톱스타 끌어모은 '프로듀사', 그럼에도 우려되는 이유
OSEN 정유진 기자
발행 2015.03.03 10: 11

  그야말로 입이 쩍 벌어지는 블로버스터 급 캐스팅이다. 김수현에 공효진, 차태현, 아이유까지, 어떻게 한 데 모았나 싶은 배우들이 포진했다. 물론 아직 차태현을 제외한 세 사람은 모두 ‘확정’이 아닌 상태이긴 하나, 결정은 시간문제일 것으로 보인다. ‘개그콘서트’를 국내 최고 예능프로그램으로 성장시킨 서수민CP와 드라마 ‘넝쿨째 굴러온 당신’, ‘별에서 온 그대’를 연이어 히트시킨 박지은 작가에 대한 신뢰가 이를 가능케 할 것이다.
‘프로듀사’는 예능국을 배경으로 PD들의 이야기를 담아내는 작품. 이례적으로 실제 드라마국이 아닌 KBS국에서 제작을 맡았다. 이는 모험이다. 드라마와 예능프로그램은 제작 과정이나 시청자 층이 다르기에 예능만을 다뤄온 예능 전문가가 적응의 과정없이 성공적인 결과를 낼 것이라 장담할 수 없다. 물론 예능PD-작가가 뭉쳐 만든 tvN ‘응답하라 1994’, ‘응답하라1997’ 등 오히려 예능적 색채가 가미돼 기존 드라마보다 ‘신선하다’는 평을 들으며 성공을 거뒀던 선례가 있기에 불안하지만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못 해도 본전이었던 케이블 채널에서의 실험과 지상파 공영 방송의 실험은 부담감의 무게가 다르다.
또 하나 우려가 되는 것은 대중적이지 않은 소재다.

소재만을 놓고 봤을 때 ‘프로듀사’는 드라마 KBS 2TV 드라마 ‘그들이 사는 세상’을 떠올리게 한다. ‘그들이 사는 세상’은 시청자들 사이에서 두고두고 기억되는 명작이긴 하지만, 시청률에서는 재미를 보지 못했다. 드라마를 평가하는 기준으로 시청률이 전부는 아니라 해도 여전히 한 작품의 성공 유무를 판단할 때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잣대인 건 사실이다. ‘그들이 사는 세상’ 역시 현빈, 송혜교 등 당대 톱스타들을 끌어 모았고 호평도 받았지만 결과적으로 많은 대중의 지지를 받지 못했다. 많은 이유가 있겠지만 이는 정말로 그들만이 아는 세상을 그려냈기 때문이다.
비슷한 예로 ‘응답하라’ 시리즈가 큰 성공을 거둔 것은 90년대의 보편적인 정서를 담았기 때문이었다. 많은 시청자들이 이 드라마를 통해 모두의 의식 속에 잠자고 있던 90년대를 꺼냈고, 공감하고 그리워하며 이야기에 푹 빠질 수 있었다. 만약 ‘응답하라’ 시리즈 속에 90년대 고등학생, 대학생이라는 보편적인 소재가 없었다면 이 작품은 큰 성공을 거두지 못했을 것이다.
방송국 예능국은 일견 대중적으로 보이나 엄밀히 살펴보면 일반인은 쉽게 접할 수 없는 배타적인 공간이다. 그 속에서 특별한 일어나는 일들을 통해 시청자들에게 공감을 끌어내는 것이 ‘프로듀사’가 짊어지고 가야 할 숙제가 될 전망이다. 톱스타의 캐스팅 또한 성공 요소인 동시에 위험 요소다. 시도가 실험적인 데 비해 각 배우의 이름값은 너무 크다. 자연히 리스크도 커진다.
과연 ‘프로듀사’는 기대만큼의 성공을 거둘 수 있을까.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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