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림의 고수' 김경언이 말하는 4가지 '타신 비법'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5.05.02 06: 01

"일본에서도 못 본 타격폼이다". 
한화 쇼다 고조 타격코치는 일본에서도 잔뼈가 굵은 베테랑 타격코치다. 그는 지난해 가을 마무리캠프에서 처음 본 김경언(33)의 타격폼을 보고 "어떻게 해야 싶었다"고 떠올렸다. 허리가 빠지고, 상하체가 따로 노는 것처럼 보이는 타격폼은 정석과 거리가 멀었다. 그러나 머지 않아 쇼다 코치는 김경언의 타격폼을 건드리지 않기로 마음먹었다. 잘 쳐도 이렇게 잘 칠 수가 없기 때문이다. 2일 현재 김경언의 타율은 3할6푼3리로 리그 전체 4위. 무림의 타격 고수가 세상에 나왔다. 
▲ 내 타격폼이 좋다

김경언은 자신만의 타격폼에 대해 "남들은 어떻게 볼지 몰라도 난 내 폼이 좋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프로에 입단한 후 여러 지도자들을 만나며 타격폼 수정 작업을 수차례 거쳤다. 그런데 지난해 장종훈 타격코치가 "네가 치고 싶은 대로 쳐라"며 가만히 놔뒀다. 김경언은 "장종훈 코치님께서 폼을 건드리지 않았다. 지금도 김성근 감독님께서 내가 치고 싶은 대로 치라고 해주신다"고 말했다. 
김경언은 "이리저리 폼을 여러 차례 바꾸다 지금의 폼이 몸에 배었다. 난 세게 치는 타자가 아니다. 정확히 배트 중심에 공을 맞히는 데 중점을 둔다. 중심에 잘 맞다 보니 장타도 나오는 것이다. 지금 폼이 내게는 맞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김경언 특유의 타격폼은 그가 어떤 공을 가리지 않고 때릴 수 있는 이유다. 
▲ 나가면서 친다
김경언 타격에서 가장 큰 특징은 몸이 앞으로 나가면서도 감각적인 배트 컨트롤로 공을 맞힌다는 데 있다. 소위 말하는 '나가면서 치는 타법'이다. 그는 "공을 맞히는 데 자신이 있으니까 어떤 볼이든 치려고 하는 마음이 강하다. 직구 타이밍에만 맞혀놓으면 변화구가 들어와도 나가면서 칠 수 있다"고 말했다. 말이 쉽지, 아무나 쉽게 흉내 낼 수 없는 타법이다. 
쇼다 타격코치는 "김경언은 타격폼이 독특하지만 타격시 앞에 벽을 만드는 게 제대로 되어있다. 벽을 만들어놓은 상황에서 스윙 스피드가 빠르다. 처음 스윙 내는 시작 동작부터 임팩트까지 스피드가 있다. 그래서 좋은 타격을 할 수 있는 것이다"고 설명했다. 폼이 무너져도 끝까지 파워포지션을 유지할 수 있다는 이유. 김경언은 "컨디션 좋을 때에는 변화구가 어디로 향할지 머릿속으로 그려놓는다. 컨디션 안 좋을 때에는 다 따라 나가는 게 문제"라고 했다. 
▲ 상황 안 가린다
김경언의 또 다른 장점은 상황을 가리지 않는다는데 있다. 김경언은 투스트라이크를 먹어도 타율 3할대(.308) 타율을 기록 중이다. 그는 "투스트라이크가 되어도 편하게 친다. 압박감 같은 것은 전혀 없다"고 말한다. 김성근 감독도 "투스트라이크가 되면 배트를 다르게 돌리는데 그것이 잘 통한다"고 인정할 정도다. 
김경언은 무주자시(.365) 유주자시(.359) 타율에도 큰 차이가 없다. 올해 결승타가 벌써 4개로 팀 내 최다인 그는 결정적일 때 꼭 한 방을 친다. 찬스에 강한 이유에 대해서도 그는 "난 병살을 많이 안 당한다. 주자가 있어도 편안하게 칠 수 있다. 찬스에서 부담 같은 건 전혀 없다"고 자신했다. 올해 107타석에서 김경언은 병살타가 없다. 하지만 병살 상황 자체가 성립 안 되는 투아웃 이후 타율이 무려 4할8푼이다. 기록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게 김경언이다. 
▲ 못 쳐도 다음이 있다
심리적인 변화도 빼놓을 수 없다. 김경언은 "예전에는 조금만 못하면 경기에서 빠졌다. 한 타석 못 치면 안 된다는 생각이 많았다"며 "요즘 계속 경기에 나가니까 편하다. 못 쳐도 다음에 치면 된다는 생각이다"고 말했다. 지난해 6월부터 주전으로 자리 잡은 뒤 매일 같이 경기에 나서고 있다. 무조건 쳐야 한다는 심리적 부담이 줄었다. 
힘이 떨어지지 않도록 체력 관리도 확실히 한다. 그는 "몸 관리를 많이 한다. 웨이트와 러닝 위주로 최대한 체력을 떨어뜨리지 않으려 한다"며 "배트는 33인치 920g으로 짧고 무겁게 쓴다. 너무 무거운 배트는 힘이 안 들어가 헛돈다는 느낌이 있다. 웨이트를 열심히 하고 있기 때문에 920g 정도는 문제없다"고 자신했다. 
어느덧 신의 경지에 이른 김경언의 타법에 모두가 감탄할 뿐이다. 아직 시즌 초반이라는 것을 감안해도 당당히 타격왕 레이스에도 도전해 볼 만한 페이스. 그런데도 그는 표정 하나 안 변하고 "나중에 다 떨어질 타율이다"며 겸허한 모습이다. '무림의 타격 고수'가 이제야 세상의 빛을 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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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이대선 기자 sunda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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