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한국 롤챔스 현장이었다면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SK텔레콤의 MSI 준우승은 너무나 아쉽고 안타까웠다. 최대한 경기를 많이 치르겠다는 당초 목표를 이뤘지만 선수들의 컨디션 난조가 뼈아팠다. 그리고 알면서도 당할 수 밖에 없었던 밴픽까지 여러가지가 꼬이면서 결국 아쉽게 준우승에 만족해야 했다.
롤챔스 코리아 스프링 우승팀으로 LOL 리그 사상 전무한 트리플크라운이라는 역사에 도전했던 SK텔레콤은 EDG라는 벽 앞에 막혀 고개를 숙여야만 했다.
SK텔레콤은 지난 11일 오전(이하 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 탤러해시 플로리다 주립대학 도널드 L 터커 시빅센터에서 열린 'LOL 미드 시즌 인비테이셔널(이하 MSI)' 2015 EDG와 결승전서 1-2로 뒤세트를 승리하며 기분 좋게 출발했지만 내리 2, 3세트를 내줬고, 마지막 5세트도 패하면서 2-3으로 무릎을 꿇었다.
EDG의 코리안 듀오 '폰' 허원석과 '데프트' 김혁규를 감당하지 못한 것이 패인이었다. 허원석은 아지르와 모르가나, 김혁규는 징크스로 경기를 지배하며 EDG에 MSI 우승 타이틀을 안겼다. 아울러 역대 LOL 국제 대회 결승전서 항상 한국팀에 고개를 숙여야 했던 중국팀의 첫 승전보를 울리게 했다.
1-2로 몰린 상황에서 '페이커' 이상혁 카드를 꺼내들어 멋지게 2-2로 다시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지만 르블랑을 노리고 픽된 EDG의 챔피언 조합과 '울프' 이재완의 난조가 이어지면서 결국 5세트를 내주고 준우승에 머물러야 했다.
돌아보면 SK텔레콤의 스프링시즌은 천신만고였다. 프리시즌의 강력함을 바탕으로 한껏 기대를 모았지만 1라운드에서는 4승 3패로 부진하면서 식스맨제도에 대한 우려를 부르기도했다. 하지만 2라운드 부터 물음표를 던졌던 식스맨제도는 SK텔레콤의 장점으로 부각하면서 승승장구를 유도, 2라운드 전승과 포스트시즌 CJ전 극적 역전승이라는 짜릿한 결과로 이어졌다. CJ와 롤챔스 스프링 플레이오프 혈전을 치른 SK텔레콤은 결승에서는 GE 타이거즈를 3-0 셧아웃으로 요리, 그대로 MSI행을 티켓을 거머쥐며 미국 탤러해시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MSI] 울프의 컨디션 난조, 함정에 걸린 페이커, 아쉬운 준우승](https://file.osen.co.kr/article/2015/05/12/201505121103770015_55516150021b1.jpg)
곧장 미국 MSI 현장으로 이동한 탓에 경기 감각도 크게 잃지 않은 상태에서 지난 8일 오전에 벌어진 1일차 일정에서는 깔끔한 3전 전승을 거두면서 우승후보 다운 면모를 과시했다. 여기까지 SK텔레콤의 기세는 정말 대단했다. MSI 개막 전 가졌던 스크림에서는 시차적응 등의 문제로 흔들리기도 했지만 1일차 경기에서는 TSM EDG 베식타스 등을 연이어 압도했다.
그러나 2일차 부터 생각지도 못한 문제들이 발생하기 시작했다. 선수단 체력 소모로 발단이 되면서 일부 선수들의 컨디션이 최악인 상황이 닥쳤다. 경기력을 유지할 수 있었다는 의견을 낼 수 있지만 롤챔스 스프링 플레이오프부터 축적된 피로도는 무시할 수 없었다. 특히 SK텔레콤 운영의 핵심 주체 중 하나인 '울프' 이재완의 컨디션 난조는 치명적이었다.
SK텔레콤은 2일차 상대였던 프나틱과 AHQ를 상대로 중반까지 끌려다니다나 경기를 역전한다. 1만 골드 차이의 대승으로 AHQ전을 승리, 5전 전승 예선리그 1위로 4강에 올라갔지만 결국 2일차 경기로 인해 약점을 노출해 버리고 말았다.
프나틱 정글러 '레인오버' 김의진은 SK텔레콤이 EDG에 패한 직후 OSEN에 "4강전을 준비할 때 서포터의 약한 체력을 최대한 노리는 전략으로 나섰다. 우리가 분석했을 때 '울프' 이재완의 룬 구성은 시야 확보를 위해 최대한 맞춰 있어 단단하지 못했다. 그래서 하단을 집중 공략했다. 아마 EDG 역시 울프를 집중적으로 노렸을 것"이라고 밝혔다.
![[MSI] 울프의 컨디션 난조, 함정에 걸린 페이커, 아쉬운 준우승](https://file.osen.co.kr/article/2015/05/12/201505121103770015_555161506ba53.jpg)
컨디션 난조로 인해 쓰레쉬 장인으로 불렸던 울프는 이번 MSI서 쓰레쉬로는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다. 결국 알리스타 같이 광역 군중제어가 작용하는 챔피언으로 고군분투할 수 밖에 없었다. 알리스타를 가져간 EDG의 마지막 5세트는 어쩌면 SK텔레콤의 패배의 징조였을지도 모른다. 컨디션 난조에 그나마 요긴하게 내세울 수 있는 챔피언을 내준 건 치명적이었다.
여기다가 주력 딜러인 '페이커' 이상혁의 르블랑이 '폰' 허원석의 모르가나에 밀착 마크 당하면서 SK텔레콤은 사용할 수 있는 무기 한 가지를 더 잃고 결국 눈 앞에 둔 고지 점령을 다음으로 기약할 수 밖에 없게 됐다.
'클템' 이현우 해설은 "알면서도 고를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분명 있다. 아마 지켜보는 팬들보다 더 답답했을 수 있다. 이번에는 졌지만 다음에는 충분히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한다. 롤드컵에서 웃으면 된다"라고 이상혁의 르블랑 선택에 대해 해석했다.
![[MSI] 울프의 컨디션 난조, 함정에 걸린 페이커, 아쉬운 준우승](https://file.osen.co.kr/article/2015/05/12/201505121103770015_55516150d7ddc.jpg)
해외 팀들과 비교를 하면 SK텔레콤은 분명 잘 싸웠다. 심지어 포지션별로 코치가 있는 중국팀들이나 전력분석원 다수를 대동한 해외리그 팀들과 비교하면 잘 싸운게 분명하다. 만약 로스터가 6인으로 제한되지 않아 SK텔레콤의 나머지 선수들이 모두 합류했다면 결과는 달라졌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SK텔레콤의 이번 MSI 준우승이 더욱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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