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태 고민 덜어준 소방수 윤석민의 약속
OSEN 이선호 기자
발행 2015.03.29 09: 52

"편하게 경기 볼 수 있도록 하겠다".
지난 3월 28일 광주-기아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LG 트윈스와의 개막전에서 소방수로 등판한 윤석민은 1실점을 했지만 3-1 승리를 지켰다. KIA는 시종일관 팽팽했던 승부에서 7회 타선의 집중력이 살아났고 불펜진을 풀가동해 승리를 안을 수 있었다.
LG는 이길 수도 있었다. 6회까지 기회도 많았지만 잘맞은 타구가 야수 정면으로 가는 등 불운 때문에 무릎을 꿇었다. 이런 불운이 7회부터 KIA 필승조가 출동하는 배경이 됐고 소방수 윤석민의 첫 등판도 성사됐다. 좌완 임준섭이 7회 세 타자를 모조리 삼진으로 돌려세웠고 최영필, 심동섭이 한 타자씩 상대했고 바통을 윤석민에게 넘겼다.

순간 김기태 감독이 가장 긴장했을 것이다. 소방수로 낙점한 윤석민의 첫 등판 결과가 신경쓰지 않을 수 없었다. 정성훈의 타구를 우익수 이호신이 볼을 잡지 못해 3루타가 되고 박용택에게 2루타를 맞고 실점으로 이어졌을 때 가슴이 철렁했을 것이다. 그러나 윤석민은 특유의 투구솜씨를 드러내며 네 타자를 퍼펙트로 막고 승리를 지켰다.
윤석민도 긴장했다. 1년만의 복귀, 2만2000명이 운집한 야구장, 개막전, 그리고 첫 소방수 출전이라는 특수한 환경 때문이다. 실제로 윤석민은 "긴장을 많이 했다"고 실토했다. 11년차를 맞는 그에게도 설레이는 등판이었다. 최고구속이 145km에 그칠만큼 아직은 정상은 아니었다. 그러나 어려움속에서도 자신의 첫 소방임무를 완수했다.  
결과적으로 김기태 감독의 고민을 덜어준 첫 세이브이기도 했다. 김 감독은 윤석민의 보직을 놓고 가슴앓이를 했다. 당연히 윤석민을 선발 에이스감이라고 생각하면서도 마운드의 사정상 소방수로 기용할 수 밖에 없는 현실을 택했다. 시범경기내내 윤석민의 보직에 대해 함구하다 개막전 당일에야 "석민이를 마무리로 씁니다"라고 밝힌 것도 이 때문이었다.
복귀 첫 등판에서 세이브를 따낸 윤석민은 소감을 내놓았다. 그는 "긴장도 많이 했고 쉽지 않은 투구였지만 첫 단추를 잘 꿰면서 앞으로 더욱 좋아질 것이다. 최근 몇년간 우리팀의 마무리가 깔끔하지 못해 좋지 못한 결과로 이어졌다. 내가 마무리로 가서 중간 등 마운드가 강해진다면 만족한다. 경기를 편하게 볼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소방수에 대한 자신감이자 감독의 결정에 흔쾌히 따르겠다는 의지였다. 게다가 과거의 소방수 투수들의 부진까지 거론하면서 앞으로 경기를 편하게 볼 수 있도록 하겠다는 다짐까지 했다. 김기태 감독의 고민을 덜어준 약속이었다. 윤석민이 그 약속을 지킬 것인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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