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 참, 사람 취향을 난감하게 만드는 배우다. 박혁권이 분명히 비열한 인물인데 자꾸만 정이 가고 심지어 귀여워 보이는 마성을 발휘하고 있다. 때리고 싶을 정도로 얄미운 인물인데, 박혁권이 연기하니 다르다. 천재적인 두뇌감각이 있는 김래원에게 자꾸 당하는 모습이 이제는 동정심까지 유발하고 있다.
박혁권은 현재 SBS 월화드라마 ‘펀치’에서 이태준 검찰총장(조재현 분)의 심복인 조강재 역을 연기하고 있다. 박정환(김래원 분)과 함께 태준을 총장 자리에 만든 공안 검사 출신의 권력을 움켜지기 위해서는 그 어떤 비리도 저지를 수 있는 인물이다.
정환에 대한 시기와 질투를 기반으로 생긴 자격지심으로 인해 잔인하게 괴롭히고 짓밟았다. ‘펀치’가 만드는 갈등을 부채질하는 인물이기도 하다. 주인공은 아니지만 박혁권은 비열하고 야비한 강재를 입체적으로 연기하며 극의 흡입력을 높였다.
지난 19일 10회가 방송된 드라마는 이제 전환점을 돌았다. 그리고 이 중요한 시기에 박혁권이 연기하는 강재가 극을 뒤바꾸는 열쇠를 쥐고 있었다. 1회부터 정환과 경쟁하고 끊임없이 뒤통수를 치던 강재는 경제와 병역비리 사범을 잡아들여 국민 영웅이 됐다. 강재를 넘어 태준을 무너뜨려야 하는 정환으로서는 큰 벽을 만난 셈.
무지하게도 승기를 잡았다고 생각하는 강재는 이미 어깨가 한껏 올라갔다. 하지만 정환은 강재를 뒷돈 챙기는 ‘스폰서 검사’로 옭아맬 증거를 잡았고 강재를 이용해 태준에게 복수하기 위한 절차에 들어갔다. 아무것도 모르는 강재가 다시 한 번 흥을 주체하지 못하는 모습, 방심하며 승리를 점치는 모습은 다음에 펼쳐질 화끈한 복수가 기대되며 시청자들에게 쫄깃한 재미를 선사했다.
이 과정에서 박혁권의 생동감 있는 연기는 압권이었다. 일희일비하는 강재의 얕은 수를 한없이 야비하게 담으면서도 딸 앞에서 자신의 명예가 추락할 수 있다는 걱정에 어쩔 줄 몰라하며 극도의 긴장감을 표현하는 연기까지 박혁권은 ‘펀치’에서만큼은 강재라는 인물이었다. 인간 박혁권, 배우 박혁권이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로 완벽히 몰입한 연기를 보여주고 있는 것. 특히 어쩐지 웃을 때마다 귀여움이 묻어나는 외모 탓에 강재라는 인물이 더욱 살아 있는 실존 인물처럼 다가오고 있다.
표정 뿐 아니라 목소리, 손끝 하나도 세밀하게 연기를 하는 까닭에 박혁권의 연기 하나하나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 지난 해 JTBC ‘밀회’에서 감칠맛 나는 연기로 주목을 받은 그는 이번 드라마에서 악랄한 악역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연기하며 시청자들의 지지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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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펀치'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