은 자선호프가 끝난 다음날 이두환을 보러 벽제 납골당에 다같이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한때 두산의 거포 유망주였고 2차 드래프트로 KIA에 옮기자마자 희귀병으로 세상을 떠난 친구가 야구계에서 계속 이름을 남기게 하고 싶은 친구들의 간절한 마음. 그 마음이 야구팬들의 발길을 자선호프로 모이게 했다.
autumnbb@osen.co.kr
=민경훈 기자 rumi@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