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솟는 FA 몸값, 꿈의 100억 시대 초읽기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5.03.07 06: 22

윤석민(29, KIA)이 만든 ‘뒤늦은 계약’이 다시 프리에이전트(FA) 시장을 뒤흔들었다. 구단들이 내심 설정했던 심리적 지지선은 다시 한 번 무너진 모양새다. 영원히 찾아오지 않을 것으로 보였던 100억 시대는 사실상 초읽기에 들어갔다.
메이저리그(MLB) 도전의 꿈을 접은 윤석민은 6일 친정팀 KIA와 4년 계약을 맺으며 한국 복귀를 공식적으로 선언했다. 꿈은 접었지만 대신 여러 가지 실리를 챙겼다는 것이 야구계 안팎의 중론이다. 좀 더 편안한 환경에서 야구를 할 수 있음은 거액의 금전도 손에 넣었다. 윤석민은 계약금 40억 원, 연봉 12억5000만 원 등 4년 총액 90억을 보장받았다.
지난해 윤석민은 볼티모어와 3년 보장 557만 달러(약 62억 원)에 계약을 맺었다. 여기에 보장 금액보다 더 큰 계단식 인센티브가 걸려 있었다. 하지만 지난해 부진으로 인센티브는 대부분 포기했을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계약금을 포함해 연평균 22억5000만 원을 보장한 KIA의 조건이 더 낫다는 결론이 가능하다. 세금의 차이까지 생각하면 윤석민의 손에 들어가는 금액은 더 커진다.

윤석민의 90억 원 계약은 한국프로야구 FA 역사를 다시 쓰는 신기록이다. 쉴새 없이 넘어가던 FA 역사의 페이지를 또 넘겼다. FA 시장은 2013년 강민호(롯데)가 4년 75억 원에 계약하며 70억 원 시대를 열었다. 2014년은 더 큰 광풍이 몰아쳤다. 최정(SK)이 4년 86억 원으로 신기록을 쓴 것에 이어 장원준(두산, 4년 84억 원) 윤성환(삼성, 4년 80억 원)까지 세 명의 ‘80억 클럽’이 탄생했다. 여기서 윤석민이 90억 원 시대를 열며 화룡점정을 찍은 셈이 됐다. 1년마다 가장 앞자리가 바뀌고 있다.
90억 원이 적정한 가치였느냐에 대해서는 논란이 많다. “90억 원의 몸값을 하려면 도대체 어떤 성적을 내야하는 것인가”가 핵심이다. 다른 선수들의 몸값과 비교할 때 지나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어쨌든 시장은 수요와 공급이 만나 가격이 형성된다. 그만큼 윤석민은 현재 리그 상황에서 희소가치가 있는 투수라는 결론이 나온다. 친정팀인 KIA로서는 자존심과 팬심까지 얻은 금액이라고 볼 수 있다. 이론적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가격이지만, FA시장에서 이론이 무시되는 것은 한국뿐만 아니라 미국이나 일본도 매한가지다.
윤석민의 계약은 FA 역사에서 의미가 크다. 단순히 신기록적인 측면에서만 보면 안 된다. 하나의 기준이 됐다는 것이 더 중요할지 모른다. 향후 시장에 줄줄이 쏟아져 나올 최대어들은 덩달아 신이 날 수 있다. 각 구단들은 ‘역대 최고액 보장’이라는 상징적인 단어로 핵심 선수들을 지키려고 할 것이 뻔하다. 올해 최정을 지킨 SK의 전략도 여기에 벗어나지 않았다. 그리고 그 최대어 이하의 선수들은 등급별로 나란히 줄을 선다.
그렇게 경신의 역사가 되풀이되다보면 4년 몸값 총액이 100억 원에 이르는 것은 시간문제다. 내년 FA시장에는 김현수(두산) 김태균(한화)이라는 야수 최대어들이 등장한다. 최정의 금액이 기준이 될 것은 분명하고 윤석민의 최고액 경신까지 협상 테이블에 오를 전망이다. 당장 “2년 뒤 FA로 풀리는 김광현이 MLB 도전을 하지 않고 국내에 남는다면 100억 원 시대는 확실하다”라는 말도 나온다. 이제 100억 시대는 거스를 수 없는 대세가 됐다. 그 시기, 그리고 첫 주인공이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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