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중일 "1990년 얼음물 입수, 아무 효과 없었다"
OSEN 이대호 기자
발행 2015.03.19 05: 58

"이때 당연히 기억나지. 진짜 추워서 죽는 줄 알았다."
삼성 라이온즈 류중일 감독이 기억하는 1990년 겨울은 지옥과도 같았다. 그 해 겨울, 삼성 선수단은 공수여단을 찾아 특전사 훈련을 1주일동안 받았다. 정신력을 기른다는 명목으로 얼음물에도 입수했다.
17일 울산 문수구장에서 만난 류 감독에게 기자가 사진 한 장을 보여줬다. 사진은 삼성 선수단 6명이 얼음물에 입수해 떨고 있는 모습을 담았다. 앞줄에는 이만수 전 감독과 성준 삼성 코치, 가운데는 김상엽 NC 코치와 류중일 감독, 뒷줄에는 고 최동원 전 감독과 고 김명성 감독이 있었다.

류 감독은 사진을 보자마자 "당연히 기억난다. 추워서 죽을 뻔했다"며 1990년 1월을 회상했다.
"1989년에 김성근 감독님이 태평양에서 오대산 합숙훈련을 가셨다. 그리고 태평양이 지옥훈련을 하더니 처음으로 4강에 갔다. 근데 우리 구단 높은 분께서 그걸 보고 우리도 거길 보내야겠다고 마음 먹으셨던거다. 그때까지만 해도 삼성이 우승을 계속 못했는데, 보좌관중에 한 명이 '정신력이 약해서 그러니 특전사 훈련을 받으면 어떨까'라고 말을 했나보다. 지금 생각해보면 진짜 도움이 안 됐다."
당시 조교들은 삼성 선수들을 맞이하기 전부터 긴장을 했다고 한다. 프로 운동선수니 어지간한 훈련은 아무렇지 않게 넘길 것이라는 걱정을 한 것. 그래서 첫 날부터 조교들이 마음먹은 듯 심하게 굴렸다는 게 류 감독의 설명이다.
"추운 겨울에 군화신고 피티체조를 하는데 첫 날부터 다들 뻗었다. 운동화는 신었어야 했는데, 군화를 신고 훈련을 받다보니 아킬레스건이 너무 아팠다. 그래서 그 해 부상때문에 정말 고생 많이 했다. 나 뿐만아니라 다른 선수들도 그 훈련받으러 가서 오히려 부상들을 입었다."
정말 큰일도 날 뻔했다. 얼음물 입수를 하던 도중 권영호 전 감독이 쓰러진 것. 류 감독은 "권영호 선배가 갑자기 찬물에 들어가 심장에 충격이 와서 쓰러졌었다. 정말 큰일이 날 뻔했다"고 말했다.
그래서 지옥훈련을 받은 삼성은 1990년 우승을 했을까. 어찌어찌 한국시리즈까지 진출은 했지만 한국시리즈에서 백인천 감독이 이끈 LG 트윈스와 만나 4전 전패를 당했다. 또 하나의 '한국시리즈 흑역사'를 추가하고야 말았다. 류 감독은 "지금은 그런거 하면 큰일 날거다. 아무 효과도 없다"고 잘라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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