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두리 고마워] 차두리, "나는 정말 행복한 축구선수" [전문]
OSEN 우충원 기자
발행 2015.03.31 22: 53

"나는 정말 행복한 축구선수".
한국 축구대표팀은 3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서 열린 뉴질랜드와 평가전에서 1-0으로 승리했다. 주인공은 이재성이었다. 이재성은 후반 41분 문전에서 잡은 기회를 놓치지 않고 득점으로 연결했다.
차두리는 경기 후 가진 인터뷰서 "좋지 않은 날씨에도 경기장을 찾아 함께 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린다"면서 "여러가지 일이 있었다. 오늘을 끝으로 대표팀 유니폼을 벗게 됐다. 모든 분들께 감사드린다. 대표팀 유니폼을 입고 경기를 펼칠 일이 없으니 모두 웃고 함께 했으면 좋겠다. 팬 여러분과 모든 선수들에게 고마움을 전하고 싶다"고 소감을 밝혔다.

눈물을 많이 흘린 그는 "나는 정말 복을 많이 받은 사람이다. 나보다 더 잘한 사람들도 많다. 친구 (박)지성의 경우도 그렇다. 그럼에도 내가 한 것 이상으로 사랑을 받았다. 너무 감사하다. 물론 부끄럽기도 하다. 정말 행복한 축구선수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울었다. 아버지께서 운동장에 나오셨을 때는 여러가지 생각이 교차했다. 아버지의 명성에 도전했다. 잘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어느 순간부터 현실의 벽을 느꼈다"고 말했다.
또 차두리는 "축구를 하며 행복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큰 짐을 내려 놓은 것 같다. 그래서 홀가분 했다. 아버지의 아성에 도전했는데 실패한 것에 대한 자책도 있었다. 아버지가 밉기도 했다. 아무리 잘해도 근처고 가지 못해서 아쉬움이 남기도 한다. 여러가지 기분이 교차했다. 가장 존경하고 사랑하는 롤모델이 아버지이기 때문에 세상을 살면서 얻을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이다"고 말했다.
손흥민의 PK 실축에 대해서는 "(손)흥민이가 실축할 것 같았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또 "나보고 차라고 했는데 그건 말도 안되는 일이다. 차라리 (기)성용이가 차지하는 마음도 있었다. 선수들이 마지막까지 이기려는 모습이 보였다. (이)재성이의 등장은 대표팀에 긍정적이다. 어린 K리거가 활약을 펼친 것은 모두에게 힘이 되는 것 같다. 이길려고 노력한 후배들이 너무 고맙다"고 설명했다.
차두리는 "축구적으로는 아버지를 정말 닮고 싶었다. 한편으로는 나를 가장 잘 알고 알맞게 지시를 해주는 감독 역할도 하신 것이 아버지였다. 그리고 항상 사랑으로 내가 힘들 때마다 보듬어주고 챙겨주신 분이 아버지다"면서 "정말 행운아다. 모든 일을 아버지와 함께 할 수 있다. 큰 복이고 감사한 일이었다"고 아버지 차범근 전 감독에 대해 설명했다.
그리고 그는 "가장 기억에 남는 감독은 거스 히딩크 감독이다. 대학교 시절 대표경험이 일천한 선수를 뽑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스피드와 파워가 좋다는 장점을 높이 사 월드컵까지 데려가준 분이다. 이 자리에서 인터뷰를 하고 박수를 받으면서 대표팀을 나가는데 히딩크 감독이 시발점 역할을 해주셨다"고 고마운 인사를 전했다.
인생경기에 대해서는 "호주 아시안컵 8강 우즈베키스탄과 경기였다. 대표팀에 필요한 선수라는 것을 증명한 경기였다. 후배들에게 당부했던 것은 '팀의 승리를 위해 초점을 맞추자. 경기에 나서지 못하더라도 내색하지 말고 희생하자. 나이든 선수부터 할테니 열심히 하자'고 주문했다. 벤치에서 시작해 교체되어 투입됐을 때 어시스트를 기록하며 팀에 승리에 보탬이 되어 약속을 지킨 것 같아 정말 기뻤다"고 말했다.
또 차두리는 "나이가 들면서 경기 흐름을 읽는 것 같다. 손흥민이 힘들다고 했지만 정말 이기고 싶었다. 마지막 경기가 되고 싶지 않았다. 감독님의 전술에 왈가왈부 하고 싶지 않지만 연장 들어가기 전 감독님게 말했다. 손흥민과 이근호의 포지션을 바꾸자고 했다. 한 방을 기다리자고 했고 전술도 바꿨다. 결과적으로 흥민이가 2골을 넣었다. 경기 후 생각해 보니 이기고 싶다는 간절한 마음을 가지면 여러가지 말을 할 수 있는 것 같다. 어린 선수는 힘들겠지만 고참이 해야 할 일이었다. 후배들에게 한 말을 책임지는 것이라 정말 기뻤다. 어시스트를 하면서 팀에 보탬이 되어 정말 기뻤다"고 말했다.
차두리는 "지금 서울이 3연패에 빠져 있다. 일단 팀이 반전을 가질 수 있도록 죽도록 뛰는 것이 중요하다. 지도자를 하기 위한 자격증은 따고 싶다. 과정에 있어서도 열심히 노력할 것이다. 축구 안팍으로 많이 보고 배우다 보면 지도자의 기회는 올 것"이라고 대답했다.
먼저 은퇴한 친구 박지성의 연락을 받은 그는 "밥먹자는 문자 메세지가 왔다. 정해성 코치님 등 많은 분들이 축하 한다는 말을 해주셨다. 정말 고맙다. 진심으로 축하해주신 것이 정말 감사하다"고 말했다.
은퇴를 하며 후배들에게 전하고 싶은 마지막 이야기를 부탁하자 차두리는 망설이지 않았다. 그는 "하늘에서 점찍어준 선수들만 대표팀에 들어 올 수 있다. 태극마크에 대해 감사하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 누구나 들어올 수 없고 활약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대표팀에 합류했을 때 마지막까지 노력하는 모습을 보이겠다는 마음을 가지고 임해야 한다. 우리는 선수층이 두텁지 않다. 선수들도 잘 알고 발전을 해야 한국 축구가 발전한다는 것을 알았으면 좋겠다. 대표팀에 의해 축구가 돌아간다. 대표팀이 소속팀 위에 있다. 오늘같은 평가전도 팬들을 잃고 얻을 수 있는 기회라는 것을 알고 열정을 다해 임했으면 좋겠다. 항상 감사하면서 열정을 가지고 즐겁게 임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차두리는 "최근 '피지컬은 아버지, 발은 어머니를 닮았다'는 말을 들었다. 공감해서는 안되지만 묘하게 공감이 됐다"면서 "한국은 모든면에서 잘해야 한다. 유럽은 장점이 있으면 그 장점을 살리지만 한국은 다르다. 완벽한 선수는 없다. 많은 축구팬들께서는 단점을 찾아 선수를 평가하기 보다는 발전하는 모습을 보면서 축구를 봐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차두리는 "개인적은 능력은 한국 선수들이 굉장히 뛰어나다. 유럽에 있으면서 놀랐던 것은 열심히 한다는 말이 함정임을 느꼈다. 한국 선수들이 열심히 했다는 말을 하지만 유럽에서는 기본일 뿐이다. 그 다음에는 잘해야 한다. 고등학교 때는 아버지가 열심히 했다는 말에 별 말씀이 없었지만 대학 때는 잘해야 한다고 했다. 열심히 하는 것은 기본이다. 이기기 위해 모든 것을 쏟아내는 것이 열심히 하는 것이다. 잘하는 것은 분명 다르다. 우리 선수들도 좋은 선수들이 많은데 열심히 한다는 기준을 잘한다는 기준에 맞춰야 한다. 그래야 세계의 벽에 닿을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본인의 축구 인생을 스코어로 이야기 해달라는 부탁을 받자 "예전에 5-3으로 지고 있다는 말을 했는데 여전히 유효하다. 그러나 지금은 골대를 2번정도 맞춘 5-3이다. 지난 2년간 서울과 대표팀에서 많은 기회를 가졌다. 선수는 우승하고 이기기 위해서 뛰는 것이다. ACL-아시안컵 결승전 등 마지막 단계까지 올라간 것은 좋다. 그러나 결론적으로 빈손이다. 그래서 여전히 5-3으로 지고 있는 것 같다"고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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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월드컵경기장=백승철 기자 baik@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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