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545' 정수빈, 방망이로 지킨 어린 팬 희망
OSEN 조인식 기자
발행 2015.05.07 05: 52

정수빈(25, 두산 베어스)은 4월까지 24경기에서 타율 2할5푼8리로 부진을 겪었다. 지난 시즌 타율인 3할6리에 비해 크게 하락한 성적이었다.
그랬던 정수빈의 방망이가 5월부터 기지개를 켜고 있다. 1일 대구 삼성전에서 휴식을 취한 뒤 2일 대구 삼성전에서 2루타 2개 포함 3타수 2안타로 멀티히트를 기록한 정수빈은 지난 5일 잠실 LG전에서 5타수 2안타 2타점으로 승리를 이끌었고, 1번 타순에 배치된 6일 잠실 LG전에서는 3타수 2안타 1볼넷으로 끊임없이 찬스를 제공해 5-4 승리에 기여했다.
하지만 경기 전까지만 해도 여전히 표정은 밝지 않았다. 6일 잠실경기를 앞둔 정수빈에게 최근 2경기 멀티히트로 타격감이 살아난 것인지 묻자 “특별히 바뀐 것은 없다”는 힘없는 답이 돌아왔다. 그러나 막상 경기에 들어가자 정수빈은 활발한 타격으로 라이벌전 연승 주역이 됐다.

1회말 선두타자로 나와 때린 유격수 키를 넘긴 안타는 선취점으로 이어졌다. 2회말 볼넷 때는 후속타 불발로 득점이 이뤄지지 않았지만 5회말 1사에 외야 우중간을 가른 2루타를 때리고 출루한 정수빈은 양의지의 밀어내기 볼넷에 홈을 밟았고, 이것은 결승점이 됐다.
경기를 끝낸 뒤에는 정수빈의 표정이 한결 밝아져 있었다. 물론 아직 타격감을 만족스러울 정도로 끌어올린 것은 아니다. “타격감이 좋아진 것보다는 집중력을 발휘한 것이 좋은 결과로 이어진 것 같다. 공을 끝가지 보려고 했고, 변화구에 타이밍이 빨랐던 것 같아서 의식적으로 타이밍을 느리게 맞췄다”는 것이 정수빈의 설명.
마음이 편해진 뒤 약간의 책임감을 가진 것도 도움이 됐다. 정수빈은 “하위타선에서 이틀간 괜찮았는데, 마음을 편하게 먹으면서 그렇게 된 것 같다. 1번으로 올라오면서 책임감이 더해진 것이 결과로 나타나지 않았나 생각한다”라며 최근 3경기 연속 멀티히트를 해낼 수 있었던 비결을 언급했다. 3경기에 불과하긴 하지만 5월 타율은 무려 5할4푼5리(11타수 6안타)에 달한다.
공격의 첨병인 1번 타순에 들어와 결승 득점을 자신의 발로 만들어 팀이 승리한 것도 기분 좋은 일이다. 5-2로 앞서던 두산은 9회초 역전 위기까지 겪었지만 어렵사리 리드를 지켜 승리했다. 이에 대해 정수빈은 “마지막에 어려운 위기를 겪었지만 지켜면서 이겨 팀이 한 단계 올라가고 분위기도 좋아지는 계기가 될 것 같다”고 전했다.
2할5푼8리였던 타율은 5월 맹활약으로 2할8푼7리까지 올라왔다. 정수빈은 후반기에 강하다. 지난 시즌도 전반기엔 2할7푼6리였으나 후반기엔 3할5푼1리로 리그 정상급 타자였다. 평소 여름에 강했냐는 질문에도 정수빈은 “여름보다는 가을(시즌 막판)에 좋았던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올해는 강세를 보였던 기간이 아님에도 3할에 가까운 방망이 솜씨를 보이고 있다. 끊임없는 노력으로 이제는 페이스가 아닌 클래스를 보여주고 있는 정수빈이다.
승리와 멀티히트보다 값졌던 것은 어린이 팬에게 준 꿈과 희망이었다. 두산은 전날 급성림프구성 백혈병으로 투병 중인 김태환 어린이를 위해 명예 일일선수 입단식을 열어줬다. 김 군의 소원은 정수빈을 만나는 것이었고, 정수빈은 자신을 보러 온 어린 팬 앞에서 보여줄 수 있는 가장 멋진 모습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앳된 외모로 인해 어린이라는 별명을 얻었던 정수빈은 어느덧 어린이들에게 꿈을 주는 어엿한 7년차 프로선수로 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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