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무했지만 찬란하게 빛난 권혁의 51구
OSEN 이대호 기자
발행 2015.04.11 06: 05

한화 이글스 좌완 불펜투수 권혁(32)은 FA 계약을 맺으며 "좀 더 많은 경기에서 던지고 싶다"고 말했다. 지금 권혁은 팀에는 없어서는 안 될 핵심 불펜투수이며 자신의 소원처럼 마음껏 던지고 있다.
지난 10일 사직 롯데 자이언츠전. 한화는 3-8로 끌려가던 9회 마지막 공격에서 기적같은 동점을 만들었다. 만약 한화가 투지를 보여주지 않았다면 권혁은 하루 쉴 수 있었겠지만 팽팽한 막판 승부처에서 한화가 믿을 건 권혁이었다.
권혁은 9회 마운드에 올라 연장 11회 2사까지 2⅔이닝을 힘껏 던졌다. 결과는 2피안타 1볼넷 1실점. 무실점 역투를 펼치다가 주자를 2루에 놓고 마운드를 내려갔는데 뒤이어 등판한 송은범이 끝내기 투런을 맞고 권혁의 자책점도 1점 올라갔다.

권혁에게는 제약조건이 있었다. 앞서 포수 2명이 모두 교체되면서 한화는 9회부터 신인 내야수 주현상이 마스크를 썼다. 고교시절 포수 경험이 있었던 주현상이지만 공을 받는 게 전부인 수준이었다. 슬라이더, 그리고 포크볼이 주무기인 권혁은 마음을 놓고 변화구를 구사할 수 없었다.
그가 던진 공은 51개. 이 가운데 직구가 39개로 전체 76%였다. 슬라이더는 5개, 포크볼은 7개를 던졌는데 그나마 포크볼은 9회 6개를 던졌고 연장에 들어가서는 단 1개만 던졌다.
직구 위주의 승부를 펼쳤지만 권혁의 공은 위력적이었다. 최고 구속 146km까지 나온 가운데 롯데 타자들은 제대로 공략조차 하지 못했다. 연장 11회 맞은 안타도 내야안타였다. 그렇지만 이 내야안타가 결과적으로 한화, 그리고 권혁의 발목을 잡고 말았다.
한화는 최대한 권혁을 아껴줘야 할 상황이다. 그런데 접전이 많은 팀 사정 때문에 그러지 못한다. 권혁은 한화가 치른 10경기 가운데 8경기나 등판했다. 소화이닝은 벌써 10이닝이다. 불펜투수 가운데 단연 리그 1위이며 출전 경기수도 최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권혁은 51개나 공을 던졌다. 경기 결과는 끝내기 역전패. 한화는 권혁을 쓰는 총력전을 펼쳤지만 공 1개에 패배를 맛봐야 했다. 팀은 졌다. 그렇지만 권혁의 51구 역투는 찬란하게 빛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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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민경훈 기자 rum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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