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정민이 김윤진을 두 번째 만났을 때....
OSEN 손남원 기자
발행 2014.12.26 08: 14

[OSEN=손남원의 강추비추] ‘국제시장’이 올 겨울 극장가에서 태풍의 눈으로 급부상했다. 감동과 웃음, 그리고 눈물이라는 흥행영화의 3요소를 갖췄고 연출-배우-스토리의 3박자까지 제대로다.
 요즘 관객은 현명하고 지혜롭다. 눈과 귀를 현혹시키는 온갖 영화 마케팅들을 무시하고 좋은 작품을 찾아내는 데 선수들이다. ‘비긴 어게인’의 전세계 통틀어 한국 흥행 1위, 대작들을 따돌리는 다큐멘터리 ‘님아’의 질주 등이 그 예다. 이들은 자칫 밋밋한 한국영화 한 편으로 비춰지기 쉬웠을 ‘국제시장’이라는 숨은 보석을 귀신같이 찾아냈다.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 집계결과에 따르면 '국제시장'은 25일 하루 동안 무려 54만3,246명을 모으며 누적관객 286만여명으로 8일 연속 박스오피스 1위를 달리는 중이다. '님아'와 '인터스텔라' 흥행 열기가 뜨거운 와중에 피터 잭슨의 ‘호빗3’와 같은 날 개봉으로 정면승부를 걸었고 '기술자들' '상의원' 등 한국영화 경쟁작들이 줄줄이 개봉하는 가운데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연말연시 최강자로 자리매김하며 새로운 천만영화의 탄생을 기대하게 만드는 대목이다.  

‘국제시장’ 돌풍의 한 가운데 선 게 윤제균 연출, 황정민-김윤진 주연의 최강 콤비다. 자신의 자전적 이야기를 스크린에 옮긴 윤 감독은 생애 최고의 작품으로 꼽아도 손색없을 명작을 내놨다. 관객을 웃기고 울리며 들었다 놨다, 완전히 부처님 손바닥 신공을 펼치고 있다.
영화 첫 장면, 흥남철수에서는 전쟁영화 저리 가라 할 정도로 손바닥에 땀을 쥐게 하는 스릴을 맛보다가 아차 하는 순간 저절로 첫 눈물방울을 떨군다. 그 후로는 완전히 감독 페이스다. 주도권을 넘긴 관객들은 윤제균의 손 아래서 꼭두각시 인형마냥 움직일 뿐이지만, 영화는 이렇게 볼 때 가장 행복하다.
믿고 보는 두 배우, 황정민과 김윤진은 이번데도 관객 기대를 배반하지 않았다. 천의 얼굴 황정민은 자신의 최다관객 출연작 '신세계' 470만 기록을 깨는 건 물론이고 천만 돌파를 바라보기 충분하다. 20대부터 70대 노인까지를 혼자 책임진 그의 열연에는 새삼 경의를 표하고 싶을 정도다. 어떤 영화에 어느 역할을 맡겨도 100% 이상 해낼 배우라지만 이번 ‘국제시장’에서는 상상 그 이상의 몰입을 과시했다.
그의 연인이자 아내, 그리고 함께 인생을 마감할 반려자로 등장한 김윤진과는 환상의 호흡을 맞췄다. 김윤진은 지난 세기 현모양처의 전형마냥 ‘국제시장’ 속 덕수의 뒤를 오롯이 쫓아가는 지난 세대의 어머니를 때로는 잔잔하면서 때로는 격정적으로 묘사해 공감을 사고 있다. 스포트라이트를 받아야 할 주인공 덕수를 더 빛나게 했던 건 모두 김윤진의 공이다. ‘로스트’ 시리즈 후 월드스타로 세계가 인정하는 한국인, 김윤진의 힘은 과대포장이 아니었다.
여담으로, 황정민과 김윤진은 지난 1998년 당대 한국영화의 흐름을 바꿔놓은 명작 ‘쉬리’에 함께 출연했던 인연을 갖고 있다. 김윤진은 여주인공인 남파공작원 이명현 역을 맡았고, 황정민은 단역 특수조사관으로 분했다. 김윤진은 ‘쉬리’로 그 존재감을 알리기 시작했고 황정민은 아직 때를 기다리고 있던 시기다.
다시 만난 두 사람, 황정민이 김윤진을 만날 때마다 한국영화계는 한 획씩을 더 긋는 모양이다. ‘국제시장’은 이미 감동 드라마 장르의 최단기간 흥행 기록을 모두 다시 쓰고 있다. 덧붙여 할아버지 세대의 고마움을 잊고 살았던 지금 세대들에게 재미와 교훈을 동시에 주는 마술까지 부릴 게 분명하다.
[엔터테인먼트 국장]mcgwire@osen.co.kr
영화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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