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다주에게 한국이란
OSEN 이혜린 기자
발행 2015.04.17 15: 28

[OSEN=이혜린의 스타라떼] '아이언맨'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가 서울 땅을 처음 밟은 건 2008년 4월 중순이었다.
지금으로부터 딱 7년 전인 2008년 4월 16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아이언맨' 1편의 프로모션을 펼친 그는 당시 급속도로 성장하던 한국 시장을 찾아 서울에 호감을 표하는 숱한 할리우드 배우 중에 하나였을 뿐이었다.
한국 사람들의 반응도 딱 그 정도였다. 일부 로맨스물에서 인기를 모으긴 했지만 한동안 독립영화에서 활동해오다, 처음으로 블록버스터에 출연한 그를 대하는 한국 사람들의 태도는, 그냥 영화 홍보 차 내한한 숱한 할리우드 배우 중 하나를 보는 자세, 딱 그 정도였다.

다시 생각해보면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가 좀 유별나긴 했다. 한국 첫 방문으로 좀 흥분했다 하더라도, 그의 말 한마디 한마디는 겉치레만으로 보기엔 꽤나 구체적이었다.  
당시 한국 기자 3~4명과 따로 만나 라운드 인터뷰를 진행했었는데, 그는 그 자리에서 "동양에 올 기회는 많지 않았지만, 동양적인 것을 좋아한다. '아이언맨'을 찍으면서 감독한테 쿵푸 동작을 넣으면 어떠냐고 건의도 했다. 서양 문화를 비하하는 건 아니지만, 수천년부터 내려온 동양 문화가 더 올바르지 않나 생각한다. '작은 것이 더 세다'는 동양 무술의 전략과 사고방식이 좋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속편에라도 써보겠다며 기자들에게 직접 쿵푸 손동작을 보여줬다. 할리우드 배우의 라운드 인터뷰에서 그렇게 웃음이 터진 건 2006년 휴잭맨 이후 처음이었다. 감독의 만류로 쿵푸를 접목시키진 못했다는 그는 속편에서라도 시도해보겠다고 했지만, 이후 영화를 보면 그 시도는 영영 실패로 돌아간 모양이다.
그는 한의학에 대한 놀라움을 표하기도 했었다. 그는 "한약도 좋아한다. 머리가 아프면 머리를 싸매는 것이 아니라, 손바닥을 눌러서 효과를 보는 게 인상적이었다. 직선도 좋지만 때로는 돌아가는 동양식 사고방식이 좋다"고 말했다.
처음 한국 땅을 밟은 소감은 '발전했다'는 것. 그는 "공항에서 호텔로 오는 길에 도로를 보고 '시내로 접어들었구나'라고 생각했는데, 아직 시외라더라. 한국이 정말 발달했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고백하자면 당시 할리우드 배우의 라운드 인터뷰는 '대충' 소화하는 경우가 많았다. 여러 기자가 함께 있어서 나 혼자 기사를 독점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지금 당장 친해진다고 해서 또 볼 일이 있을 것 같지도 않고 해서, 아무래도 그리 적극적이진 않았다. 그러나 마냥 발랄한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는 이를 허용하지 않았다. '아이언맨'이나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에 대한 사전정보가 많지 않아, 주로 얘기를 듣고 있던 나를 따로 지목해 내 질문을 받아야겠다고 하는 바람에 순간 당황했던 기억은 아직도 꽤 강렬하다.
애정 듬뿍 담은 정킷 덕분이었을까. '아이언맨'을 본 사람들의 열광적인 입소문에 힘입어, 아이언맨은 한국인이 사랑하는 캐릭터 중 하나가 됐다. 413만명이 이 영화를 봤다. 2010년 개봉한 '아이언맨2'의 관객수는 449만명. 초대박까진 아니어도, 국내에 전혀 알려지지 않았던 캐릭터와 배우가 만난 블록버스터가 이 정도면 상당한 돌풍이었다.
아이언맨의 깨알 유머가 빛난 '어벤져스' 이후 아이언맨의 인기는 더욱 치솟는다. '어벤져스'를 보고 열광한 700만명 중 90% 이상이 아이언맨에게 반했다고 봐도 무방할 터. 2013년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의 두번째 내한이 얼마나 뜨거웠는가를 돌이켜보면 진짜 그렇다고 볼 만하다.
입국부터 아이돌 스타 부럽지 않은 열광이 쏟아졌는가 하면, 한국에서 생일을 맞은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가 함께 무대에 오른 타이거JK-윤미래 부부에게 행여 스포트라이트를 빼앗기진 않았나 팬들의 항의가 잇따르기도 했다. 꽤 많은 할리우드 스타들이 한국을 찾았지만, 이런 반응은 이례적. 역시나 '아이언맨3'는 무려 900만명을 동원하며 국민 히어로의 탄생을 알렸다.
세련되기는 베트맨도 마찬가지고, 로맨틱한 건 스파이더맨이 한 수 위고, 인지도는 슈퍼맨이 압도적이다. 그런데 왜 아이언맨이었을까. 유머의 힘이다. 알콜 중독에 여성편력까지 인간적인 결함을 다수 갖춘 그는 박진감 넘치는 전투 중에도 한마디씩 내뱉는 유머가 꽤 세다. 툴툴대고, 삐딱하고, 하지만 매력적인 그의 캐릭터는 한국 드라마가 사랑해마지 않는 재벌2세들 캐릭터 같기도 하다. 특히 이런 매력은 다른 사람들과 부딪힐 때 빛을 발하는데, 다른 히어로들과 수시로 부딪히는 '어벤져스'에서 그가 독보적인 존재감을 발산한 이유 중 하나일 것이다.
17일 '어벤져스:에이지 오브 울트론' 홍보를 위해 또 한번 서울에서 기자회견을 가진 그는 한층 더 여유롭고, 즐거워보였다. 함께 한국을 찾은 크리스 에반스, 마크 러팔로, 조스 웨든 감독, 수현을 이끌며 더욱 즐거운 분위기를 유도하는 모습이 인상적. 무뚝뚝하기로 유명한 취재진 사이에서도 그의 등장때만큼은 환호성이 나왔다.
자칫 딱딱할 수있는 첫인사부터가 그였기에 가능한 멘트였다. 그는 안부인사도 생략한채 "사랑한다"고 말하더니 "이렇게 와주셔서 감사한데, 쇼핑이 밀려 있어서 최대한 빨리 진행 부탁드린다"고 덧붙였다.
아이언맨 수트를 입고 서울에서 하고픈 일은? 공항에서 서울까지 세명씩 태워주는 셔틀 서비스를 하거나, 고깃집을 만들어서 가슴 위에서 고기를 구워주는 일이다.
지난 내한 때의 뼈아픈 실수도 언급하며 웃음을 자아냈다. 그는 "지난 번 '아이언맨3'때는 첫 국가여서 프로모션 당시 많이 즐기지 못했다. '강남스타일' 추기 전에 남대문이 열렸다는 지적을 듣고 수정을 했었는데 이번엔 더 즐기겠다"고 말했다.
그에게 한국 시장은 가능성을 인정받은 곳이었다. 그는 "'아이언맨'을 한국분들이 많이 사랑해주셔서, '아 이 작품이 국제적으로 통할 수 있구나'라고 느끼게 해준 소중한 시장이다. 한국의 열정적인 분들과 맛있는 음식이 항상 부러웠고, 크리스 에반스가 한국에서 촬영해서 많이 부러웠다. 나도 기회가 된다면 여기서 찍고 싶다"고 말했다.
쇼핑이 밀려있다더니, 진짜였던 모양이다. 그는 기자회견이 끝난 17일 오후, 편한 차림으로 인사동을 거니는 모습을 담은 동영상을 자신의 SNS에 게재하며 "인사동에서 진지하게 쇼핑 중"이라고 밝혔다. 
rinn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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