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현대차 '아슬란', 선입관의 전과 후
OSEN 최은주 기자
발행 2015.02.14 10: 16

이렇게까지 안티가 심한 모델이 또 있을까 싶다. 신형 ‘제네시스’와 ‘LF 쏘나타’가 나왔을 때도 말이 많았지만 이 녀석에 대한 시장의 따가운 눈총은 그 정도가 심하다. 시승을 위해 도로를 나가면 시승차 외의 ‘아슬란’은 거의 발견할 수가 없다. 시승자도 괜스레 움츠려 들곤 했다.
▲ 디자인
시승을 하는 동안 ‘그랜저’와 유사한 디자인, 애매한 포지셔닝 등 ‘아슬란’의 문제점으로 지적 받은 부분들을 최대한 배제하고 차만 느껴보자라고 다짐을 했다. 편견에 사로잡힐 것 같아서였다. 주차장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는 새하얀 ‘아슬란’을 보고 있자니 두툼하면서도 수직의 직선으로 채워진 헥사고날 그릴의 전면부는 남다른 존재감을 뽐내고 있었다.

‘아슬란’은 터키어로 ‘사자’를 뜻하는데, 이름 때문인지 전면부가 전체적으로 사자의 형상을 하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안개등을 감싸고 중앙까지 내려온 공기흡입구의 크롬장식은 사자의 이빨처럼 보이기도 한다. 여기에 LED데이라이트가 인상적인 헤드램프는 기존 모델들보다 덜 치켜 올라 스포티함과 젊음보다는 중후한 멋을 추구했다.
또, 라디에이터그릴의 직선 외에는 전체적으로 수평의 직선을 사용해 안정감과 볼륨을 강조했다. 보닛이 곡선으로 떨어지면서 강렬한 캐릭터 라인이 굵직하게 들어가 있는 ‘그랜저’에 비해 널찍하게 펼쳐놓은 보닛은 ‘아슬란’을 더 넓고, 커 보이게 하면서도 깔끔한 느낌을 준다.
‘아슬란’의 외형에서 무엇보다 마음에 드는 것은 크롬장식의 ‘적절한’ 사용이다(물론, 시승차가 흰색이어서 더욱 그렇게 다가왔을 수도 있지만 말이다). ‘그랜저’에서 그릴만 바뀐 꼴이라고 ‘그랜저’와 많이 비교되는데, ‘그랜저’보다 앞과 뒤 모두 정돈된 느낌이다.
하지만 기존 모델들과 유사성이 짙은 부분은 아무리 독립(개별)적으로 생각하려고 해도 어쩔 수가 없다. 군더더기 없는 후면부가 마음에 들지만 블럭 같은 리어램프는 덜 째진 ‘제네시스’가 생각나고, 후면부 전체 모양은 ‘LF 쏘나타’가 떠오른다.
실내는 퀼팅 좌석과 양쪽 도어와 센터페시아 중앙을 지나는 나무 무늬가 약간은 올드해보이기도 한다(전무급의 임원들의 반응은 다를지도 모르지만). 또, 운전석 좌석 조종 버튼들이 도어의 창문 버튼 위에 위치해 있어 다소 어색하게도 다가오지만 사용하기에 불편하지는 않다. 여유로운 공간과 함께 수평의 넓고 시원스러운 센터페시아는 시인성과 편의성을 동시에 높여준다. 다만, 최근 IT 사용이 높은 것에 반해 2열에 USB 잭이 없어 살짝 아쉽다.
▲ 주행성능
굵직굵직한 생김새에 묵직할 것만 같았던 ‘아슬란’은 의외로 가벼운 면모를 뽐냈다. 주차장에서부터 도로로 빠져나가는 동안 핸들이나 액셀, 브레이크 모두 무겁다거나 뻑뻑하다는 느낌은 받지 못했다. 그렇다고 날아가는 듯한 가벼움도 아니었다. 팔 힘이나 손목 힘이 모자란 여성들이 충분히 컨트롤 할 수 있는 정도로, 오히려 차체를 어려움 없이 제어한다는 느낌을 줘 안정감이 들도록 도와줄 것 같다.
‘아슬란’ 또한 최근 대부분의 세단 모델들이 그러하듯이 에코와 노멀, 스포츠 총 3가지의 주행모드를 지원한다. 3가지 모드 모두 전체적으로 부드럽고 무난한 주행성능을 보여주는데, 스포츠 모드로 바꿀 경우 웬만해서는 3000rpm을 잘 넘지 않던 엔진회전수가 4000rpm을 넘어서며 반응이 빨라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묵직하고 힘차게 밀고 나가는 타입은 아니다. 한결같다고 해야 할까. 현대차가 자신했듯이 ‘아슬란’은 소음과 진동을 상당히 잘 잡아서 운전하는 재미를 만끽할 수 있는 스타일은 아니다. 대신 편안함과 안정감은 뛰어나다. 저속이든 고속이든, 저속에서의 코너링이든 고속에서의 코너링이든 탑승자들에게 큰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지인 중에 신형 ‘그랜저’ 오너인 한 사람은 ‘아슬란’의 고요함을 매우 마음에 들어 했다. 그는 “마치 전기차가 힘을 낼 때 정도의 소음만 나는 것 같다”고 평했다. 현대차는 정숙성을 위해 이중 접합 차음유리 및 흡차음재를 대폭 적용했다.  
또, ‘제네시스’에 버금가는 주행 및 편의사양을 마음에 들어 했는데, 시승차는 최고급 트림(G330 익스클루시브)으로 헤드업디스플레이(HUD, 전모델 기본 적용)와 어탭티브헤드램프(AFLS), 차선이탈 경보 시스템(LDWS)이 적용됐다. ‘그랜저’는 앞서 언급한 두 기능을 비롯해 몇몇 편의사양에서 ‘아슬란’과 차이를 보이나, 최근 2015년형 ‘그랜저 디젤’과 ‘하이브리드’ 모델에 편의사양이 확대 적용됐고, ‘아슬란’도 선택에 따라 편의사양이 달라진다. 
더불어 현대차의 세단을 시승할 때마다 특히 느끼는 부분인데, 실내와 트렁크 공간을 만드는 데는 특출한 재주가 있는 것 같다.
‘차’만 보면 이 같은 장점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역시나 ‘아슬란’의 문제는 ‘그랜저’와 ‘제네시스’ 사이에서 가격대비 ‘아슬란’만의 차별성과 매력을 어필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또한 시장에서 애당초 ‘아슬란’이 ‘그랜저’ 후속 모델로 개발되던 차량이라는 것을 알기에 소비자들이 선선히 추가 비용을 지불할 지가 걱정스럽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 현대차는 체험 위주의 행사를 적극 준비 중이라고 밝혔지만 극심한 안티 여론 속에서 용기 있는 소비자를 찾아 내는 게 쉬워 보이지는 않는다.
fj@osen.co.kr
아슬란 정면, 운전석과 센터페시아, 전측면, 트렁크(위부터)
아슬란 후면.
운전석 도어에서 본 1열, 센터페시아, '그랜저' '제네시스' 대비 조작이 제한된 뒷좌석 중앙 버튼, 2열(왼쪽 첫번째부터 시계방향).
아슬란 측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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