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언, 끝내기 안타 치고도 "기분 별로" 왜?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5.04.26 06: 26

"끝내기는 쳤지만 기분은 별로 안 좋다". 
한화 외야수 김경언(33)은 지난 25일 대전 SK전에서 5-6으로 뒤진 9회말 2사 만루에서 역전 2타점 끝내기 안타를 작렬시키며 한화 승리의 주인공이 됐다. 끝내기 안타 순간 덕아웃의 모든 선수들이 그에게 달려가 격렬한 세리머니를 펼쳤고, 1만3000석을 가득 메운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는 그야말로 열광의 도가니였다. 
김경언도 그라운드에선 동료 선수들과 함께 끝내기 승리의 기쁨을 만끽하며 활짝 웃었다. 하지만 기쁨의 순간은 아주 잠시였다. 덕아웃으로 돌아와서 장비를 챙기고 라커룸으로 향하는 김경언의 얼굴은 끝내기 순간을 나타내듯 붉게 상기돼 있었지만 표정은 생각보다 밝지 않았다. 

그는 끝내기 소감에 대해 "오늘 경기 내내 안 좋았다. 배트의 중심에 맞힌다는 기분으로 짧게 잡고 쳤는데 슬라이더가 가운데로 들어와 좋은 타구가 나왔다"며 "끝내기를 쳤지만 기분은 별로 안 좋다"고 말했다. 끝내기 안타 전까지 김경언은 희생번트 하나를 댔을 뿐 나머지 3타석은 무안타였다. 
김경언은 "지금 타격 밸런스가 조금 안 좋아졌다. 공이 안 잡힌다. 끝내기는 쳤지만 밸런스가 점점 나빠지고 있다. 좋아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고 말했다. 짜릿한 승리의 순간에도 김경언은 자신의 문제가 무엇인지 생각했다. 최근 12경기 연속 안타와 25경기 연속 출루 행진에도 만족이란 전혀 없었다. 
김경언은 올해 21경기에서 76타수 27안타 타율 3할5푼5리 2홈런 14타점을 기록하고 있다. 개막 후 전경기 출루를 이어가고 있는 그는 타격 랭킹에서도 김현수(두산)와 함께 공동 4위에 올라있다. 지난해 규정타석을 채우지는 못했지만 처음으로 3할대(.313) 타율을 기록한 기세를 올해도 이어나가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김경언은 지금의 고타율에 대해서도 초연한 반응을 보였다. 그는 타격 랭킹 4위에 대해서도 "신경 안 쓴다. 어차피 떨어질 타율이다. 최대한 유지하려고 할 뿐이지, 언젠가는 떨어질 것이다"며 "겨울에 연습을 많이 했다. 작년 그대로 좋은 감각을 이어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특별한 비결이랄 건 없다. 최대한 출루를 하려 노력하는 것일 뿐이다"고 이야기했다. 
올해 맹활약으로 김경언 특유의 상하체가 따로 움직이는 타격폼이 화제가 되고 있다. 그는 "타격폼도 내가 하던 그대로다. 감독님께서도 '치던 대로 쳐라'고 말씀하셨다. 작년에 장종훈 코치님이 내 폼을 건드리지 않았다. 세게 치는 것보다 공을 먼저 맞히는 걸 중요시하는 스타일이라 지금 폼이 내게는 잘 맞는다"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김경언은 "올해 목표는 전경기 출장과 팀 우승"이라고 힘줘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러다 내일 안타 못 치는 것 아닌가"라며 근심을 드러냈다. 끝내기 직후에도 기쁨보다는 걱정이 앞선 김경언, 그가 'FA 모범생'으로 거듭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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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곽영래 기자 youngra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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