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수 꿈꿨던 김재현의 개막전 포수 데뷔기
OSEN 고유라 기자
발행 2015.03.28 06: 01

넥센 히어로즈 개막전 엔트리에는 처음 1군 엔트리에 이름을 올리는 선수들이 여럿 있다.
김하성, 임병욱, 김택형, 이상민 등 많은 선수들 가운데 가장 무거운 중책을 맡은 선수가 포수 김재현(22)이다. 지난 27일 염경엽 넥센 감독은 8일 kt wiz와의 시범경기 도중 슬라이딩을 하다 발목 부상을 당한 박동원 대신 김재현을 28일 한화 이글스와의 개막전 선발 포수로 낙점했다.
2012년 8라운드에서 넥센에 지명된 김재현은 대전고 3학년 때 투수로도 뛰었다. 스스로 투수가 되고 싶어 3학년이 됐을 때 감독을 설득해 나섰다. 최고 구속 144km까지 찍으며 강한 어깨를 자랑했다. 그 어깨와 가능성을 본 넥센 구단은 그를 포수로 점찍었다. 그러나 기본기가 없던 김재현을 키우는 데 3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김필중 2군 배터리코치가 그와 3년을 함께 했다. 지난달 오키나와에서 만난 김재현은 "포수도 아니던 저를 포수로 만들어주셨다"며 김 코치에게 공을 돌렸다. 기본이 갖춰진 김재현은 지난해 대만 캠프부터 박철영 1군 배터리코치와 함께 하며 세밀하게 기술을 가다듬었다. 김재현은 김 코치와 박 코치의 추천으로 데뷔 첫 1군 스프링캠프 기회를 잡은 뒤 단숨에 개막전 주전으로 정해질 만큼 가파른 성장세를 보였다.
김재현은 27일 "개막전에 나간다는 이야기는 어제(26일) 들었다. 동원이 형 회복이 늦어져서 예상은 했는데 이야기를 들으니 긴장됐다. 코치님들이 시범경기 때와 똑같이 하라고 하셨는데 막상 들어가면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며 상기된 목소리로 말했다. 평소 무덤덤한 성격이 장점인 그도 첫 1군 데뷔는 떨릴 수밖에 없는 법.
김재현은 "투수가 못돼서 아쉽기도 했지만 이런 엄청난 기회를 잡은 것이니 포수를 하길 잘했다"며 그동안의 힘들었던 훈련 과정을 되돌아봤다. 그는 "선발 앤디 밴 헤켄은 스스로 뭘 던질지 정하는 스타일이라 마음이 조금 편하다. 떨지 않고 실수 없이 제 할 일 하기를 무조건 잘 실천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경기에 들어가는 각오를 다졌다.
타고난 천재 선수가 아니라면 프로에서 한 선수를 키우는 데 적어도 2~3년의 시간이 걸린다고 했다. 특히 경기 전반을 훑어야 하는 포수는 더 많은 시간이 걸린다. 김재현은 깜짝 튀어나온 것이 아니라 3년 동안 남모르게 정성을 기울인 코칭스태프들의 노력 끝에 성장해왔다. 김재현이 긴장과 설렘 속에 맞이하는 시즌에서 또 얼마나 자라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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