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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신' 주지훈, "진지한 촬영장, 장난 꾹 참았죠" [인터뷰]



[OSEN=김윤지 기자] 배우 주지훈은 능청스러웠다. 예능프로그램으로 따지자면, '강한 멘트'를 툭툭 내뱉었다. 그러나 가볍지 않았다. 어떤 지점에서 분위기를 전환해야 할지, 어떤 질문에 몸을 사려야 할지 정확히 알고 있었다. 다른 20,30대 배우들에게서 볼 수 없는 자유분방함과 여유로움에서 인간미가 묻어났다. 


그의 능수능란함은 오는 21일 개봉하는 영화 '간신'(감독 민규동, 제작 수필름)에서도 볼 수 있다. 주지훈은 연산군 시대 아버지 임사홍(천호진)과 함께 나라를 농락하는 임숭재 역을 맡았다. 극중 모든 인물과 연관을 맺고 극을 끌고 가는 역할로, 대부분 장면에 모습을 드러낸다. 애정신과 액션신도 소화해야 했다. 육체적으로, 감정적으로 상당한 에너지를 요하는 작업이었다.


촬영장 분위기는 진지할 수밖에 없었다. 연산군 시대는 '흥청망청'이란 말이 나온 시기다. 이를 화면으로 재현하기 위해 공들인 세트가 필요했다. 제작비와 직결되는 문제였다. 등장인물의 수도 많지만, 그들이 지닌 광기를 보여주는 센 장면들이 곳곳에 포진해 있다. "저예산 영화가 아니지 않느냐"고 반문한 주지훈은 "무거운 장면을 두고 음담패설을 할 수는 없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또래 배우들과 호흡을 맞춘 전작 '좋은 친구들'(2014)에서 마음껏 쳤던 장난을, '간신' 때는 꾹 참았다.


"민규동 감독님 자체가 현장에서 배우가 긴장감 없이 있는 모습을 내켜하지 않는다. 감독님 마다 성향이 있는데, 어떤 분은 풀어져 있으라고 하고 어떤 분은 긴장된 모습을 좋아한다. 그때마다 배우는 카멜레온처럼 바뀌어야 한다. 직장생활도 그런 것 아니겠나. 인간관계라는 게 다 똑같은 것 같다. 그게 사는 재미다."


대수롭지 않다는 듯 말했지만, 주지훈과 민규동 감독의 인연은 각별하다. 주지훈의 스크린 데뷔작은 '서양골동양과점 앤티크'(2008)로, 민규동 감독은 당시 신인이던 주지훈을 주연으로 발탁했다. 이후 민규동 감독이 몸담고 있는 수필름이 제작하고, 민규동 감독의 아내인 홍지영 감독이 연출한 '키친'(2009), '결혼전야'(2013) 등에 출연했다. "수필름의 노예"라고 스스럼없이 농담을 할 만큼 막역한 사이다.


"우연이 주는 선물들이다. 자연스럽게 그렇게 됐다. 아빠는 엄하고, 엄마는 편안하지 않나. 민 감독님은 아빠, 홍 감독님은 엄마다. 홍 감독님이 '이렇게 해볼까'라고 말하는 편이라면, 민 감독님은 명확한 디렉션을 주신다. 비슷한 시기에 데뷔한 홍 감독님과는 같이 만들어 간다는 느낌이라면, 민 감독님은 군말 없이 따라가는 느낌이다."


'간신' 출연도 전화 한통으로 이뤄졌다. '결혼전야' 후반 작업을 하던 중 주지훈은 민 감독에게 "다음 작품 같이 할래?"라는 질문을 받았다. 제목도, 내용도, 배역도 모른 상태에서 그는 '네'라고 답했다. 보통 시나리오를 읽고 결정하는 주지훈에게 이례적인 선택이었다. "다른 분들이 섭섭할 수도 있겠다"라고 덧붙였지만, 그만큼 민규동 감독에 대한 신뢰와 애정이 얼마나 대단한지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극중 채홍으로 간택된 여성들은 왕에게 선택받은 단 한 명의 자리인 '흥청'에 오르기 위해 각종 수련을 받는다. 시각적으로 압도되는 장면으로, 주지훈은 상반신 노출을 한 30명의 여배우 사이에 놓여 있다. 촬영할 당시에는 다소 민망할 수 있는 신이었다. 불필요한 오해를 피하고 싶었던 그는 시선을 둘 곳이 없이 땅만 바라봤단다.  


"한복은 탄력이 없어 흘러내리기 때문에, 여배우들이 수시로 옷을 추슬러야 했다. 처음에는 조심스럽게 옷을 올렸는데, 나중에는 나를 전혀 개의치 않았다. '내가 남자로 보이지 않겠지만, 조금만 조심해 줄래'라고 말할 정도였다. (웃음) 그 분들이 사실상 '간신'의 주역이다. 그런 옷차림으로 한겨울에 오랜 시간 촬영했다. 저체온증이 와서 쓰러지는 분들도 계셨다."


실제 여동생이 있는 주지훈은 임지연 등 자신 보다 어린 여배우들을 알게 모르게 챙겼다. 자신이 들고 있던 핫팩을 건네주고, 스태프들에게 말해 담요를 가져다주게 했다. "워낙 나이도 어리고, 밥도 제대로 못 먹고 추운 날씨에 춥게 입고 고생했다"는 그의 말에는 안쓰러움이 묻어났다. 
 
영화 '간신'에 곧 방영되는 SBS 수목드라마 '가면'까지, 그야말로 종횡무진이다. 다만 아직까지 출연한 상업영화 중 흥행에 성공한 작품이 없다는 아쉬움이 있다. 주지훈에게 흥행이란 무엇인 물었다.


"그전에는 생각해본 적 없는데, 지난해 처음 생각해봤다. 예전에는 내가 하고 싶은 것만 집중했다. 하지만  이상 상업영화에서 흥행은 중요하다. 내가 하고 싶은 것들을 할 수 있는 계기가 되는 것 같다. 다만 원한다고 이뤄지는 게 아니고,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정해져 있다. 그 안에서 열심히 할 생각이다."


유쾌함 안에 깃든 현실감각, 그것이 주지훈의 힘처럼 느껴졌다.


jay@osen.co.kr
<사진> 박준형 기자 soul1014@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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