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 이준호, "배우로 한 획 그어보고 싶다" [인터뷰②]
OSEN 김윤지 기자
발행 2015.03.17 17: 41

'연기돌'(연기하는 아이돌 멤버)이란 수식어는 때론 의도치 않게 편견을 동반한다. 아이돌이란 이유로 분수에 맞지 않은 역할에 캐스팅됐으며, 분명 그 실력이 변변치 않을 것이란 생각 말이다. 때문에 더 엄중한 잣대로 평가하기도 하고, 태도가 진실되지 않을 것이라고 예단하기도 하다. 하지만 영화 '변호인'(2013)과 tvN 드라마 '미생'(2014)의 임시완은 그런 편견을 보기 좋게 깨버렸다.
영화 '감시자들'(2013)은 그룹 2PM의 멤버 이준호의 발견이었다. 분량은 짧았지만, 제 몫을 충실히 해내며 극의 긴장감을 끌어올렸다. 일부 관객들은 "아이돌 멤버가 아닌 신인배우인 줄 알았다"는 칭찬 아닌 칭찬을 내놓기도 했다. '감시자들'이 배우 이준호의 가능성을 보여준 작품이었다면, 주연을 맡은 영화 '스물'(감독 이병헌, 제작 영화나무)은 배우로서 제대로 평가 받는 시험대였다. "배우로서 한 획을 그어보고 싶다"고 패기 넘치는 각오를 다지는 이준호로부터 '스물'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 동갑내기 김우빈, 강하늘과는 많이 친해졌나.

"그렇다. 그전에는 두 사람을 전혀 몰랐다. 두 친구는 앞서 두 작품을 같이 했지만, 난 처음 보는 친구들이었다. 아무래도 거리감이 있겠다 싶었는데, 워낙 솔직하고 털털해서 이야기가 잘 통했다. 숨기는 것 없이 대화했다. 동갑이라는 게 시너지 작용을 했다. 대화는 주로 '기,승,전,일'이다. 대부분 일 이야기로 끝난다. 셋 다 한창 일을 하고 있기 때문에 일에 대한 이야기를 굉장히 많이 한다. 영화에서처럼 여자 이야기는 거의 하지 않는 편인다. (웃음)"
- 영화에서 세 사람의 관계가 재미있게 그려진다. 실제로는 어땠나.
"실제 모습과 캐릭터가 닮았다. (김)우빈이는 장난을 많이 치고, (강)하늘이는 늘 구박 당한다. 나는 영화에서처럼 중간에서 듣고 동조해준다. 하늘이는 워낙 착한 친구다. 하루는 영화 촬영이 끝나고 기분이 좋은지 스태프들과 술을 마셨다. 평소에도 애교가 많은데, 그날 너무 행복했던지 숙소 앞에서 스태프들에게 다 나오라고 애교를 부렸다. 새벽 촬영이 있던 스태프들에겐 하늘이의 외침이 모닝콜이 됐다. (웃음)"
-극중 강하늘이 맡은 경재는 평소엔 얌전한 성격이지만, 술을 마시면 180도 변하는 인물로 나온다. 실제로도 그런건가.
"절대 아니다. 하늘이와 우빈이는 술을 잘 마신다. 하늘이 같은 경우는 취한 걸 전혀 못 느낄 정도다. 나는 부끄러울 정도로 술을 못 마신다. 영화사 대표님이 준 소주 넉 잔을 먹고 힘들어서 더 못 먹었다."
-세 사람의 관계가 얼마나 돈독하면, 지난 크리스마스이브를 함께 보냈다고.
"하늘이, 우빈이, 씨엔블루 (이)종현이, 이렇게 넷이서 봤다. 사실 나는 잠깐 들린 거였는데, 세 친구들은 이미 술잔을 기울이고 있었다. 우리끼리도 '이게 뭐하는 짓인지 모르겠다'고 했다. 분위기가 좋은 술집이었는데, 남자 넷이 있으니까 서로 짜증난다고 했다.(웃음)"
- 경재의 여동생 소희 역의 이유비와의 호흡은 어땠나. 굉장히 귀여운 커플로 나온다.
"(이)유비가 실제로 귀엽다. 캐릭터 그 자체다. 현실과의 괴리감이 없다. 통통 튀고 발랄하고 애교가 있다. 내가 빠른 1990년생이라, 유비도 1990년생이지만 오빠라고 부르라고 했다."
-극중 소소반점은 주인공들의 아지트 역할을 한다. 후반부 소소반점에서 건달들과 벌이는 몸싸움이 인상적이었다.
"화면이 정지되는 장면이 있는데, 와이어를 달고 멈춰 서서 1분 넘게 눈을 깜빡이지 않고 있었다. 1분 30분 정도 눈을 뜨고 있는데 눈이 시리면 눈물이 나는 터라 힘들었다. 카메라가 가까이 오면 눈을 뜨고, 멀어지면 살짝 감고 그랬다. 절대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처럼 그렇게 찍은 게 아니다. (웃음) 돌이켜 보면 그런 부분들이 우리 영화의 매력이란 생각이 들었다. 일부러 어설픈 느낌을 주고자 그런 게 아닐까 싶었다. 그게 또 감독님 색깔이다."
-마구 뒤엉켜서 싸우는 모습이 상당히 유쾌했다.
"'협녀'에서 꼼꼼하게 짜인 무술에 화려한 액션을 촬영했다. 이번에도 그렇겠거니 했다. 무술감독님이 오시더니 '막 싸워서요'라고 하시더라. 마음 편하게 하라고 했다. 건달 역을 맡은 분들은 '저희가 세니까 일단 맞으세요'라고 농담을 하기도 했다. 정말 재미있게 촬영했다. '이렇게 찍을 수도 있구나'란 생각도 들었다. 소소반점은 세트였는데, 1주일 동안 몰아서 촬영을 했다. 우리끼리 웃느라 NG가 많이 났다. 우빈이가 나에게 돈을 던지는 장면이 있는데, 돈이 정확히 내가 입은 후드티 안쪽으로 들어갔다. 다들 웃음이 터져서 난리가 났었다."
-김우빈이 맡은 치호와 강하늘이 맡은 경재 모두 개성이 뚜렷하다. 2PM 멤버들과 비교를 하자면.
"경재 역은 (옥)택연 형이다. 연애를 글로 배운 스타일이다. 똑똑한데 똑똑하기만 한 사람이다. (웃음) 치호처럼 연애에 미쳐 날뛰는 사람은 없다. 발이 넓은 걸로 따지자면 준케이(김민준) 형이 있고, 엉뚱한 캐릭터로 따지자면 (장)우영이가 그렇다. 진지한 것 같은데 가끔 굉장히 엉뚱한 말을 해서 놀라게 한다."
-노래와 춤은 물론 작곡, 작사에 이어 이제 연기까지 하고 있다. 각각 어떤 매력이 있나.
"가수는 우선 어렸을 때부터 꿈꿔온 거니까 가장 애착이 간다. 무대 위에서 관객과 호응하고 콘서트할 때 희열이 상당하다. 가장 행복한 순간이다. 작사, 작곡을 할 땐 혼자만의 희열을 느끼는데, 2시간 콘서트를 내가 작곡, 작사한 노래로 하면 굉장히 뿌듯하다. 배우는 이제 갓 시작해서 신인으로 돌아간 느낌이다. 뭘 해도 잘할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은 있다. 패기가 넘치는 상태다. '뭐든지 와봐라'라는 느낌이다."
-배우와 가수로서 목표가 있다면.
"배우로서, 가수로서 좋아하는 일을 오래하는 게 꿈이다. 배우로서도 한방이 있지 않겠나. 2PM으로 느꼈던 느낌을 배우로도 느끼고 싶다. 한번쯤 획을 그어보고 싶다는 포부가 있다. 믿고 보는 그런 배우가 되면 좋겠다."
-많은 아이돌 멤버들이 연기에 도전한다. 이준호만의 매력은 무엇인 것 같나.
"싱그러움? 2PM 멤버로도 그렇고, 배우로도 그렇고 싱그러움이 있다. 주변에서 튀지 않는 외모가 장점이라고 하는데, 처음에는 내가 매력이 없다는 이야기인가 했다. 지나고 보니 좋은 말씀인 것 같다."
-올해 개봉할 다른 작품 '협녀'에선 어떤 모습을 보여주나.
"'스물'에서와는 많이 다르다. 분량은 적지만, 확실한 것은 등장이 매우 멋있다는 거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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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송이 기자 ouxou@osen.co.k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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