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예의 전당 관문에 선 박찬호, 몇 표나 얻을까
OSEN 이대호 기자
발행 2015.01.09 06: 01

'코리안특급' 박찬호(42)가 미국 메이저리그 명예의 전당(Hall of fame: HOF) 2016년 후보에 올랐다.
2010년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에서 은퇴한 박찬호는 2016년부터 명예의 전당 투표용지에 이름을 올릴 자격을 얻는다. 후보에 오르기 위해서는 메이저리그에서 최소 10시즌 이상 활약해야 하며 은퇴한지 5년이 넘어야 한다.
명예의 전당에 올라가기 위해서는 미국야구기자협회(BBWAA) 투표인단의 75% 이상 득표를 받아야 한다. 또한 득표율이 5% 미만일 경우 곧바로 이듬해부터 후보 자격을 박탈당하고, 15년 동안 들어가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마찬가지다. 참고로 올해 투표권을 가진 사람은 총 549명이었고 명예의 전당 입성을 위해 필요한 득표는 412표였다.

이제까지 투수로 명예의 전당에 입성한 선수는 모두 74명. 이들의 평균성적을 살펴보면 253승 176패 3801이닝 2153탈삼진 평균자책점 2.98이였다. 평균치를 넘겼다고 해서 명예의 전당에 무조건 입성하는 건 아니고, 그에 미치지 못한다고 불가능한 것도 아니다. 금지약물 복용 선수는 고배를 마시고 있고, 누적기록을 쌓지 못했어도 짧은 기간동안 인상적인 활약을 펼쳤던 선수는 당당하게 입성했다.
박찬호의 통산 성적은 124승 98패 1993이닝 1715탈삼진 평균자책점 4.36이다. 스테로이드가 범람하던 시대에 전성기를 보냈던 박찬호는 충분히 인정받을만한 성적을 남겼다.
그렇다면 후보에 입성한 박찬호의 위상은 어떨까. 다양한 기록들이 발달한 메이저리그에는 명예의 전당 예측 시스템도 잘 갖춰져 있다. 여기에는 '블랙 잉크'와 '그레이 잉크'라는 것이 있다. 블랙 잉크는 선수가 리그 1위를 차지한 기록이 있다면 점수를 얻는다. 예를 들어 다승과 평균자책점, 탈삼진은 4점이고 출장수는 1점으로 매겨진다. 그레이 잉크는 리그 1위가 아닌 10위 안에만 들어도 점수를 얻을 수 있다.
명예의 전당 입성자들의 블랙 잉크 평균 점수는 40점, 그레이 잉크는 185점이다. 박찬호는 블랙 잉크 3점, 그레이 잉크 46점을 마크하고 있다.
또 다른 기록으로 JAWS(Jaffe WAR Score system)이라는 게 있다. 메이저리그 칼럼니스트 제이 재프가 주창한 기록인데, 해당 선수의 통산 WAR와 전성기 7년 합산 WAR를 합친 뒤 나누면 된다. 누적(통산 WAR)과 임팩트(전성기 7년 WAR)를 모두 반영할 수 있어 각광받고 있다.
2015년까지 명예의 전당에 오른 투수들의 평균 통산 WAR는 73.4, 전성기 7년 WAR는 50.2, JAWS는 61.8이었다. 박찬호는 통산 WAR 20.3, 전성기 7년 WAR 20, JAWS 20.1을 각각 기록했다.
노모 히데오는 이미 작년에 후보에 입성했었다. 통산 성적은 123승 109패 1976⅓이닝 1918탈삼진 평균자책점 4.24로 박찬호와 대동소이하다. 일본인으로 메이저리그를 개척한 첫 주자라는 점도 비슷하다. 다만 신인왕와 노히트게임 달성 등 인상깊은 활약을 펼쳤었다. 그는 모두 6표를 얻어 1.1% 득표율로 첫 해에 후보에서 탈락했다. 그렇지만 그는 "6명이나 나를 명예의 전당에 갈 선수로 봐줘서 고맙다"고 말했다.
현실적으로 박찬호 역시 명예의 전당에 올라가기는 쉽지 않다. 스테로이드 시대에 화려하게 전성기를 보냈던 박찬호였지만 이후 허리부상에 발목이 잡히고 말았다. 그렇지만 동양인 최다승과 메이저리그를 개척한 최초의 한국인 선수라는 점은 큰 상징성을 갖는다. 노모의 말처럼 명예의 전당 입성여부 보다는 후보 등록자체가 영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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