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조분의 1초 관측 성공, 분자 탄생 순간 최초 실시간
OSEN 강필주 기자
발행 2015.02.25 08: 02

[OSEN=이슈팀] 미래창조과학부(장관 최양희) 소속 기초과학연구원(IBS, 원장 김두철)의 나노물질 및 화학반응 연구단(단장 유룡) 이효철 그룹리더(KAIST 화학과 교수) 연구팀이 세계 최초로 원자끼리 만나 분자를 이루는 화학결합의 순간을 실시간으로 관측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기존의 연구에서는 화학결합이 분해되는 과정의 경우 높은 시간 분해능으로 볼 수 있었다. 하지만 화학결합이 형성되는 과정을 높은 시간 분해능으로 보는 것은 힘들었다. 이번 연구에서는 화학결합 형성 과정을 높은 시간 분해능과 또 높은 공간 분해능으로 볼 수 있었다는데 의의가 있다.
연구진은 화학결합의 순간포착을 위해 평소에는 가까운 곳에 흩어져 있다가 레이저(빛)를 쏘아주면 반응하여 화학적으로 결합하는 성질이 있는 금 삼합체(gold trimer)를 실험모델로 삼았다. 금 삼합체란 금 원자단 3개로 이루어진 화합물로 화학식은 [Au(CN)2-]3이다. 수용액 상에서 각 금 원자단 사이의 상대적 효과에 의해 인접한 곳에 모여있다가 레이저에 의해 들뜬 상태가 되면 화학결합이 형성된다. 

화학결합이 이뤄지는 1조분의 1초의 찰나를 관측하기 위해 펨토초(1000조분의 1초) 엑스선 펄스(femtosecond X-ray pulse)라는 특수 광원을 이용하여 광반응에 따른 금 삼합체 원자의 구조 변화를 엑스선 회절(X-ray scattering) 이미지로 구현해 냈다.
짧은 시간 동안만 빛이 방출되는 형태를 펄스라고 하는데, 엑스선이 펄스의 형태로 생성되고 그 시간 길이가 펨토초(100조 분의 1초) 정도일 때, 펨토초 엑스선 펄스라고 한다. 물질에 엑스선을 입사시키면 각각의 원자로부터의 산란파가 서로 간섭 현상을 일으켜 특정한 방향으로만 엑스선이 진행하게 된다. 이것이 엑스선 회절 현상인데, 회절파의 강도와 진행 방향이 원자의 종류와 배열 상태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에 회절된 빛을 조사하여 분자의 삼차원 구조를 알아낼 수 있다.
지난 2005년 분자결합이 끊어지는 과정을 밝히고 사이언스(Science)에 논문을 게재했던 이효철 그룹리더는 이후 10년 만에 분자의 결합이 이뤄지는 과정까지 관측함으로써 화학반응의 시작과 끝을 밝혀내는 쾌거를 이루게 됐다.
향후 연구진은 펨토초 엑스선 회절법을 단백질의 탄생 순간과 단계별 구조 변화를 밝히는 데 적용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단백질 반응의 제어, 질병 치료, 신약 개발 등에 필요한 기초정보 제공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이번 연구 결과는 세계 최고권위의 저널인 네이처(Nature, IF 42.351) 2월 18일자(영국 현지시각 2.18. 12:00)에 게재됐다.
연구진은 모든 화학반응의 근본이 되는 원자 간 결합을 관측하기 위해 특수한 광원과 화합물을 이용했다.
원자의 지름은 1옹스트롬(1억분의 1cm)이고 화학결합의 순간은 1조분의 1초 정도여서 원자를 감지하려면 빛의 파장이 원자 수준으로 짧아야 하고, 빛의 시간 길이는 원자 간 결합의 순간보다 짧아야 하는데 이를 만족하는 광원이 엑스선 자유전자 레이저(X-ray Free Electron Laser)에서 얻어지는 펨토초 엑스선 펄스이다.
엑스선 자유전자 레이저는 차세대 엑스선 광원으로 강력한 세기를 갖는 펨토초 엑스선 펄스를 제공할 수 있다. 미국의 LCLS연구소, 일본의 SACLA연구소가 가동 중이고 현재 포항가속기에서도 건설 중이다.
 
레이저 기술과 엑스선 회절법 기술을 결합한 펨토초 엑스선 회절법(femtosecond X-ray scattering)을 이용하면 빠른 분자의 움직임을 정확한 위치 정보와 함께 측정할 수 있고, 이 방법을 이용하여 금 삼합체 내부의 금 원자들 사이에서 화학결합이 형성되는 순간을 실시간으로 관측할 수 있었다.
이효철 IBS 나노물질 및 화학반응 연구단 그룹리더는 “펨토초 엑스선 회절법을 통해 화학결합의 관측 외에도 펨토초 시간대의 분자의 진동, 회전 등을 관측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번 연구 과정에서 축적한 기술과 경험을 바탕으로 국내 연구진이 세계 과학계의 흐름을 주도해 나아가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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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펨토초 엑스선 회절법 실험 과정을 나타냄 레이저 펄스에 의해 수용액상의 금 삼합체의 광반응이 시작되고 특정 시간이 지난 뒤에 펨토초 엑스선 펄스로부터 회절 이미지를 얻는다. 아래 그림은 금 삼합체의 광반응에서 관측되는 네 가지 반응 중간체의 삼차원 구조와 전이의 시간 상수를 나타냄. 반응이 일어나기 전 바닥상태인 S0구조에서 레이저 펄스에 의해 광반응이 시작되면 500펨토초 이내에 화학결합이 생성되어 S1구조가 나타난다. 그 이후, 결합 길이가 더 줄어든 T1구조가 1.6피코초의 시간상수로 형성되고, 외부의 금 단량체 하나가 더 결합하여 형성되는 사합체(tetramer)가 3나노초의 시간상수로 형성된다. 마지막으로, 사합체 분자는 100나노초의 시간상수로 바닥상태로 돌아가면서 광반응이 마무리된다. / IBS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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