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근 야구 핵심' 한화에 권용관이 없었으면?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5.05.19 13: 20

한화 김성근 감독의 야구는 강력한 불펜투수와 여러 포지션을 맡으며 작전수행능력이 좋은 야수를 필요로 한다. 전자가 권혁·박정진·송창식이라면 후자는 '불혹의 내야수' 권용관(39)을 꼽을 수 있다. 김성근 감독 야구의 절대 핵심으로 한화에 없어서는 안 될 주축으로 자리 잡았다. 
지난해 LG에서 방출된 뒤 김성근 감독의 부름을 받고 한화에 온 권용관은 주전 유격수로 시즌을 시작했다. 최근 1루수 김태균과 3루수 김회성이 경미한 부상으로 빠지자 1·3루 양 쪽의 핫코너까지 커버하고 있다. 유격수로 가장 많은 28경기를 뛰면서도 1루수로 6경기, 3루수로 3경기를 나오며 수비에서 내야 포지션을 가리지 않는 멀티 능력을 과시하고 있다. 야수를 최대한 활용하는 김 감독의 야구에서 경기 후반 다양한 포지션을 맡을 수 있는 권용관의 가치는 매우 크다.
김성근 감독은 "권용관이 수비에서 해주는 게 크다. 내야 수비를 리드해주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17일 대전 넥센전이 좋은 예다. 10회초 무사 2루 넥센 유한준의 중견수 뜬공 때 중계 플레이를 하던 유격수 강경학이 급한 마음에 3루 베이스를 확인하지 않고 급하게 송구하다 백업을 들어간 투수 권혁이 가까스로 막는 아슬아슬한 플레이가 있었다. 그 즉시 홈 백업에 들어갔던 3루수 권용관이 강경학에게 지적을 하고 알려주던 모습이 바로 김 감독이 말한 '수비 리드'였다. 

수비와 함께 인상적인 건 작전수행능력이다. 올해 한화는 3번의 스퀴즈 플레이로 득점을 만들어냈다. 지난달 14일 대전 삼성전에서는 7회 3루 주자로 스타트를 빨리 끊어 홈에서 득점했고, 18일 대전 NC전에는 4회 1사 1·3루에서 스퀴즈 번트로 타점을 올렸다. 가장 최근이 지난 14일 대구 삼성전도 5회 1사 2·3루에서 여유 있게 스퀴즈 번트로 결승점을 냈다. 김 감독은 "꼭 권용관이라서 시키는 게 아니라 경기 타이밍이 권용관에게 걸리고 있다"고 말하지만 그에 대한 절대적인 신뢰가 있기에 스퀴즈 때마다 타자·주자로 빠짐없이 자리한다. 
최근에는 방망이도 잘 맞기 시작했다. 시즌 성적은 36경기 타율 2할4푼 25안타 1홈런 9타점. 하지만 최근 6경기 연속 안타 포함 5월 12경기에서는 39타수 12안타 타율 3할8리 6타점으로 알토란 활약이다. 하위타선이 약한 한화에서 권용관이 복병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사구도 3개를 기록 중인데 피할 수 있는 몸쪽 공에도 눈감고 맞는 투혼을 보여주고 있다. 
권용관은 "시즌 초반 목이 안 좋아서 연습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타격도 안 되고, 수비에서 실수도 있었다. 감독님께서는 계속 경기에 내보내시는데 기대에 못 미쳐 미치는 줄 알았다"며 "팀을 옮기고 잘해보려 하는데 그게 잘 안 됐다. 원래 있던 팀이 아니기 때문에 잘해야 한다는 부담이 컸다. 마음이 급해지고 위축된 것이 있었다"고 시즌 초반 마음고생을 말했다. 
하지만 이젠 내야 멀티 수비와 쏠쏠한 타격 그리고 작전수행까지 한화에 없어선 안 될 소금 같은 선수가 됐다. LG와 SK에 이어 김성근 감독과 함께 하는 3번째 팀에서도 점점 더 비중을 높여가고 있다. 불혹의 나이에도 팀의 39경기 중 36경기에 나와 한화 야수 중 가장 많은 270이닝을 소화 중이다. 권용관은 "체력 조절은 잠을 많이 자는 것밖에 없다. 어차피 경기가 끝나면 빨리 쓰러져 자게 된다"며 웃어보였다. 
지난 겨울 한화가 권용관과 연봉 7000만원에 계약할 때만 해도 의문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이들이 많았다. 야수 리빌딩이 필요한 한화에 '웬 노장이냐'는 시각이었다. 하지만 권용관은 녹슬지 않은 실력으로 물음표를 느낌표로 바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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