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주 은퇴식 논란, 이제는 끝낼 때다
OSEN 조인식 기자
발행 2015.02.05 05: 59

김동주(39)가 은퇴를 발표하고 적잖은 시간이 흘렀지만 은퇴식에 대한 논란은 아직도 거세다. 전 소속구단인 두산 베어스가 김동주의 은퇴식을 거행해야 하느냐 혹은 마느냐를 두고 여론이 갈리고 있다.
야구선수로서 김동주는 기록만 놓고 보면 영예로운 은퇴식은 물론 영구결번도 아깝지 않은 선수다. 1710안타와 273홈런, 1097타점은 모두 두산의 프랜차이즈 통산 최고 기록이다. 이승엽을 비롯한 강타자들이 즐비했던 대표팀에서도 4번타자는 김동주였던 적이 가장 많았다.
하지만 다른 문제가 있었다. 주변의 평가를 종합하면 김동주는 그라운드 안에서와 밖에서의 모습이 다른 선수였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타석 안과 밖으로 구분해야 한다. 꼭 야구장 밖이 아니더라도 타격만 마치고 벤치에 들어오면 태도가 크게 달라졌고, 때로는 덕아웃에서 보이지도 않았다는 것이 주변의 전언이다.

선수생활 말미에는 더욱 심해졌다. 일례로 마지막으로 1군에 있던 시즌에는 경기 출전을 놓고도 코칭스태프의 공분을 사기도 했다. 광주 원정에 동행 중이던 김동주는 2013년 4월 10일에 경기장까지 갔다가 몸살로 병원에 갔다. 당시 KIA 선발은 헨리 소사였는데, 김동주 없이 팀은 연장 끝에 3-4로 패했다. 다음날인 11일 KIA 선발이 에이스 윤석민으로 예상됐다가 다른 투수로 변경됐다는 소식에 김동주는 출전 의지를 내비쳤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김진욱 전 감독은 김동주를 배제한 채 경기에 나섰고, 두산은 9-0으로 승리했다. 이후 얼마 뒤 부상으로 재활군에 내려간 그는 다시는 1군에 올라오지 못했다. 김진욱 전 감독은 물론 송일수 전 감독도 사령탑에 있는 동안 김동주를 한 번도 부르지 않았다.
이제와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김동주의 다른 과오들까지 꺼내 이야기하는 것은 다소 부적절한 면도 있다. 그라운드를 떠나기로 결심한 선수에게는 가혹한 벌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김동주에게 은퇴식과 영구결번의 자격이 있다면, 반대로 그렇게 되어서는 안 될 이유도 분명 존재한다. 그래서 논란이 끊이지 않는 것이고, 구단도 속 시원히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것이다.
사실 한 팀에서 홈런을 273개나 날린 뒤 다른 팀에서 한 경기도 뛰지 않은 타자의 은퇴식 여부를 놓고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는 점 자체가 김동주에게는 굴욕이다. 두산에 몸담고 있는 동안 구단 프런트 직원들에게 김동주가 어떤 사람이었는지는 이것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설명된다.
다른 팀들의 생각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2012 시즌을 앞두고 조인성을 영입했던 SK의 한 관계자는 “김동주가 시장에 나왔더라도 조인성을 택했을 것이다. 팀워크 부분에서 조인성에 더 점수를 줬다”며 경기 외적인 면에서 두 선수가 보이는 차이에 대해서도 간접적으로 언급했다.
또한 최근 김동주와 협상이 결렬된 kt의 고위관계자 역시 “구단 이미지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지만 조범현 감독님이 요청하셔서 협상을 했다”고 할 정도로 김동주에 큰 관심이 없었다. 이 관계자의 논리대로라면 김동주는 심하게 말해 ‘데려오면 구단 이미지를 망칠 선수’인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타석에 선 김동주는 말이 필요 없는 선수였지만, 다른 의미로 타석을 벗어난 김동주 역시 특별한 설명이 필요하지 않은 선수였다. 프랜차이즈 스타였지만 프랜차이즈에 대한 존중은 없었고, 이러한 모습에 지금은 팬심마저도 상당부분 등을 돌린 상황이다.
두산의 태도는 여전히 미온적이다. 두산의 한 관계자는 “아직 논의되지 않은 사안이다. 추후 논의가 있겠지만, 우리 소속 선수가 아니기 때문에 선뜻 다가가기 힘든 점도 있다”고 밝혔다. 이 시기에 구단은 모든 역량을 전지훈련 지원에 쏟아야 하는 만큼 이미 떠난 김동주의 은퇴식이 크게 중요하지는 않은 것도 맞지만, 이를 차치하더라도 우호적인 분위기가 아닌 것 역시 사실이다.
하지만 두산 역시 이제는 공식적인 계획을 공개할 필요가 있다. “이제 우리 선수가 아니다”라는 식의 소극적인 자세로만 일관해서는 곤란하다. 김동주는 두산을 떠났지만 두산 유니폼만 입었던 선수다. 두산이 입을 열지 않아 논란이 계속되고 있는 부분도 있다. 은퇴식을 해주겠다, 혹은 해주지 않겠다는 분명한 입장 정리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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