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래원이 섬뜩할 정도로 완벽히 다른 두 얼굴을 선보이고 있다.
SBS 월화극 '펀치'는 자신의 목표를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던 검사가 시한부 인생을 선고받은 뒤 자신이 어질러놓은 질서를 다시 바로 잡고자 고군분투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김래원은 극 중 시한부 인생을 선고받은 검사 정환을 연기하고 있다.
그는 자신이 만들어놓은 괴물 이태준(조재현)을 몰락시키기 위해 고군분투하지만, 매번 이태준은 다른 구멍을 파고 도망다닌다. 정환은 애초 일을 위해 사는 냉정한 인간이었다. 자신의 목적을 위해 피도 눈물도 없었던 인간이었던 것. 김래원은 초반 이런 정환을 연기하며 웃음기를 싹 지운 모습으로 날카롭고 차가운 캐릭터를 표현해냈다.
그러던 정환이 시한부를 선고받고 주변을 둘러보기 시작한다. 일 때문에 내팽겨쳤던 가족을 다시 보게 되고, 특히 이혼한 아내에게 거의 맡기다시피한 딸과 같이 살면서 시간을 보낸다. 가족의 소중함을 새삼 깨닫게 된 정환은 이들과 함께하며 얼음장같은 표정을 지운다. 김래원은 정환의 심경의 변화에 따라 달라진 표정연기를 선보였다.
특히 딸과 있을 때 정환은 애틋함과 따뜻함 때로는 슬픔이 공존하는 전혀 다른 사람이 된다. 26일 방송에서도 정환은 딸이 준비한 자신의 생일파티에 이런 복합적인 표정들을 여실히 드러냈다. 딸 예린은 아버지의 병을 모른채, 작은 케잌을 들고 정환의 방을 찾는다. "작은 거 준비해서 미안하다. 내년에는 더 큰 케잌을 준비하겠다. 100살까지 살아달라"고 말하는 딸에게, 정환은 그 어느 때보다 따뜻한 눈빛으로 딸을 쳐다본다. 그리고 곧 자신의 상황을 생각하며 눈물을 글썽였다.
태준을 잡기 위해 고군분투할 때의 정환은 세상 그 누구보다 냉철한 이성을 가진 남자지만, 딸과 있을 때는 한없이 따뜻한 남자로 변했다. 물론 이런 정환을 정확하게 표현하고 있는 사람은 김래원이라는 배우다.
그 어떤 드라마보다 클로즈업이 많은 '펀치'. 김래원의 야누스적인 표정 연기를 보고 있자면 얼굴만 나오는 화면이 전혀 지루할 틈이 없다. 죽음을 향해 가고 있는 정환. 태준을 잡았을 때, 또 죽음의 그 순간, 정환은 어떤 얼굴을 또 우리에게 보여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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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펀치'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