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치기 대신 니킥’ 뜨겁게 달아오른 장충체육관
OSEN 서정환 기자
발행 2015.02.02 06: 35

‘스포츠의 메카’ 장충체육관이 이번에는 종합격투기로 뜨겁게 달아올랐다.
‘굽네치킨 ROAD FC 021’ 1일 오후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개최됐다. 이날 장충체육관은 하루 종일 종합격투기의 열기에 휩싸였다. 오후 3시부터 유망주들의 경기인 ‘영건스’가 쉴 새  없이 펼쳐졌다. 잠시 숨을 고른 오후 8시부터는 ‘얼짱 파이터’ 박지혜(25, 팀 포마), ‘감성 파이터’ 서두원(34, 팀원) 등이 총출동해 열띤 열기를 뿜어냈다.
1963년 개장한 장충체육관은 숱한 스포츠 영웅을 배출한 명소다. 1966년 6월 25일 김기수는 WBA 주니어미들급 타이틀전에서 벤베누티(이탈리아)를 2-1로 꺾고 한국복싱 사상 최초로 세계챔피언에 올랐다. 1960~70년대 김일의 호쾌한 박치기와 장영철의 드롭킥으로 대표되는 프로레슬링의 메카도 장충체육관이다. 

1983년 장충체육관에서 출범한 농구대잔치는 ‘전자슈터’ 김현준과 ‘슛도사’ 이충희가 맞대결을 펼치기도 했다. 국민장사 이만기의 전설도 여기서 탄생했다. ‘배구스타’ 장윤창과 강만수의 시원한 스파이크도 빠질 수 없었다. 국민들의 웃음과 눈물이 어우러진 역사의 증거가 바로 장충체육관이었다.
하지만 노후화된 장충체육관은 어느새 천덕꾸러기로 전락했다. 88올림픽을 계기로 잠실실내체육관 등이 생기면서 한국을 대표하는 체육관 자리도 내줬다. 2012년 5월 326억 원의 예산을 쏟은 장충체육관 리모델링 사업은 2년 7개월 만에 마무리됐다. 새 옷으로 갈아입은 장충체육관은 2015년 1월 17일 재개장했다.
시대가 변하면서 즐기는 스포츠도 달라졌다. 최근 가장 인기가 높은 종합격투기 ‘굽네치킨 ROAD FC 021’이 장충체육관에서 개최됐다. 이날 장충체육관 5000석은 모두 매진됐다. 일반석 5만원, A석 14만원이란 만만치 않은 가격에도 불구, 입추의 여지가 없었다. 높아진 격투기의 위상을 실감케 하는 대목이었다.
이날 대진 중 유독 한국선수가 미국 및 일본선수와 대결하는 경우가 많았다. 애국심이 발동한 관객들은 자연스럽게 ‘대~한민국’ 응원구호를 함께 외쳤다. 체육관이 쩌렁쩌렁 울리자 50년 전 프로레슬링의 열기가 되살아난 착각을 줄 정도였다. 특히 제3경기 김창현 대 사시키 신지의 대결이 인기였다. 비록 졌지만 김창현은 얼굴이 피범벅이 된 상황에서도 끝까지 경기를 포기하지 않아 많은 박수갈채를 받았다.
남성들만 격투기를 즐기리라는 생각은 금물이었다. 경기를 보러 온 여성 팬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 남성들은 비키니차림의 ‘로드걸’에게 시선을 떼지 못했다. 종합격투기에서만 볼 수 있는 새로운 풍경이었다. 새 단장을 마친 장충체육관은 이제 ‘종합격투기의 성지’로 새로운 스포츠 시대의 개막을 예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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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충체=곽영래 기자 youngra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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