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윤표의 휘뚜루 마뚜루]야구인 첫 한국여자야구연맹 정진구 회장, “2016년 세계여자선수권 대회 4강 목표로 매진”
OSEN 홍윤표 기자
발행 2015.01.30 11: 41

이 나라 아마추어 야구단체의 수장은 지난 해 6월까지 모두 정치인 일색이었다. 대한야구협회(이병석)를 비롯해 국민생활체육전국야구연합회(김학용), 대학야구연맹(박성호), 한국여자야구연맹(김을동) 등 4단체의 회장직을 하나같이 새누리당 국회의원이 맡고 있었다. 6월 말에 김을동 여자야구연맹 회장이 새누리당 최고위원 선출과 관련, 사표를 던지고 떠나갔지만 다른 3단체는 아직 변화가 없다.
지난 해 11월 3일 국회는 국회공보를 통해 이 3단체의 회장들을 포함 체육단체나 장학회, 동문회 등 각종 단체장을 맡고 있는 국회의원 42명(총 55건)에게 겸직불가나 사직을 권고했다. 그에 앞서 정의화 국회의장은 이미 겸직금지 의원 명단을 확정하고 10월 31일에 해당 의원들에게 통보했다. 하지만 야구단체장들은 여전히 이런 저런 이유로 ‘버티기’를 하고 있는 중이다. 
체육단체에 유난히 정치인들이 많이 포진하고 있는 것은 물론 정치인들과 경기단체, 경기인들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진 탓이다. 경기인들이 특히 현역 정치인들의 힘을 이용해 단체의 현안을 해결해 보려는 뜻이 작용한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 국회위원들이 경기인들의 바람대로 움직인 사례는 별로 없고 다만 정치적인 이익을 찾는 데만 혈안이 되거나 그네들의 이름을 알리는데 몰두하는 것이 숨길 수 없는 사실이다.

그래서 아마추어 야구단체를 바라보는 많은 야구인들 사이에서 ‘이젠 신물이 난다.’는 소리가 터져 나오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어떤 단체의 회장은 공식적인 행사에 얼굴조차 내밀지 않는가 하면, 대학야구연맹의 경우 재정이 열악한 대학야구팀들에 조직 운영비 갹출을 강요하는 등 억지 행정으로 빈축을 사기도 했다. 심지어 여자야구연맹의 김을동 전 회장은 지난해 6월말에 연맹 사무국에 사표를 내면서 한국‘여성’야구연맹으로 표기를 잘못하는 어처구니없는 실수를 저지르기도 했다. 무신경의 극치가 아닐 수 없다.
이런 마당에 지난해 12월 20일 한국여자야구연맹이 대의원총회에서 야구인 출신인 정진구(66) 연맹 부회장을 제4대 회장으로 선출한 것은 바람직한 결과라고 할 수 있겠다. 체육단체 회장을 맡고 있는 모든 정치인들이 다 같은 것은 아니겠지만 대부분은 그저 정치적인 이유로 왔다가 어느 순간, 뒤도 돌아보지 않고 단체를 내팽개치다시피 훌쩍 떠나가는 게 현 실정이다. 
한 야구인은 “관심과 열정이 없는, 그저 정치적 이용에만 혈안인 정치인들이 단체의 장을 맡는 일은 더 이상 없어져야할 구태이다. 경기인들도 권력에 기대 무얼 하겠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고 꼬집었다. 그의 말은 여전히 권력의 힘으로 현안을 해결해보려는 안이한 발상에 침을 놓은 것이다.
이런 흐름 속에 여자야구연맹이 정진구 신의개발 대표를 새 회장으로 선임한 것은 체육단체장 선임 기류에 큰 변화를 부를 수 있는 신호로 볼 수 있다.
여자야구연맹 신임 정진구회장은 성남고, 단국대를 거쳐 육군과 기업은행에서 중견수로 활약했다. OB 베어스, 태평양 돌핀스, 현대 유니콘스 야구단 프런트에서 행정 능력을 길렀던 유능한 야구인이다. 현대해상 계열사 대표를 거친 정 회장은 현재는 신의개발 대표이사로 전문경영인의 길을 걷고 있다.
정 회장은 한국여자야구연맹의 창립(2006년)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여자야구의 육성과 저변확대를 위해 아낌없는 노력을 기울여온 인물로 그야말로 여자야구연맹을 이끌어갈 적임자로 야구인들은 평하고 있다.
야자야구연맹은 “총회에서 특히 2016년 기장군에서 열리는 세계여자야구월드컵을 대비한 조직위원회 가동 등 준비에 만전을 기하기로 하였다.”고 설명했다. 아직 수준이 세계 정상급에 못 미치는 한국 여자야구가 세계여자야구선수권대회를 발판 삼아 도약을 꾀하겠다는 뜻이다.
정진구 신임 회장은 ‘여자야구의 자생력’과 내구성을 튼튼히 기르기 위해 앞장설 각오를 밝혔다. 
그의 앞에 놓여 있는 가장 큰 현안은 제7회 세계여자야구선수권대회이다. 2016년에 부산 기장군에 들어서게 될 한국야구박물관 건립에 발맞춰 8월 말이나 9월초께 박물관 부설 야구장에서 대회를 치를 예정이다.
정진구 회장은 “여자야구연맹은 연간 4억 원 가량의 예산으로 전국규모 4개 대회를 소화하고 있다”면서 “현재 연맹에 41개 팀, 선수 850명이 등록돼 있다. 숫자는 많은데 클럽 팀이 중심이고 생활체육 비슷한 동호회 성격이 강하다. 직장을 다니면서 하는 운동이어서 엘리트 체육과는 거리가 있다”고 현황을 짚었다.
세계여자야구선수권대회와 관련, 정 회장은 “총예산 15억 원 규모로 세계 대회를 치를 작정이다. 세계대회 기준 매뉴얼에 따른 참가하는 나라에 대한 숙식비와 체류비 등 기본비용을 감안하면 스폰서나 방송 중계권료 등으로 10억 원 이상 재원을 마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제7회 세계여자야구선수권대회에는 전 대회에 비해 참가국이 4팀이나 더 늘어난다. 8개국에서 12개 4팀이 참가를 신청, 예산도 훨씬 더 들게 됐다. 
한국여자야구연맹은 여자야구에 대한 관심과 참여, 인식이 나날이 달라지고 있어 여러 기업들이 스폰서로 참가하게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아직 한국여자 야구의 수준은 세계 정상권과는 거리가 있는 게 현실이다. 주최국인 만큼 성적에 대한 기대치가 높긴 하지만 착실하게 실력을 길러야할 시점이다.
정진구 회장은 “세계여자야구는 일본이 최강이고, 미국과 캐나다, 호주, 대만 등이 5강을 형성하고 있다. 우리는 6, 7위 수준인데, 기간이 짧긴 하지만 세계대회에 대비해 상비군을 운영해 대표 선수층을 넓히고 우승은 힘들겠지만 4강을 목표로 노력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큰 외침은 없지만, 한국여자야구도 새 회장을 중심으로 내실을 다지며 정상권에 발돋움할 채비를 갖춰나가고 있다. 야구계도 이제는 야구에 대한 열정과 깊은 식견을 갖춘 인물들이 행정을 이끌 때가 됐다. 비단 야구단체 Q1ns만 아닐 것이다.
이쯤에서 공자님 말씀을 빌리자면, ‘군군신신부부자자(君君臣臣父父子子)’, 저마다 제자리를 찾아가야 한다.  옛 비유라 뭣하지만, ‘임금은 임금답게, 신하는 신하답게, 아버지는 아버지답게, 아들은 아들답게’ 각자가 자신의 분수와 명분에 맞게 행동해야 한다는 뜻이다.  정치인은 정치나 똑바로 하고, 이제 체육 판을 기웃거리는 일은 그만 둬야 한다. 체육인들도 정치인에 기대 알량한 파이에 들러붙는 작태를 그만둬야할 때다.
/홍윤표 OSEN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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