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스타에서 우승감독으로, ‘김세진 시대’ 활짝
OSEN 조인식 기자
발행 2015.04.02 06: 02

‘월드스타’ 김세진이 안산 OK저축은행 러시앤캐시 감독으로 맞이한 두 번째 시즌에 팀을 정상으로 올렸다.
OK저축은행은 1일 안산 상록수체육관에서 열린 ‘NH농협 2014~2015 V-리그 남자부 챔피언결정전’ 3차전에서 대전 삼성화재 블루팡스에 3-1(25-19, 25-19, 11-25, 25-23)로 승리했다. 3경기를 치르는 동안 한 세트만 내주는 완벽에 가까운 경기력을 보인 OK저축은행은 삼성화재의 챔피언결정전 8연패를 저지하며 창단 첫 챔피언의 감격을 누렸다.
김세진 감독은 우승을 해낸 뒤 인터뷰에서 “기적이다. 우승 전력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는데 구단주께서 밖에서 놀던 내게 감독을 맡기신 것도 모험이었다. 믿어주신 것에 감사드린다. 우리 선수들도 날 믿고 따라와 줘서 고맙다. 그런 기운들이 모아져서 우승을 하늘이 만들어줬다고 생각한다. 한계를 넘은 선수들과 응원해주신 팬들이 모인 기적이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감독으로 두 시즌 만에 김세진은 최고의 자리에 올랐다. 선수 시절 삼성화재와 국가대표팀의 라이트로 숱한 승리를 이끌었던 그는 감독으로도 짧은 기간에 정상의 문턱을 넘었다. 특히 지도자 경력 없이 방송 해설위원을 하다 처음으로 맡은 팀을 단기간에 끌어올린 공은 정규시즌부터 인정받았다.
이제 다음 시즌부터는 신치용 감독을 비롯한 수많은 사령탑들의 ‘공공의 적’이 되어 도전을 받아내야 한다. 김 감독은 스승이기도 한 신 감독에 대해 “워낙 냉정하신 분이다. 삼성화재의 독주 아성을 무너뜨린 것은 아니다. 아직 배워야 하고, 삼성화재는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 더 열심히 해서 삼성화재와 해볼만 하구나 하는 생각이 들 때 다시 이야기하겠다”고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하지만 스스로 내세울 만한 것이 있냐는 질문에는 조심스럽게 하나씩 이야기를 꺼냈다. 우선 김 감독은 “건방지게 말씀드리면 패러다임을 바꾼 것 같다. 배구를 하면서 남들이 하지 않은 것을 많이 해봤다. 오른손을 쓰다가 왼손을 썼고, 세터에서 공격수로도 바꿔봤다”는 김 감독은 항상 새로운 시도를 두려워하지 않았다는 것을 자부심으로 내세웠다.
그 결과는 선수시절 달콤한 추억으로 돌아왔다. “최연소 국가대표도 해봤고, 연속 우승도, 국가대표 4년 연속 주장도 해봤다”는 김 감독의 말 한 마디 한 마디에서 진한 자부심이 묻어났다. 세계무대에서도 주눅 들지 않았기에 충분히 그럴 수 있는 인물이 바로 김 감독이다.
지도자가 되어서는 권위를 앞세우지 않는 인간적인 소통이 높은 점수를 얻고 있다. “(현장)밖으로 나갔다 돌아오기도 했지만 할 수 있다는 자신감, 진정성, 신뢰는 감독으로서의 지도력이 아니라 우선 한 인간으로 흡수되려고 한 것이다. 그게 내 특징이다”라며 김 감독은 팀에 녹아들려는 노력이 먼저라는 것을 강조했다.
하지만 스타일은 그대로다. 지금의 지도력에 관한 질문에 “삼성화재에서 배운 것이 아니냐고 하면 맞는 말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면서도 김 감독은 “(남들보다)좀 더 건방지고, 앞뒤 안 재고, 덤벼드는 내 스타일은 그대로다”라고 자신 있게 이야기했다. 이번 우승이 선수 김세진에 이어 감독 김세진 전성시대의 서막을 알리는 사건이 될지도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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