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혁 코치 "넥센 투수들, ML 목표로 삼아라"
OSEN 이대호 기자
발행 2015.01.31 06: 17

"우리 투수들이 약하다고 하는데, 사실 방망이가 너무 강한거에요. 투수들 나쁘지 않아요. 방망이가 너무 강하다보니 그렇게 보이는 것 뿐이죠."
넥센 히어로즈 신임 투수코치 손혁(42)은 요즘 투수들 칭찬하기에 바쁘다. 불펜피칭이 끝난 투수를 불러다가 좋은 점을 찾아서 칭찬해주고 어깨를 두드린다. 베테랑부터 어린 투수들까지 손 코치의 칭찬을 듣고는 신이 나서 공을 던진다. 손 코치는 "정말 우리 투수들이 좋아져서 칭찬을 해주는 것뿐"이라고 말하지만, 분명히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
넥센에는 '미완의 대기'들이 많다. 타자들은 잠재력을 뻥뻥 터트렸지만, 투수들은 아직 알을 깨지 못한 선수들이 있다. 손 코치의 임무는 이들을 마운드 위에서 싸울 줄 아는 투수로 만드는 것이다.

손 코치는 "불펜에서 던지던 것처럼 마운드에서 던지도록 만드는 게 내 목표"라고 말한다. 손 코치가 그렇게 선수들에게 자신감을 불어넣기위해 노력하는 이유가 있다. 자기자신이 현역 때 그렇게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손 코치는 선수생활을 할 때에 가장 기억에 남는 경기로 1998년 현대와의 한국시리즈 3,6차전을 꼽는다. 3차전은 손혁이 중간투수로 등판해 승리투수가 됐었고, 6차전은 선발로 나섰지만 패전투수가 돼 현대의 우승 샴페인을 눈물로 지켜봐야만 했다. 손 코치는 "6차전에서 내가 내 공에 자신이 없어서 자꾸 도망다니는 피칭을 했다. 그리고 이숭용 선배한테 결승홈런을 맞고 경기에서 졌다. 경기가 끝난 뒤 포수였던 김동수 선배가 '공이 좋았는데 왜 자꾸 도망다니냐'라고 말하더라. 어쨌든 프로에서 가장 많이 울었던 경기"였다고 회상했다.
자기 공을 믿지 못한 게 가장 후회스러웠다는 손 코치. 투수에게 중요한 것은 자신감인데 이를 넥센 선수들에게 심어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또한 손 코치는 넥센 투수들에게 "메이저리그를 목표로 삼아라"고 조언한다. 물론 모든 선수들이 류현진이나 강정호처럼 되는 건 현실적으로 어렵다. 그렇지만 손 코치는 "목표를 높은 곳에 잡아야 바로 그 아래 단계까지는 도달한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손 코치는 친구 박찬호의 일화를 소개했다. "나랑 찬호, (홍)원기가 어릴 때 같이 공주에서 야구를 했는데, 찬호가 산 하나를 뛰어 올라가자고 하더라. 나는 그 전까지 걸어서 올라갈 생각은 했어도 뛴다는 건 상상도 못했다. 찬호가 뛰어서 올라가는걸 보고나니 나도 거길 뛰어서 올라가게 됐다. 생각해보면 찬호는 그 때부터 항상 더 높은곳을 바라봤었다. 내가 한국 프로야구만 보고있을 때, 찬호는 이미 메이저리그를 목표로 삼고 있었던 것 같다."
투수에 대한 새로운 학설을 소개하는 책을 쓸 정도로 공부를 많이 하는 '학구파' 손 코치지만, 지금은 선수들의 자신감을 불어넣는데 온힘을 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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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프라이즈(애리조나)=손용호 기자 spjj@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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