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페즈의 추억' 떠오르게 만든 한 장의 사진
OSEN 이선호 기자
발행 2015.04.20 13: 00

로페즈를 기억하시나요?
KIA에게 아퀼리노 로페즈라는 이름은 각별한 의미을 지닌다. KIA를 거쳐간 수 많은 외국인 가운데 처음으로 우승을 안겨준 인물이기 때문이다. 그가 없었다면 2009년 우승은 불가능했다. 개막과 동시에 에이스로 떠올랐고 시즌 14승5패, 평균자책점 3.12의 빼어난 투구를 했다. 평균 7이닝을 소화하는 이닝이터로  정규리그 우승을 이끌었다.
정작 진가는 SK와의 한국시리즈에서 드러났다. 1차전에서는 8이닝 3실점 호투로 우승의 발판을 마련했다. 2승2패의 분수령이었던 5차전에 등판해 3-0 완봉승을 이끌었다. 7차전에서는 1이닝을 던져 역전 우승으로 가는 디딤돌을 놓았다. 시즌 13승을 따낸 릭 구톰슨은 한국시리즈에서는 부진했지만 로페즈는 흔들림 없는 호투로 12년만의 우승을 이끌었다. 역대 최고의 용병이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런 활약을 했는데도 7차전에서 9회말 역전 끝내기 홈런을 날린 나지완에 밀려 한국시리즈 MVP를 차지하지 못했다. 그때 불같이 화를 내며 "계약을 파기하고 고국으로 돌아가겠다"며 소동을 일으켰다. 우승 축제 분위기에 묻혔지만 그를 달래느라 구단의 운영팀장이 고생깨나 했다. 시즌중 이미 잔류계약을 했기 때문이었다.
2010년에는 괴팍한 성격 때문에 비난을 받았다. 강판 당하면 글러브를 내던지거나 쓰레기통을 부수는 소동을 일으켜 벌금 500만원을 부과받기도 했다. 4승10패로 부진했고 '화풀이 금지' 조건에 재계약했다. 2011시즌에는 전반기만 10승3패1세이브를 올렸으나 갑자기 옆구리 통증을 일으켜 후반기 2승이 그쳤고 선동렬 감독이 부임하면서 재계약을 포기했다. SK에 입단했으나 5경기 등판에 그치고 도미니카로 돌아갔다.
그는 악동이었지만 마음은 착했다. 보너스를 받으면 모두 불펜포수들에게 건네는 등 아낌없이 베풀었다고 한다. 음지에서 도움을 준 이들의 고마움을 잊지 않았다. 현재는 은퇴해 도미니카의 고향에서 생활하고 있다. 농장에서 농사짓고 싸움닭을 키우고 있다. 모이를 쪼는 닭들을 지켜보는 모습에서 여유가 넘친다. 동네 사람들과 소프트볼을 하는 평범한 일상을 보낸다.  제법 통통해진 배는 동네 아저씨의 냄새를 풍긴다.
눈길을 모으고 있는 대목은 집 대문의 담벼락이다. 타이거즈 T 마크와 배번 44번이 오롯히 그려져 있다. KIA에 대한 애정이 깊은 듯 하다. 그에게도 분명 한국과 KIA는 즐거운 기억이었을 것이다. KIA는 작년 로페즈를 초청해 챔피언스필드 이벤트를 기획하려다 이루지 못했다. 그렇다면 올해는 볼 수 있을까?  슬그머니 그 포악했던(?) 로페즈의 추억도 되살아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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