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구정백야' 김민수 "임성한 작품 꼬리표? 신경 안써요"[인터뷰]
OSEN 황미현 기자
발행 2015.02.12 08: 38

남들은 '압구정 백야' 속 데스노트 첫 번째 희생양이라고 말했다. '오로라 공주'에서 그랬듯 시청자들의 예상보다 한 발 앞서 뜬금 없이 죽음에 이르렀다. 김민수는 배역과 헤어질 준비가 덜 된 채로 그렇게 죽음을 맞이했다.
김민수는 최근 방송된 MBC 일일드라마 '압구정 백야'에서 우연히 만난 조폭들에 의해 다소 허무한 죽음을 맞이했다. 꽤 큰 분량의 조연으로 활약했던 김민수의 죽음은 '임성한의 데스노트가 시작됐다'는 평가를 받으며 크게 화제가 됐다.
김민수 역시 시청자와 마찬가지로 죽음에 이르리란걸 늦게 알게 됐다. 캐스팅 당시에는 이렇게 빨리 드라마와 이별하게 될 줄은 몰랐다. 그러나 그는 이해했다. 임성한 작가의 드라마에 출연하며 사람 사는 것과, 언제 닥칠 지 모르는 불행, 우연인 것 같지만 어쩌면 가능한 상황들에 대해 받아들였다.

김민수는 지난 11일 '압구정 백야'에서 죽음으로 가장 먼저 하차하게 된 이후 OSEN과 인터뷰를 가졌다. 아무래도 첫 질문은 '죽은 소감'이 될 수 밖에 없었다.
"처음에는 당황했어요. 그러나 이내 재미있게 촬영 했죠. 죽는 것이 방송되기 3주 전쯤이었을 거예요. 임성한 작가님이 전화를 통해서 안부 인사를 전한 뒤 '어떻게 하냐. 이제 죽음에 이르게 된다'고 하시더라고요. 상상도 못했던 일이라 정말 놀랐죠."
김민수는 극 중 다소 뜬금 없는 죽음을 맞이했다. 박하나와 결혼 후 '우연히' 조폭 무리들을 만났고, 그 중 '우연하게' 시비가 붙어 싸움을 벌이다 죽음을 맞았다. 박하나와의 말랑말랑한 연애 장면 이후 등장한 아무도 예상 못한 죽음이었다. 역시 임성한 작가다운 충격적인 하차 방식이자, 원하는 결말로 가기 위한 지나치게 화끈한 방법이기도 했다.
"극 중 조나단이 죽는다는 건 알고 있었던 상황이었는데, 이왕이면 좀 더 멋있게 죽었으면 했죠.(웃음) 그런데 또 다른 방향으로 생각해보면, 임 작가님이 사람 사는 이야기를 리얼한 대사 등으로 담아내는 분이다 보니, 사람이 어쩌면 이렇게 죽을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김민수가 본 임성한 작가는 어떤 사람일까. 베일에 가려진 임성한 작가는 의외로 편안한 사람이었다. 배우들과 소소한 대화를 나누고, 배우들의 습관을 캐치해 대본에 넣는 세심한 인물이었다.
 
"임 작가님이 스태프들과 배우들에게 밥을 산 적이 있어요. 저도 물론 임 작가님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서 살짝 긴장했는데 편안하게 다가와서 안부도 묻고 하시더라고요. 생각과 전혀 다른 분이세요. 배우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 주고, 좋은 이야기도 많이 해주시죠."
임성한의 작품에서 크게 인지도를 얻은 배우라면, 적어도 한 동안은 '임성한 꼬리표'가 붙는다. '그 작품에 나왔던 그 배우'로 인식되기 쉽다. 더욱이 임성한 작가와 같은 스타 작가이면서도 논란을 몰고 다니는 작가라면 더욱 그렇다.
"임성한 작가님의 작품들을 즐겨 봤었고, 그렇기 때문에 오디션에도 임했던 거잖아요. 오디션 현장에 수 백명의 배우들이 있었어요. 임 작가님 작품에 출연하게 된 건 제가 선택한 일이자 영광스러운 것이기 때문에 꼬리표가 붙는다 해도 전혀 신경쓰지 않아요. 연기자로서 그런 것들을 신경써도 안되고요. 오히려 같이 작품에 임했던 대선배님들에게 많이 배웠어요. 얻은 것이 더 많죠."
사실 김민수 역시 종종 이해할 수 없는 장면과 대사가 있었다. '이 부분에서 왜 이런 대사가 나오는 걸까' 의구심이 들었다. 그러나 이해하려고 하기 보다는 한 발짝 뒤에서 작품에 녹아들기 위해 노력했다.
 
"임 작가님은 사람들이 만나서 흔히 하는 대화들을 대사로 많이 써요. 어떻게 보면 다 사람 사는 이야기들이죠. 정말 우리 곁에 있는 이야기들이요. 종종 이해되지 않는 대사도 물론 있죠. 그렇지만, 임 작가님 특유의 사람사는 이야기들에 대한 믿음이 있기 때문에 한 발짝 뒤에서 녹아들려고 노력했어요. 그러다 보니 최근 화제가 됐던 맹장 중 방귀 장면은 오히려 재미있더라고요. 진지한 상황에서 뜬금 없는 행동이지만, 생각해보면 자연스러운 일이에요. 현실을 그대로 반영한거죠. 임 작가님 작품에는 '그냥'이란 없는 것 같아요."
김민수는 연기 생활 8년차 배우다. 영화와 드라마 단역 조연에 이르기까지 지금의 김민수로 차근히 성장했다. '압구정 백야'를 통해 스타 작가, 이보희 등 대 선배들과의 호흡 역시 그에게는 영광이었다. 다만 조금 일찍 드라마와 작별한 것이 아쉬울 뿐이었다.
"조나단 역할에 대해서 애착이 커요. 또 작품을 통해 좋은 사람들도 많이 알게 됐고요. 감독님이나 주변 사람들, 스태프들과 이야기 하는 시간들이 즐거웠어요. 일찍 헤어지는 건 좀 속상한 일이죠. 제가 맡았던 조나단과 헤어져야 하니까요.".
goodhmh@osen.co.kr
민경훈 기자 rumi@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